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영훈 지시 없었다"…선거법 위반 사건 최초 피고발인 '선 긋기'
"사단법인 위해 활동했을 뿐…직접 보고? 역할 피력 차원"
(제주=뉴스1) 오미란 기자 = 공직선거법 위반 등의 혐의로 오영훈 제주특별자치도지사과 나란히 재판에 넘겨진 모 사단법인 대표가 법정에 증인으로 출석해 "오 지사의 지시를 받은 바는 없다"고 선을 그었다.
제주지방법원 제2형사부(재판장 진재경 부장판사)는 28일 오후 공직선거법 위반,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오 지사 등 4명에 대한 제7차 공판을 열고 공동 피고인인 A씨에 대한 증인신문을 진행했다.
오 지사의 중·고등학교, 대학교 후배인 A씨는 국비와 지방비 등 사업비 총 72억원이 투입된 대규모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제주의 한 사단법인 대표로, 이번 사건과 관련해 지난해 5월30일 수사기관에 최초로 고발된 인물이다.
고발자는 제주특별자치도 선거관리위원회였다. 도 선관위는 A씨가 공식 선거운동기간 전인 같은 달 16일 법인의 직무와 관련한 행사를 명목으로 오영훈 당시 더불어민주당 제주도지사 선거 후보 선거사무소에 사람들을 모이게 한 뒤 사실상 선거운동을 했다고 판단했다.
현재 검찰은 이 사건 피고인들이 캠프 정책조정팀 간사인 A씨 사단법인의 조직과 거래관계를 이용해 도내외 11개 업체를 '제주지역 상장기업 20개 만들기 협력 업무협약식'이라는 행사에 동원하고, 이를 공약 추진실적으로 홍보하는 방법으로 사전 선거운동을 했다고 보고 있다.
특히 검찰은 이 과정에서 A씨가 지난해 6월 공동 피고인인 모 경영 컨설팅 업체 대표 B씨에게 컨설팅 용역 계약대금 명목으로 지급한 사단법인 자금 540여만 원이 오 지사를 위한 정치자금이었던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A씨는 이날 공판에서 혐의를 부인했다.
A씨는 문제의 협약식 행사가 오 당시 후보의 정치활동을 위해 준비한 행사가 아니냐는 검사의 질문에 "전혀 아니다"라며 "협약식 행사를 열자고 캠프에 제안한 첫 번째 목적은 저희들(사단법인)에게 좋기 때문"이라고 했다.
행사 제안 문건에 '선거 관련 기대 성과'라는 문구를 직접 기재한 이유를 묻는 질문에 대해서는 "오 당시 후보가 협약식에 참석할 필요가 있다고 캠프를 설득하기 위한 명분이었을 뿐 오 당시 후보나 캠프를 위한 것은 아니었다"고 재차 선을 그었다.
A씨는 이어 B씨와의 컨설팅 용역 계약대금 명목으로 협약식 개최비를 사단법인 자금으로 처리한 데 대해서는 "저희가 부탁하는 입장인데 캠프가 비용을 부담하는 건 맞지 않다고 판단해 그렇게 결정했다"며 "당시 캠프는 비용 지급이 어려운 형편이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이에 재판장이 A씨에게 "설득이 효력이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느냐"고 물었는데, A씨는 "어느 정도 가능할 것이라고 판단했다"고 답했다. 이를 두고 재판장은 "사실상 (협약식이) 캠프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는 것 아니냐"고 꼬집기도 했다.
A씨는 행사 제안 문건에 앞서 캠프 단체채팅방에 공유한 예산 분석 자료에 '오영훈 요청 자료'라는 문구를 기재한 데 대해서도 "오 당시 후보가 직접 지시한 자료가 아니라 공부모임 중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 자료에 대해 캠프 관계자와 논의 후 제가 작성해 넘긴 것"이라고 했다.
캠프 관계자를 거치는 통상적인 절차와 달리 해당 자료를 오 지사에게 직접 전달한 데 대해서는 "캠프에서 어떤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 그렇게 했다"고 답했다.
제8차 공판은 다음달 12일 열릴 예정이다.
한편 오 지사와 나머지 피고인인 정원태 도 서울본부장, 김태형 도지사 대외협력특보는 지난해 4월 선거캠프에 당내 경선에 대비한 '지지선언 관리팀'을 설치한 뒤 △교직원 3205명 △121개 직능단체 회원·가족 2만210명 △2030 제주청년 3661명 △제주대 교수 20명 등의 지지선언을 공약과 연계시키고 동일한 지지선언문 양식을 활용해 보도자료로 작성·배포하는 등 법률상 허용되지 않는 당내 경선운동을 벌인 혐의도 받고 있다. 현재 B씨를 제외한 오 지사 등 4명은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다.
mro1225@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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