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통선 무단 진입 민간인 제지하다 ‘공포탄’…상황 어땠기에?

공포탄 발사 뒤 영상 공개

2021년 2월16일 강원도 고성 제진검문소로 통하는 7번 국도. 연합뉴스

최근 강원 고성군 민간인출입통제선(민통선) 검문소에서 몇차례 경고에도 오토바이를 탄 민간인이 진입하려 해 초병이 공포탄을 쏘는 일이 벌어진 가운데 이후 상황을 촬영한 영상이 공개됐다.

지난 25일 고성군 제진검문소 앞에서 오토바이를 타고 민통선 안쪽으로 들어가려 했던 3명의 남성은 초병이 공포탄을 두발 쏜 뒤 촬영한 영상을 일부 언론사에 보냈고, 27일 <제이티비시>(JTBC)는 이를 공개했다.

28일 공개된 영상을 보면, 민간인들은 오토바이 밑에 떨어진 공포탄 탄피를 가리키며 군인들에게 항의하는 모습이 담겼다.

지난 25일 초병이 공포탄을 쏜 뒤 민간인이 항의하는 상황이 담긴 영상. ＜제이티비시＞(JTBC) 유튜브 갈무리

초병이 “지시 불이행하시는 줄 알고 막아섰고요”라고 말하자, 한 남성은 “그다음 행동을 보고 총을 쏴야지”라고 말했다. 승강이는 계속됐다. “욕설 안 하셨어요? 욕설을 하셔서 제가 총을 쏜 겁니다”라고 초병이 말하자, 한 남성은 “욕한다고 총 쏘면 안 돼, 욕을 했다고 무조건 총부터 쏘는 건 아니잖아”라고 받았다.

사건은 지난 25일 정오께 남성 3명이 오토바이 2대를 타고 제진검문소를 찾으며 벌어졌다. 이들은 ‘통일전망대에 가겠다’고 했으나 초병들은 규정상 오토바이는 출입을 제한하고, 검문소를 통과하기 위해서는 비무장지대(DMZ) 출입사무소에 미리 신청해야 하는데 아무런 신고를 하지 않은 점을 들어 출입이 불가하다고 안내했다. 초병의 안내는 고성 통일전망대 누리집에도 공지된 내용이다.

지난 25일 초병이 공포탄을 쏜 뒤 민간인이 항의하는 상황이 담긴 영상. ＜제이티비시＞(JTBC) 유튜브 갈무리

지난 25일 초병이 공포탄을 쏜 뒤 민간인이 항의하는 상황이 담긴 영상. ＜제이티비시＞(JTBC) 유튜브 갈무리

그럼에도 남성들이 지속해서 출입하겠다는 뜻을 밝히자 초병들은 지면을 향해 공포탄을 두 차례 발사했다고 군은 밝혔다. 남성들은 ‘오토바이 진입 제한을 몰랐다’ ‘초병이 과잉대응했다’고 강하게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군은 초병들이 매뉴얼에 따라 대응했다고 밝혔다. 이성준 합동참모본부 공보실장은 26일 국방부 정례 브리핑에서 “불법 출입을 제지하는 과정에서 민간인들이 초병에게 위해를 가하려고 해 초병이 법규에 의거 공포탄 2발을 하향 발사했다”며 “(초병들에게)포상 휴가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군은 남성들의 행동이 초병 위협 행위에 해당한다고 보고 군형법에 따라 조사할 방침이다.

이승준 기자 gamja@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