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별 나눠먹기식 변질땐 균형발전 효과 기대 어려워
대도시로 '빨대효과' 부작용도
◆ 공공기관 이전 연기 ◆
2차 수도권 공공기관 이전을 앞두고 1차 이전 효과에 대한 객관적 평가부터 선행돼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국토 균형 발전이라는 목표는 일부 달성했지만 공공기관 경쟁력 약화, 직원 만족도 저하 등 각종 부작용을 노출했기 때문이다. 1차 이전의 경제적 효과를 두고도 전문가마다 의견이 엇갈려 2차 이전 방향성을 세워야 할 정부는 혼란스러운 상황이다.
28일 매일경제 취재를 종합하면 2차 공공기관 지방 이전을 앞두고 국토교통부가 국토연구원, 관련 교수 등과 간담회를 열어 1차 이전과 관련한 성과 평가를 진행했다. 국토부에 따르면 1차 이전은 2012년 말 국토교통인재개발원의 제주혁신도시 이전을 시작으로 약 7년간 진행돼 2019년 마무리됐다. 혁신도시로 112곳, 세종시로 19곳, 그 외 지역으로 22곳 등 총 153개 기관이 지방으로 둥지를 옮겼다. 기관이 이동하며 함께 옮겨간 인원은 줄잡아 5만2000명에 달한다.
국토연구원은 2020년 8월 '혁신도시 15년 성과 평가와 미래 발전 전략' 보고서를 통해 혁신도시 정책의 성과를 평가했다. 이 보고서에서 국토연구원은 "공공기관 지방 이전과 혁신도시 건설로 수도권 인구 집중 속도가 완화됐다"고 평가했다. 공공기관 지방 이전으로 수도권과 비수도권 인구가 역전되는 시점이 8년가량 늦춰지는 효과가 있었고, 혁신도시에서 수도권으로 유출되던 인구가 순유입으로 전환됐다는 것이 국토연구원의 분석이다. 또 국토연구원은 2019년 말까지 혁신도시로 1704개 기업이 신규 입주하고, 2012년부터 5년간 일자리가 11만개 증가한 것을 근거로 "공공기관 지방 이전으로 지역 산업 구조의 경쟁력이 강화됐다"고 평가했다.
반면 민간에서는 공공기관 지방 이전 효과와 관련해 다른 의견도 나온다. 김헌민 이화여대 행정학과 교수 연구팀은 최근 발간한 '공공기관 지방 이전 규모와 지역 경제 성장의 관계에 대한 연구' 논문에서 "혁신도시 정책이 지역 경제 성장에 긍정적으로 기여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평가했다.
김 교수 연구팀은 공공기관 지방 이전 전후 국내총생산(GDP) 대비 지역내총생산(GRDP) 비중 등을 분석했다. 그 결과 공공기관을 지방으로 이전한 뒤 GDP 대비 지역 GRDP와 수도권 GRDP 대비 지역 GRDP가 오히려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방 이전 이후 지역 경제가 전체 국가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오히려 줄어든 셈이다. 연구팀은 "공공기관 이전이 오히려 대도시가 주변 중소도시의 인구와 경쟁력을 흡수하는 '빨대 효과'를 불러왔다"며 "안정적인 경제 성장을 위해서는 인적 자본이 지역에 정착할 수 있도록 더 효과적인 투자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문윤상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공공기관 지방 이전의 효과 및 정책 방향' 보고서를 통해 공공기관 지방 이전의 일자리 증가 효과와 인구 분산 효과를 분석한 바 있다. 그는 보고서에서 "제조업과 지역 서비스업을 중심으로 일자리가 증가한 측면은 있지만, 지역 발전에 더 크게 기여할 지식기반산업 고용은 유의미하게 늘어나지 않아 지속 발전에 한계를 보였다"고 지적했다. 문 위원은 매일경제와 통화에서 "혁신도시는 기존 도심과 거리가 멀리 위치한 곳이 많아 투자가 집중적으로 필요한 지식기반산업 등이 발전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2차 공공기관 이전과 관련해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문 위원은 "공공기관 지방 이전은 잘만 추진하면 좋은 정책이 될 수 있다"며 "지역별로 공공기관을 고르게 분산하는 것이 아니라, 제대로 된 혁신도시를 만들겠다는 의지를 갖고 도시를 집중 육성하는 이전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김유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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