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자이크 코리아] "한국서 창업" 5300명 몰렸지만 … 비자발급은 2%도 안돼
비자 문턱에 창업이민 발목
미국은 혁신성 위주로 평가
韓 "실적 있나" 규정만 따져
IT인프라 등 다른 여건 뛰어나
e러닝플랫폼 창업 베트남 CEO
"韓서 성공땐 글로벌사업 기회"
◆ 모자이크 코리아, G5 경제강국 ◆
체이노스글로벌은 인공지능(AI)과 블록체인 기반 이러닝 플랫폼과 각종 소프트웨어 서비스를 제공하는 유망 IT 스타트업이다. 삼성전자의 글로벌 챗봇 서비스 개발에도 참여할 정도로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 2017년 한국에서 창업한 토종 스타트업인데 창업자는 베트남 출신 토니 곽 대표(40)다. 최근 일본, 미국, 호주 등에도 지사를 세우며 영역을 확장 중이다.
곽 대표는 "한국에 온 해외 유학생들을 만나면 꼭 한국에 남아서 비즈니스 기회를 찾으라고 말한다"며 "한국에서 성공하면 더 많은 글로벌 사업 기회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한국형 이민사회 구축을 위해선 외국인 근로자를 통한 인력난 해소와 함께 국내 첨단산업을 일굴 외국인 전문인력 확보가 시급하다. 특히 한국의 IT인프라와 결합한 외국인들의 기술창업이 차츰 늘어나면서 한국의 창업생태계 확산에도 힘을 보태고 있다.
기술과 창업 아이디어가 있는 외국인은 일종의 임시 비자인 기술창업준비(D-10-2) 비자로 6개월간 한국에 머무르면서 창업을 준비할 수 있다. 국내외 지식재산권을 보유했거나 창업이민종합지원시스템(OASIS·오아시스) 교육과정을 이수한 이들이 대상이다. OASIS에 참여하는 외국인들은 2015년만 해도 200여 명에 불과했지만 작년에는 총 5376명으로 늘었다.
글로벌창업이민센터 관계자는 "우수한 기술 기반의 창업자를 지원하기 위한 과정으로 여러 비자로 창업이 가능하다"며 "실제 창업을 한 외국인의 숫자는 이보다 더 많다"고 전했다.
창업에 성공해 법인을 설립하고 특허 출원과 함께 OASIS 과정에서 일정 점수를 취득하면 기술창업(D-8-4) 비자로 갈아탈 수 있다. 이후 3년 이상 국내 체류요건을 갖추면 영주권(F-5-24)을 받아 완전히 한국에 정착하게 된다. 실제 한국에서 단순히 근로자에 머물기보다는 최고경영자(CEO)로서 종업원을 두고 있는 외국인들이 부쩍 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5월 기준 국내 체류 외국인 중 피고용인을 둔 고용주는 1만5400명으로 전년(1만2400명)에 비해 24.2% 늘었다.
여행객 세금환급을 디지털 서비스로 제공하는 업체 이노뱃은 작년 7월 본사를 런던에서 서울로 옮겼다. 일리야 멜쿠모브 창업자(27)는 "금융기반 앱을 개발하는 입장에서는 한국은 중요하면서도 아주 큰 시장"이라고 말했다. 한국의 관광 산업이나 K컬처, K패션 등에서 가능성을 봤기 때문이다. 내년에는 한국 직원을 10명 이상 늘린다. 터키 출신 사업가 오시난 글로벌 비즈니스 얼라이언스(GBA) 회장은 "한국에서 자신의 사업을 하는 외국인 사업가와 창업가 등 사회 지도층으로 분류할 수 있는 외국인들의 숫자는 현재 약 2만명 수준으로 향후에는 더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GBA는 670여 명의 외국인 사업가와 창업 준비자, 외교 사절 등을 회원으로 둔 비영리 법인이다.
이처럼 외국인들의 창업 생태계가 확대되고 있지만 갈 길은 멀다. 기술창업비자가 도입된 2013년 이후 10년이 다돼가지만 실제 발급 수는 100여 건에 불과하다. 연간 10~20건 수준이다. 국내 스타트업이 3만4000여 개에 달하는 것에 비춰보면 미미한 수준으로 외국인 창업비자에 대한 요건 완화가 시급하다.
실제 D-8-4 비자를 받으려면 학사 이상 자격을 갖고 법인을 설립했거나 적어도 설립 절차를 진행 중이어야 한다. 점수제 시스템인 OASIS도 특허나 디자인 등 지식재산권 점수가 높아야 해서 부담이 크다. 비자를 받더라도 1년마다 갱신해야 하고 그때마다 사업실적을 증명해야 한다. 스타트업 천국으로 불리는 미국 실리콘밸리 등에서 지식재산권이나 사업실적이 아닌 혁신성과 사업성 위주로 평가해 비자를 발급하는 것과 대조적이다. 김종훈 한국산업기술진흥협회 이사는 "핵심기술 분야의 외국인 전문인력이 국내에 정착할 수 있도록 비자 제도를 개선하고 복잡한 행정절차를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의료관광 매칭프로그램을 서비스하는 '서울 가이드 메디컬'의 캐나다 출신 토미 메디나 대표(42)는 2002년 한국의 월드컵 열기에 반해 한국으로 건너와 창업에 뛰어들었다. 그는 "한국은 그 어느 나라보다 살기 편하지만 외국인으로서 유일한 단점은 비자 문제"라며 "오랫동안 한국에서 사업을 하고 세금을 꼬박꼬박 냈는데도 정착 비자를 받는 데 오랜 시간이 걸렸다"고 지적했다.
[이새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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