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문승현 주태국 대사, 통일부 차관 내정···‘교류협력 대신 대북 압박’ 통일부 역할 바뀐다
“남북관계는 더이상 없다는 의미” 비판 제기
문승현 주태국 대사가 차기 통일부 차관에 내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 출신이 통일부 차관을 맡게되는 것은 통일부 출범 이후 처음이다. 차기 통일부 장관에도 김영호 성신여대 교수가 유력한 상황이다. 장관에 이어 차관까지 외부 인사로 충원하면서 통일부 역할을 남북 화해·협력보다는 북한인권 문제 제기 등 대북 압박 중심으로 대거 바꾸겠다는 의도로 평가된다.
28일 경향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문 대사가 김기웅 현 통일부 차관 후임으로 내정된 것으로 전해졌다. 문 대사는 외교부 북미국장과 박근혜 정부 청와대 외교비서관 등을 역임한 정통 외교관이다.
통일부 외부 인사가 차관을 맡는 것은 1998년 김대중 정부에서 통일부가 출범한 이후 처음이다. 통일부 전신인 통일원까지 고려하면 김영삼 정부 시절인 1996년 외교관 출신 김석우 차관이 임명된 후 27년 만이다.
이번 인사를 두고 윤석열 대통령이 통일부 기능과 성격을 대대적으로 바꾸겠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남북대화와 교류협력에 관한 정책의 수립, 통일교육 등 통일부 고유업무에도 커다란 변화가 올 것으로 보인다. 통일부가 중심적 역할을 해온 남북 대화·협력보다 국제사회와 함께 북한을 압박하는 현 정부의 ‘강 대 강’ 기조를 더욱 강화하겠다는 뜻이다.
대북 강경보수 인식을 드러내 온 김영호 교수가 장관으로 유력하게 거론되는 것도 이러한 흐름의 일환이다. 통일부 안팎에선 “통일부의 남북관계를 바라보는 시각과 일하는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꾸려는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윤 대통령은 그간 북한을 적으로 규정하며 통일부에 대북 강경 대응을 주문해왔다. 윤 대통령은 지난 4월 북한 노동당 통일전선부의 대남 간첩 행위를 거론하며 “통일부도 대응 심리전 같은 것들을 좀 준비해둘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지난 3월에는 “앞으로 북한 퍼주기는 중단하고 북한에 핵 개발을 추진하는 상황에서는 단돈 1원도 줄 수 없다는 점을 확실히 하라”고 지시했다.
문 대사가 통일부 차관에 임명되면 국제사회와 공조해 북한인권 문제를 매개로 북한을 압박하는 역할이 통일부 핵심 업무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보인다. 외교관 출신으로 통일부 내부 사정에 밝진 못해도 국제사회와 협력하는 데 장점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윤 대통령은 지난 1월 통일부 업무보고에서 “ 북한인권 문제는 인권 그 자체를 넘어서 우리 국민, 또 전 세계 사람들이 실상과 북한의 정치·사회 상황을 알고 공유한다는 게 더 중요하다”고 강조한 바 있다.
일각에서는 윤 대통령의 이러한 인사가 남북 대화·협력·교류 등 통일부 본연의 기능을 훼손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총장은 기자와 통화에서 “윤석열 정부가 대북·통일정책을 대외정책의 하위 개념으로 두고 통일부를 국가정보원 또는 외교부 산하 기구로 대하는 것”이라며 “남북관계는 더 이상 없다는 것으로 대화와 협상을 강조하는 인물이 활동할 공간은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박광연 기자 lightyea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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