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 SF작가 베르베르 "AI 발달로 문학의 질도 높아질 것"(종합)
"내년 한국에 번역되는 최신작 소설, 이순신 장군서 영감"
(서울=연합뉴스) 김용래 기자 = "이번이 아홉번째 방한인데 제게는 한국 방문이 일이 아니라 즐거움입니다. 한국 독자들은 참 미래지향적이에요. 한국에서 제 책들이 성공을 거둔 것은 순전히 독자들 덕분입니다."
'개미', '타나토노트' 등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SF 소설들을 써낸 프랑스 작가 베르나르 베르베르(62)가 '개미'의 한국어판 출간 30주년을 맞아 신작을 들고 방한했다. 그는 28일 서울 광화문 인근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오랜 시간 변함없이 자기 작품들을 사랑해준 한국 독자들에게 거듭 감사의 뜻을 표했다.
'개미'를 필두로 한 베르베르의 작품들은 한국에서 30년간 총 30종 57권이 출간됐다. 전 세계에서 3천500만부가 팔렸는데 이 가운데 1천만부가량이 한국일 만큼 그의 작품들은 한국 독자들에게 인기가 좋다.
"처음에 제가 한국 왔을 때 한국 편집인(열린책들 홍지웅 대표)이 어린 딸을 소개해줬는데 그 소녀가 지금 이렇게 성장해서 편집인(열린책들 홍유진 이사)이 됐죠. 하하."
베르베르가 들고 온 신작 '꿀벌의 예언'은 꿀벌이 사라지자 제3차 세계대전까지 발발한 참혹한 미래를 엿본 주인공 르네가 이를 막기 위해 시간을 여행하며 벌이는 모험을 통해 역사와 시간, 현재를 사는 우리의 책임에 대해 묵직한 질문을 던지는 작품이다. 베스트셀러 '개미'와 비슷하게 사회조직을 구성해 집단으로 살아가는 꿀벌을 소재로 한 점이 가장 큰 특징이다.
작가는 "사회조직을 구성해 일종의 도시와 도로까지 짓는 사회적 동물에 항상 관심이 있었다"면서 "우리가 꿀을 먹는 순간엔 벌들이 세운 문명을 미각으로 탐험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꿀벌의 예언'의 주인공 르네는 꿀벌이 사라지고 인류 멸종의 위기가 닥친 30년 뒤의 지구를 목격한 뒤 미래를 바꾸기 위해 시공간을 넘나드는 모험을 떠난다. 작가는 중세 시대에 활약했던 성전기사단이 21세기에 벌어진 세계대전을 끝낼 비밀이 적힌 예언서를 가지고 있다는 설정 등 역사적 상상력을 곁들여 흥미로운 역사 판타지 소설을 창조했다.
"제가 알기로 우리가 먹는 과일과 채소의 70%가 꿀벌의 활동을 통해 열매를 맺는 식물입니다. 꿀벌에게 고맙다고 인사해도 모자랄 판에 꿀벌이 살충제 등 환경오염으로 사라지고 있지요. 이런 꿀벌이 인간에게 매우 중요한 존재라는 걸 상기시키기 위해 이 작품을 썼습니다."
그는 챗GPT 등 인공지능(AI)의 발달로 문학, 특히 SF 문학의 질이 높아질 것이라는 전망도 했다.
베르베르는 "현재 AI는 이미 이뤄진 것에 한해서만 생각할 능력이 있다"면서 "가령, 베르베르가 '개미'를 썼던 방식으로 그 후속작을 써보라고 명령하는 것이 가능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세상의 어떤 AI도 제가 다음 소설을 어떤 내용으로 구상하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AI의 발달로 이제는 서로 모방하는 작가들, 독창성 없이 그저 그런 작품을 쓰는 작가들은 설 자리를 잃으리라 봅니다. 전체적으로 AI의 등장이 문학의 질을 높이고, SF 장르는 더 그렇게 될 것 같아요."
베르베르는 프랑스에서 이미 출간되고 내년 국내 번역출간 예정인 최신작 소설이 이순신 장군에게서 영감을 받아 썼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한국은 러시아 중국 일본 등 강대국에 둘러싸인 어려운 지정학적 조건에서도 특유의 차분함을 유지하는 국가라는 게 큰 장점이에요. 제 작품 '왕비의 대각선'은 이순신 장군의 이야기에서도 영감을 받았습니다."
베르베르는 이번 방한 때는 한국 독자들에 대한 감사의 뜻으로 서울, 경기, 부산 등지에서 강연회를 하고 독자들과 함께 강원도 원주와 제주 여행을 떠나는 등 다채로운 이벤트도 준비 중이다.
"많은 독자가 제 작품을 읽어주시고 저는 작가로서 꿈을 이미 이뤘다고 생각합니다. 문학으로 명예를 추구하는 건 제 관심사가 아니죠. 제 유일한 관심은 대중, 특히 젊은 대중에게 작품으로 다가서기입니다."
yongl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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