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거대 AI 시대 대량 데이터 필요 시점, 규제 안 돼"
"AI 규제는 EU 따라가면 안 돼…규제는 우리를 뒤쳐지게 할 수도"
(서울=뉴스1) 손엄지 기자 = "나무가 어떻게 성장할 지도 모르는데 이미 가지치기 할 것을 예상하고 허들을 만들면 안 된다"
28일 서울 여의도 전경련 회관에서 열린 '초거대 인공지능(AI) 시대, 데이터의 개방 공유의 이슈와 과제' 세미나에서 박성호 한국인터넷기업협회 회장은 "초거대 AI 시대에 대량의 데이터 활용은 필수적인데, 방향을 섣불리 설정하는 건 위험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날 행사는 한국인터넷기업협회와 고려대학교 기술법정책센터가 주최하고, 초거대 AI 시대 돌입에 앞서 데이터 개방 공유 문제를 어떻게 풀어나갈지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다.
초거대 AI란 생성형 AI 중 대규모 모델 크기를 갖는 것을 통용한다. 생성형 AI는 단어 사이의 관계와 맥락을 학습해 새로운 정보를 창출하는 특징이 있다. 올해 4월 우리나라에서도 정부 차원에서 초거대 AI를 발전시키고 지원하기 위한 방안이 발표할 정도로 전 세계 중요한 이슈로 떠올랐다.
참석자들은 데이터 공유 기본원칙이 빠르게 확립되어야 한다는데 의견을 모았다. AI를 활용한 다양한 수익모델이 등장하고 있는 상황에서 AI 학습 데이터 이용권리 등에 대한 명확한 기준을 세워 법적 분쟁 소지를 줄여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마이크로소프트(MS), 구글 등 글로벌 빅테크가 게이트키퍼로 등장하면서 데이터와 기술 종속성이 강화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데이터 접근법은 더욱 중요해질 전망이다.
김현수 정보통신정책연구원 박사는 'EU 디지털시장법(DMA), 데이터법상 데이터 이용관계 규제와 시사점' 발제에서 "데이터 공유가 개인정보보호법을 위반하지 않도록 하면서 공유 활성화를 위한 비차별적 동의절차 제공과 같은 의무를 부과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김 박사는 "데이터 생성에 기여한 자의 접근·이용·공유 권리 법제화 검토가 필요하고, 데이터 제공 대가 조건과 방식 등을 구체화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그는 사업이용자, 신규서비스 사업자, 경쟁 사업자에 대한 공유를 구분해 검토하고 데이터 수집 투자를 저해하지 않도록 데이터의 범위, 이용목적, 대가 등을 차별화할 것도 주문했다.
'초거대 AI의 데이터 이용관계 이슈와 과제' 발제를 맡은 윤아리 김앤장 변호사는 "지금도 AI 개발하기 위해 개인정보를 활용할 수 있는 장치는 현행법에 있지만, 조금 더 원활하게 지원한다는 차원에서 정부가 규제개선을 추진하고 있다"면서 "공개된 개인정보는 AI 학습용 데이터 활용에 허용하는 것을 검토 중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진 종합토론에서는 AI 관련 규제는 EU를 따라갈 것이 아니라 미국 처럼 자국을 보호하는 방안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이미 글로벌 빅테크가 점령한 유럽과 달리 한국은 네이버(035420), 카카오(035720)와 같은 주요 인터넷 기업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유병준 서울대학교 경영대학 교수는 "데이터 공유가 구글과 같은 게이트키퍼에 의해 막히는 것은 매우 심각한 문제"라면서 "미국 공정위인 연방거래위원회(FTC)도 결국 구글, 애플의 데이터 독점 문제에 제동을 걸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유 교수는 "다만 우리나라는 국가경쟁력 입장에서 공유 기업들에 참여할 인센티브를 제공하면서 협력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면서 "포털 등 주요 인터넷 기업을 보유한 우리나라가 사용자만 있는 유럽의 수준을 따라야 하는지와 미국 규제 수준과 비교해봐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손승우 한국지식재산연구원장은 "EU를 필두로 AI에 대한 규제를 추진하고 있다"면서 "경제의 모든 지표가 좋지 않고 신 성장동력을 찾기 어려운 가운데 아직 성숙되지 않은 AI산업에 완전함을 전제로 한 규제의 잣대를 대는 것이 과연 옳은 것인지 생각해볼 문제"라고 말했다.
손 원장에 따르면 현재 AI 분야의 최고 기술을 보유한 국가는 미국이고, 미국과 기술 격차는 중국이 0.8년, 유럽 1년, 한국 1.3년, 일본 1.5년 순이다.
그는 "물론 AI 경쟁력을 키우면서도 부작용은 최소화할 제도를 마련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기존 세력의 이해관계에 반하는 새로운 기술의 등장을 막연히 가로막거나 비난하는 것이 아닌지 우려된다"면서 "대세의 흐름에 역행하는 주장이나 규제는 대전환의 시대에서 우리를 뒤쳐지게 할 수 있다"고 말했다.
eo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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