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투자이민 1조넘게 몰렸지만 제주에만 반짝 … 영주권 받고 먹튀도
제주 이외 지역은 파리만 날려
투자금액 5억→10억 대폭 강화
"관광지 외 소멸지역 확대해야"
◆ G5 경제강국 ◆
2010년 당시 제주도 한림읍에 들어선 라온프라이빗타운에 중국인들의 투자가 100건이나 몰렸다. 한 번에 유치한 투자 금액만 총 496억원에 달했다. 하지만 정부의 부동산 투자이민제 도입 14년째인 최근 분위기가 크게 달라졌다. 일본 방송에서 중국인 투자 열풍의 진원지로 소개되기도 했던 한림읍 일대는 외국인 투자자들의 발길이 끊긴 지 오래다.
부동산 투자이민제는 법무부 장관이 고시한 지역 내 숙박시설, 체육시설 연계 주택 등 관광·휴양시설에 5억원 이상을 투자하면 거주(F-2) 비자를 주고, 5년을 유지하면 영주권(F-5)을 부여하는 제도다.
영주권을 취득한 외국인은 건강보험·공교육 등을 이용할 수 있다. 제주도에서 시작해 인천 영종·송도·청라, 강원도 평창 알펜시아, 전남 여수 경도 해양관광단지 등 현재 5개 지역, 전국 8곳에서 시행 중이다.
부동산 투자이민제로 인한 투자는 지난 14년간 총 2000여 건 이뤄졌다. 금액으로는 1조3000억원 규모다. 총투자금액 중 95% 이상이 제주도에서 나왔다. 제주출입국·외국인청에 따르면 2010~2022년 부동산 투자이민 투자 실적은 분양 건수가 총 1915건, 금액으로는 1조2616억원에 달한다. 같은 기간 총 5366건의 F-2 비자가 발급됐다. 2013년에 도입된 공익형 투자이민제에는 꾸준히 투자가 유입되고 있다. KDB산업은행이 운영하는 공익펀드 등에 5억원 이상을 투자하면 F-2 자격을 주고 5년을 유지하면 F-5 자격을 부여하는 제도다. 2021년 11월까지 616건, 2992억원의 외자를 유치한 것으로 나타났다.
부동산 투자이민은 특히 중국인 비중이 압도적이다. 조수진 국민의힘 의원실이 법무부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5년간 투자이민제로 거주 비자나 영주권 등 체류 자격을 받은 외국인 4784명 가운데 중국인이 85.3%(4081명)에 달했다. 부동산 투자이민은 94%, 공익사업 투자이민은 그보다 낮은 70.8%가 중국인으로 나타났다.
투자 유치와 함께 양질의 외국인을 유입시키려는 방편이었지만 부작용도 만만치 않았다. 투자가 제주도에만 집중되면서 제주도 전역이 땅값 급등과 난개발 등으로 몸살을 앓았다. 반면 2011년 지정된 여수 경도 해양관광단지, 2016년 지정된 강원도 정동진 지구 등은 10년 넘게 투자 계약이 단 1건도 없었다.
부동산 쇼핑으로 영주권만 챙기고 한국에 거주하지 않거나 투자금까지 나중에 회수하는 '먹튀' 논란도 컸다. 법무부가 올해부터 투자 금액을 5억원에서 10억원으로 대폭 강화한 것도 부동산 투자이민제의 부작용을 차단하기 위해서다. 특히 영주권은 지방선거 투표권까지 이어진다. 현재 투자이민을 받는 선진국의 경우 호주와 뉴질랜드는 한 번의 투자가 아닌 4년간 꾸준히 20억~25억원가량 투자한 사람만을 대상으로 한다.
서성수 영산대 부동산대학원장은 "주로 관광특구에 지정되는데 이를 인구소멸지역 등으로 확대 적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양세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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