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박원순 다큐’, 진정 명예회복 원한다면 개봉 철회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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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여성노동자회 등 46개 여성인권단체가 지난 27일 기자회견을 열어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죽음을 다룬 다큐멘터리의 개봉 철회를 요구했다.
오는 8월 개봉 예정인 이 다큐가 박 전 시장의 성폭력을 부정하는 내용을 담고 있어 결과적으로 피해자에게 심각한 '2차 가해'를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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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여성노동자회 등 46개 여성인권단체가 지난 27일 기자회견을 열어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죽음을 다룬 다큐멘터리의 개봉 철회를 요구했다. 오는 8월 개봉 예정인 이 다큐가 박 전 시장의 성폭력을 부정하는 내용을 담고 있어 결과적으로 피해자에게 심각한 ‘2차 가해’를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5월 예고편이 공개됐을 때부터 이런 이유로 반대 여론이 많았는데도 제작진은 다큐 개봉 의지를 굽히지 않고 있다.
<첫 변론>이라는 제목의 이 다큐는 “(박 전 시장은) 일방적인 주장에 의해서 성희롱범으로 낙인이 찍혀 있었다. (박 전 시장에 대한) 방어권을 행사하는 의미”라는 제작진의 설명대로 박 전 시장의 ‘결백’을 주장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하지만 이런 주장은 국가인권위원회의 조사 결과와 법원 판결을 모두 부정하는 것이다. 2020년 7월 박 전 시장이 숨진 뒤 직권으로 조사에 착수한 인권위는 박 전 시장이 피해자에게 한 행동을 성희롱으로 판단했다. 특히 인권위는 당시 박 전 시장의 진술 청취가 불가능했기 때문에 “일반적 성희롱 사건보다 사실관계를 더욱 엄격하게 판단”해서 이런 결론을 내렸다고 했다. 또 박 전 시장 부인이 인권위 결정을 취소해달라고 낸 행정소송도 지난해 11월 1심에서 패소했다. 법원은 “피해자가 ‘존경한다’, ‘사랑한다’는 말을 한 것은 대답하기 곤란한 성적 언동을 피하고자 하는 수단적 표현일 뿐, 이런 점이 성희롱 피해 판단의 장애 사유가 된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피해자의 일부 언행을 구실로 박 전 시장의 무고함을 주장해서는 안 된다는 취지였다. 그런데도 이런 주장을 담은 다큐를 통해 박 전 시장을 ‘억울한 희생양’으로 만들려 하는 것은 부당하고 무책임한 처사다. 박 전 시장의 결백함을 주장하면서 인권 전담 국가기관과 사법부 판단까지 부정하는 건 합리적 판단으로 보기 힘들다.
다큐를 제작한 쪽은 박 전 시장 지지자 모임인 ‘박원순을 믿는 사람들’이라는 단체로 알려져 있다. 이들은 박 전 시장의 죽음에 대해 “진상규명이 제대로 안 됐다”고 주장하고, 다큐 제작을 ‘2차 가해’로 비판하는 것에 대해서도 “1차 가해 논의 자체를 막는 페미·미투 계엄령”이라고 주장한다. 그런다고 박 전 시장의 명예가 회복되지 않는다. 오히려 박 전 시장의 명예를 더 훼손하는 일이 될 수 있다. 박 전 시장이라면 지금 어떤 결정을 내렸을 것 같은가. 제작진은 다큐 개봉을 철회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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