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밖 출산 늘어난다"…'출생통보제' 놓고 격론 벌인 법사위

안채원 기자, 안재용 기자 2023. 6. 28.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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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
(서울=뉴스1) ,송원영 기자 = 소병철 국회 법사위 법안심사1소위원장이 2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제1소위원회를 주재하고 있다. 2023.6.28/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부모가 아기의 출생신고를 하지 않는 경우 의료기관이 지방자치단체에 출생 사실을 알리도록 하는 내용의 '가족관계 등록 등에 관한 법 개정안'(출생통보제법)이 28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법사위) 법안심사제1소위원회를 통과했지만, 해당 법안을 추진한 국민의힘 내부에서 조차도 우려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이른바 '보호출산에 관한 특별법안'(보호출산제법)이 함께 입법되지 않는 한 병원 밖 출산이 늘어나는 등 부작용이 많을 수 있다는 점에서다.

법사위는 이날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1소위를 열고 출생통보제법을 의결했다. 출생통보제법은 29일 법사위 전체회의를 거쳐 오는 30일 국회 본회의에서 최종 의결될 예정이다.

당초 출생통보제법은 정부와 여당이 강한 의지를 가진 만큼 이날 법사위를 무난히 통과할 것으로 전망됐다. 하지만 비공개로 진행된 이날 1소위에서는 약 2시간여의 격론이 오갔다. 보호출산제 도입 없이 출생통보제만 실시하게 되면 오히려 사산아가 늘어나지 않겠냐는 문제 제기가 의원들 사이에서 나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보호출산제는 미혼·미성년 산모 등 출산 사실 공개를 거부하는 산모들이 익명으로 아이를 낳고 출생 신고할 수 있도록 정부가 지원하는 제도다.

이와 관련해 법사위 소속인 유상범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출산등록제 법안이 굉장히 어렵다. 지금 출산등록제를 하면 보호출산제, 익명출산제가 들어오는데 법을 추가로 개정해야 하는 문제도 있고, 또 시스템을 다시 구비해야 하는 문제도 있다"며 "이 법을 동시에 진행해야 하는지에 대한 논의도 있을 수 있어서 가족관계법이 아주 예민하고 어렵다"고 설명했다.

당초 국민의힘은 출생통보제와 보호출산제를 같이 도입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박대출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아동보호체계 개선대책 민당정 협의회' 종료 후 브리핑에서 "의료기관 출생통보제와 보호출산제를 같이 도입해야 한다는 내용은 정부와 당이 동일한 입장이라는 것을 재확인했다"며 "당정은 국회 보건복지위에서 논의 중인 보호출산제 관련 법안이 조속히 결론이 나도록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출생통보제에 비해 보호출산제에 대한 국회의 논의는 더디게 이뤄지면서 문제가 생겼다. 보호출산제법은 여전히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복지위)에 계류돼 있는 상황이다. 복지위 소속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시간을 두고 보다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법사위 소속인 권칠승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도 출생통보제와 보호출산제가 같이 도입돼야 한다는 것에는 이견이 없다"며 "다만 현실의 시스템적으로 두 개가 동시에 시작돼 굴러갈 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부 국민의힘 의원들은 출생통보제법을 이날 먼저 통과시키는 것보다, 좀 더 숙성시킨 뒤 보호출산제법과 함께 통과시키는 게 어떠냐는 취지의 의견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정부가 이미 '미등록 영유아 유기 사망 사건'의 후속 대응 격으로 출생통보제 도입을 추진하겠다는 뜻을 강하게 밝힌 상황에서 더 미룰 수는 없다는 의견이 컸던 것으로 전해진다. 출생통보제의 의결을 미룰 경우 정부 여당을 향한 여론의 비판이 커질 수 있다는 정무적 판단이 더해진 셈이다.

이를 두고 법사위 관계자들 사이에선 여론에 떠밀려 법안이 제대로 논의되지 못한 채 속도를 내고 있는 것 아니냐는 회의적인 시각도 나온다. 한 법사위 관계자는 "좋은 취지인 것은 확실하지만, 이 법안은 워낙 생각해야 할 내용이 많고 법리적으로도 복잡해서 지난 국회에서도 몇 차례 논의를 진행하고도 함부로 처리하지 못했던 법안"이라며 "여론으로 인해 위에서 강하게 드라이브를 걸고 속도를 내게 되니 부작용이 오히려 커지는 건 아닌가 우려되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여야는 우선 대안으로 복지위에 보호출산제 논의에 속도를 낼 것을 주문하겠다고 했다. 국민의힘 측 법사위 간사인 정점식 의원은 이날 기자들에게 "출생통보제가 법정화돼 시행되면 병원 밖 출산이 늘어날 수 있다는 의견들이 많이 제기됐다"며 "출생통보제 도입하고 시행 기간 (시작일이) 공포일로부터 1년 후다. 1년 이내에 보호출산제가 도입돼야 한다는 데 우리 소위 위원들 (의견이) 일치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 보호출산제 도입을 조속히 해달라고 건의하는 형식을 취했다"고 말했다.

안채원 기자 chae1@mt.co.kr 안재용 기자 poong@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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