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표심 노린 공기업 유치전에…정부 "의견수렴 더 필요"

김유신 기자(trust@mk.co.kr) 2023. 6. 28.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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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기관 이전대상 발표 늦춰

◆ 공공기관 이전 연기 ◆

정부가 애초 올해 6월 안에 하려던 공공기관 2차 지방이전 기본계획 발표를 미룬 것은 그만큼 관련 당사자들의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28일 관련 부처와 지방자치단체 등에 따르면 국토교통부는 올해 초부터 최근까지 지자체장들로부터 공공기관 이전에 대한 의견을 듣는 자리를 30차례 넘게 마련했다.

또 국토연구원 주관으로 권역별 간담회도 세 차례 개최해 1차 이전에 대한 성과를 평가하고, 2차 이전계획의 방향성을 논의했다. 이 같은 공론화 과정에도 불구하고 국토부는 공공기관 이전의 방향성을 좌우할 기본계획조차 세우지 못했다. 계획을 섣불리 발표하면 이해관계자 간 갈등이 표면화해 내년 총선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동기 대통령 직속 국가균형발전위원장은 이날 매일경제와 통화에서 "공공기관 지방 이전을 둘러싸고 분위기가 과열돼 시간을 두고 준비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우 위원장은 길게는 총선 이후로 일정을 미룰 수도 있다는 점을 시사했다. 그는 "정치 일정과 맞물리면 당사자들 합의를 이끌어내기 어려울 수 있다"며 "합리적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일정을 미룰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정부가 가장 우려하는 것은 일부 공공기관에 대한 지자체 유치 경쟁이 과열 양상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아직 지방으로 이전하게 될 공공기관 명단이 확정되지 않았는데도 시도별로 수십 개씩 공공기관 이전 목표를 내걸었다. 여기에 금융·에너지 업종 등 지역 경제에 파급효과가 클 것으로 예상되는 공공기관은 여러 시도에서 동시에 유치를 희망하고 있어 의견 조율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매일경제가 각 지자체의 공공기관 유치 목표를 종합한 결과 한국마사회, 한국환경공단, 한국공항공사 등 영향력과 상징성이 있는 기관 20곳 이상에 대해 4곳 이상 시도에서 동시에 유치를 희망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에 대해서는 7개 시도가 동시에 "우리 지역으로 반드시 이전해야 한다"며 국토부에 의견을 전달한 것으로 파악됐다.

일부 지자체는 유치 희망 공공기관에 직접 접촉을 시도한 것으로 파악됐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수도권 공공기관을 방문해 지방 이전과 관련한 내부 직원들 의견을 듣고, 만약 우리 지역으로 오면 어떤 이점이 있는지 설명하는 자리를 마련했다"고 말했다.

수도권 소재 공공기관 직원들은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한 정부 출연 연구기관 관계자는 "만약 지방 이전이 확정되면 관련 연구설비를 이전하는 비용도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며 "출연기관 직원 상당수는 박사급인데 지방으로 이전하게 되면 인력 유출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지방 이전을 피할 수 없다면 가장 유리한 조건을 제시하는 지역으로 이전하겠다는 움직임도 감지된다. 한 공공기관 관계자는 "지자체별로 기관이 이전할 때 지원해주는 수준이 상이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만약 이전이 결정되면 직원들이 정착할 수 있도록 최대한 지원해주는 지역으로 가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지역 내 혁신도시와 비혁신도시 간 갈등도 격화되는 양상이다. 현행 국가균형발전특별법에서는 수도권 공공기관 지방 이전을 추진할 때는 혁신도시 활성화를 목표로 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를 근거로 혁신도시 지자체는 지역 거점 조성을 위해 혁신도시로 더 많은 공공기관이 이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혁신도시가 아닌 지자체는 그동안 공공기관 이전에 따른 수혜를 받지 못한 만큼 형평성을 고려해달라는 입장이다.

지난달에는 비혁신·인구 감소 도시인 18개 시군이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인구가 줄고 있는 지역에 공공기관을 우선 배치해 지방인구 소멸과 구도심 공동화를 막고 지방도시 기능을 활성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회에서도 의원마다 자신의 지역구로 공공기관을 이전하기 위한 물밑 경쟁이 치열하게 펼쳐지고 있다. 김수흥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신규 이전하는 공공기관은 혁신도시가 아닌 인구가 감소하는 지방 강소도시로 이전하는 내용을 담은 '지방 강소도시 육성 특별법'을 발의했다. 엄태영 국민의힘 의원도 공공기관 이전 시 혁신도시와 비혁신도시를 나누지 않고 모든 지역으로 이전하도록 하는 '혁신도시 조성 및 발전에 관한 특별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정부는 노조 움직임도 주시하고 있다. 혁신도시로 이전한 공공기관 노조 연합체인 전국혁신도시노조협의회는 최근 발표한 성명서에서 "1차 이전에 대한 평가와 공론화 절차가 없는 졸속 2차 지방 이전 계획을 즉각 중단하라"고 밝혔다.

다만 이 같은 갈등에도 불구하고 공공기관 지방 이전은 수도권 집중화 현상을 완화하는 데 기여하는 측면이 있기 때문에 계속 추진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서종국 인천대 도시행정학과 교수는 "수도권으로 모든 것이 집중되는 상황에서 정부가 아무 노력도 기울이지 않으면 양극화는 해소되기 어렵다"며 "공공기관의 지방 이전은 이런 불균형을 해소하는 방안 중 하나가 될 수 있다. 지방으로 이전한 직원들의 정주여건을 개선하기 위한 다각적 노력이 더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김유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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