“거칠었던 목재가 매끈한 마루로”… ‘50년째 국내 제조’ 이건산업 공장 가보니
해외 자체 조림지 조성… 원자잿값 낮추고 고급화 전략
국내 1위 알루미늄 시스템창호 기업 ‘이건창호’
한남더힐, 아크로서울포레스트… 국내 고급 공동주택이 ‘러브콜’
28일 인천 미추홀구 소재의 모회사 ‘이건홀딩스’ 본사. 이 건물은 국내 합판 산업이 부흥기를 맞이했던 1972년 인천 간척지 위에 처음 세워진 뒤, 국내 합판 생산 기업이 단 2개만 남아있는 현재까지 줄곧 이 자리를 지켜왔다.
본사와 5분 거리에 있는 이건산업 공장에서는 하루에 32평 아파트 300가구에 깔릴 수 있는 2만6000㎡ 규모의 마루가 생산되고 있었다. 가공, 접착, 냉압, 열압, 재단, 검사, 입고로 이어지는 공정 한 개 한 개를 거칠 때마다 거친 모습의 목재는 점차 소비자들이 알고 있는 ‘마루’의 모양을 닮아갔다.
제각각의 크기를 가지고 있던 목재를 동일한 규격으로 잘라내고, 거친 표면을 매끈하게 다듬는다. 이를 5~7겹으로 겹쳐 압축하면 마루의 기본이 되는 ‘합판’이 된다. 이후 합판 위에 다양한 모양의 무늬를 입히고 베이지·오크우드·화이트 등 다양한 색을 칠하면 목재는 비로소 ‘마루’의 모습으로 재탄생한다.
이건산업은 국내에서 유일하게 합판부터 마루까지 자체 생산을 하고 있다. 또 국내 최초로 마루제품 KS인증을 획득하는 등 다양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국내 마루 시장 점유율 2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연매출(1250억원) 기준으로 국내 마루 B2B 시장 1위에 올라 있다.
이건산업은 원자잿값을 대폭 줄여 수익을 내고 있다. 지난 1996년부터 이건산업은 솔로몬제도와 협약을 맺고 여의도 면적의 90배에 달하는 자체 조림지를 조성해왔다. 앞서 1993년에는 칠레에 현지 법인을 세우기도 했다. 현지에서 초기 공정을 거친 뒤 이를 국내에 들여와 정밀 공정에 착수하기 때문에 합판 재료 단가를 35~40% 낮출 수 있다. 특히 칠레의 경우 다수의 국가와 FTA를 체결했기 때문에 현지에서 바로 유럽과 북미 등지로 수출이 가능하다. 2022년 기준 칠레 법인은 이건산업의 국내 합판 연매출 400억원의 3배 가량인 연매출 1280억원을 기록하기도 했다.
국내에서 합판부터 마루까지 생산이 가능해지면서, 품질과 가격 경쟁력이 생기자 국내 10대 건설사들의 러브콜도 이어지고 있다. 이건산업은 국내에서 유일하게 10대 건설사에 모두 납품을 하고 있다.
이길수 이건산업 대표는 “스마트팩토리 TF를 구성해 3년 내로 공정 자동화에 성공하겠다”며 “현재 10대 건설사를 상대로 한 직판 형태의 영업뿐만 아니라 소비자들에게 직접 판매도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본사 바로 뒤에는 국내 최대 규모(2만1500㎡)의 창호 단일공장인 이건창호의 공장이 위치해있다. 1998년 설립된 이건창호는 국내 최초로 독일식 알루미늄 시스템 창호를 들여왔다. 현재 국내 건축물들은 통유리로 벽을 마감하는 등 콘크리트를 마감재로 사용하던 과거에 비해 유리를 많이 사용한다. 그러나 유리는 콘크리트에 비해 단열 기능이 떨어진다는 단점이 있다. 건물에서 사용하는 에너지의 40%는 유리를 통해 손실되기 때문에, 유리 면적이 늘어나면 건축물의 에너지 효율성을 떨어진다.
이건창호는 유리 단열 기능을 강화하기 위해 10년 전부터 ‘진공유리’ 제조에 뛰어들었다. 진공유리는 일반유리 두 장 사이에 0.25㎜의 진공층을 형성해 만든다. 진공유리는 아파트 콘크리트 벽체 26㎝와 비슷한 수준의 단열성능을 갖췄다.
섭씨 400도로 유리를 구워내는 장치인 배치(batch, 집단·무리)타입챔버를 통해 7시간에 걸쳐 가로 2000㎝, 세로 2400㎝, 두께 27.25㎜의 진공유리를 만들어낸다. 창호는 제작하고자 하는 수량을 입력하면 자재를 자동으로 꺼내주는 자동화창고에서부터 제작이 시작된다. 이후 열전도율을 낮추기 위해 PVC(염화비닐수지)를 창호에 넣는 롤링 작업과, 각 프레임을 연결하는 조립과정을 거쳐 완성된다. 작업장의 길이는 200m에 달했다.
이건창호의 대표적인 건축물은 제2남극기지 장보고기지, 인천공항 제2여객터미널, 아모레퍼시픽 신사옥, 서울특별시청 신청사 등이다. 또한 더펜트하우스청담, 나인원한남, 한남더힐, 아크로서울포레스트 등 공동주택 공시가 상위 10개 단지 중 7개 현장에 이건창호의 시스템 창호가 들어가 있다.
최규환 이건창호 대표는 “원재료 상태부터 완제품까지 한 번에 제조할 수 있는 ‘인라인 설비’를 구축해 생산성을 더욱 높이겠다”며 “고급화 전략을 통해 고급주택 시장에서의 위치를 더욱 공고히 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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