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문대 가고 싶어” 27번째 수능 본 中사업가, 올해도 낙방
쓰촨의 명문대에 합격해 지식인이 되겠다는 꿈을 품고 20여 년째 대학 입학에 도전 중인 50대 중국 사업가가 올해도 낮은 점수를 받으며 낙방했다.
AF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중국 쓰촨 청두 출신의 량스(56)는 올해 27번째로 응시한 중국 수능 가오카오(高考)에서 750점 만점 중 424점을 받았다. 쓰촨 소재 대학에 진학하려면 이보다는 최소 34점이 더 필요하다고 한다.
중국은 가을학기를 채택하고 있어, 매년 6월 7~8일 이틀에 걸쳐 가오카오를 진행한다. 시험 과목은 어문, 수학, 외국어이며 선택영역으로 사회탐구 과목이나 과학을 골라야 한다. 객관식 위주이지만 작문과 서술형도 포함돼 있다. 량스는 이번 시험에서 서술형 답안 작성 시 글씨를 또박또박 쓰느라 시간을 지체했고, 결국 두 문제를 풀지 못했다고 한다. 그는 이 실수로 점수가 크게 깎였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량스의 목표는 쓰촨의 명문대에 합격해 지식인이 되는 것이다. 하지만 번번이 점수 미달로 실패하고 있다. 올해 가오카오에는 역대 최다인 1291만명이 응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량스가 시험을 본 쓰촨 수험생 수는 77만명으로, 중국 내 수험생 수가 가장 많은 지역 중 한 곳으로 꼽힌다.
량스는 16세였던 1983년 가오카오에 처음 도전했다고 한다. 그때도 재수를 했으나 원하는 대학에 가지 못했고, 결국 부모의 설득으로 기술을 배워 일하게 됐다. 그는 응시 연령 제한(25세)에 걸리기 전까지 일과 공부를 병행하며 매해 시험을 봤다고 한다.
공장 직원이었던 량스는 직장이 파산하면서 사업에 뛰어들었다. 1990년대 중반 목재 도매업을 시작으로 건축 자재 사업까지 확장하며 승승장구했다. 연 수백만 위안을 벌어들이는 사업가가 됐지만 량스의 마음 한켠에는 일류대에 가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남아 있었다.
그러다 중국 정부가 2001년 가오카오의 나이 제한을 없앴고, 량스는 10년 뒤 다시 시험에 도전했다. 27번 수능을 보면서 대학에 갈 기회도 있었으나 원하는 명문대가 아니라는 이유로 포기한 적도 있다고 한다. 량스는 이번 수능을 위해 술과 마작을 끊고 매일 12시간씩 공부했으나 명문대의 꿈은 내년으로 또다시 미뤄지게 됐다. 량스는 “내년에도 시험을 볼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응시를 포기하면 후회가 남을 것 같다”고 했다.
중국 대학은 내신성적 없이 가오카오 성적만으로 신입생을 뽑는다. 올해 가오카오 응시생들의 4년제 대학 합격률은 40% 미만이고, 명문대 진학률은 4.6%에 불과할 만큼 입시 경쟁이 치열하다. 가오카오는 문화혁명(1966~1976) 때 마오쩌둥이 “엘리트 의식을 조장하는 부르주아의 온상”이라며 폐지했고, 1977년 복권된 덩샤오핑이 부활시키며 중국의 등용문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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