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세 아이 응급조치 외면한 의사들, 의료 과오로 재판행

서울 서부지검/뉴스1

편도 절제술을 받은 4세 아이에게 적절한 응급조치를 하지 않아 끝내 사망까지 이르게 한 의사들이 재판에 넘겨졌다.

서울서부지검 식품의약범죄조사부(부장 박혜영)는 만 4세 어린이가 편도절제술을 받고 사망한 사건을 수사해, 피해자 사망에 책임이 있는 의사 3명을 업무상과실치사 등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고 28일 밝혔다. 이날 의료기록을 허위로 작성한 의사 1명, 119의 응급의료 요청을 정당한 이유 없이 기피한 의사 1명도 각각 의료법 위반, 응급의료에관한법률 위반 혐의로 함께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에 따르면 2019년 10월 4일 만 4세였던 피해 아동은 경남 양산의 한 병원에서 편도선 절제 수술을 받았는데, 당시 수술을 집도한 전문의 A(39)씨는 수술 후 피해 아동에게 출혈이 발생한 걸 확인했다. 하지만 A씨는 출혈 부위를 특정하지 못해 환부를 광범위하게 소작(燒灼·약품이나 전기로 특정 부위의 조직을 태워 지혈)하고, 그 사실을 은폐했다. 당시 피해자는 어린 아이로 집중 관리가 필요했지만, A씨는 수술 이틀만인 10월 6일에 피해 아동의 퇴원을 결정했다.

피해 아동은 퇴원하자마자 후유증으로 다음날 7일에 부산의 또 다른 병원에 입원했다. 이 병원에서 10월 9일 새벽 1시 45분쯤, 피해 아동이 기침과 함께 피를 입으로 쏟아내는 응급상황이 발생했지만, 당시 야간당직이었던 전문의 B(56)씨는 병원을 무단으로 이탈한 상태였다. B씨 대신 당직을 서던 C(42)씨는 피해 아동에게 적절한 평가와 응급조치를 실시하지 않고 전원(轉院·병원을 옮김)을 결정하는 등 소위 ‘골든타임’을 허비한 것으로 조사됐다.

병원에 도착한 119 구급요원은 피해 아동이 처음 입원한 양산 병원에 응급의료 요청을 보냈다. 하지만 당시 소아응급실 당직 의사였던 D(32)씨는 특별한 상황이 없음에도 응급의료 요청을 두 차례 기피한 혐의를 받는다. 김씨는 심정지와 뇌손상이 발생해 CPR 상태로 병원 근처로 후송된 최우선 응급 환자였지만, 이를 우선 치료하지 않은 것이다.

결국 피해 아동은 20km 떨어진 대학병원으로 이동됐다. 피해 아동은 의식 불명 상태로 약 5개월간 연명치료를 계속하다 이듬해 3월 11일 저산소성 뇌 손상으로 끝내 숨졌다.

검찰은 피해 아동이 심각한 통증으로 약과 음식을 섭취하기 어렵고 추가 합병증이 발생할 수 있음에도, 환자의 상태와 유의사항 등을 설명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A씨에게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를 적용했다. 당시 피해자 진료기록을 기재하지 않은 A씨와 거짓으로 작성한 김씨의 담당의사 E(29)씨는 의료법 위반 혐의도 함께 받고 있다. 당시 당직 장소를 임의로 이탈해서 응급상황의 대처 시간을 지연시킨 B씨와, 응급 조치를 취하지 않은 C씨에게도 업무상과실치사 등 혐의가 적용됐다.

이번 사건은 ‘전문검사 이송제도’를 통해 밝혀졌다. 전문검사 이송은 범죄와 관련된 전문 지식을 가진 검사가 있는 청으로 사건을 이송해 처리하는 제도다. 서부지검은 피해자 사망 후 3년간 수사 계속된 사건을 인계 받아 의학박사 출신 전문검사를 투입해, 7000쪽 분량의 기록을 검토하고 대검찰청 법의학자문휘원회에 두 차례 감정을 의뢰하는 등 수사를 보완해 의료진의 과실과 응급의료 기피 사실 등을 규명했다.

검찰 관계자는 “이번 사건을 통해 병원의 응급의료거부 이유 등을 사후에라도 의혹 해소 할 수 있도록 관련 시행규칙 등이 마련되도록 제도적 개선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또 “앞으로도 전문성을 적극 활용하여 범죄로 피해를 입은 국민들의 억울함을 달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