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오염수 공포에 스강신청 '뚝'…청담 오마카세도 매출 '반토막'

양윤우 기자 2023. 6. 28.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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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낮 서울 강남구 청담동에 있는 한 고급 스시(초밥) 오마카세(맡김 차림) 식당.

이날 식당을 방문한 30대 여성 박모씨는 "코로나19 시기에는 한달 전부터 '예약 전쟁'을 치러야 오마카세를 갈 수 있었다"며 "지금은 전날 예약해도 자리가 많이 남아있다. '스강신청'은 옛말"이라고 말했다.

청담동 오마카세 업주 이씨는 "국민의 불안심리를 일부 정치인들이 정치적으로 이용하고 있는데, 말로만 민생을 생각한다고 하면서 자영업자들은 안중에도 없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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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오후 1시쯤 서울 강남구 청담동 한 스시 오마카세 /사진=양윤우 기자

28일 낮 서울 강남구 청담동에 있는 한 고급 스시(초밥) 오마카세(맡김 차림) 식당. 세계적으로 권위있는 여행안내서인 미슐랭 가이드에 소개될 정도로 유명한 맛집이지만 이날은 점심시간인데도 9석 가운데 3석이 비어있었다.

주방장 A씨는 "1~2달 전부터 예약이 확 줄기 시작했다"며 "후쿠시마 오염수 논란으로 해산물을 기피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날 식당을 방문한 30대 여성 박모씨는 "코로나19 시기에는 한달 전부터 '예약 전쟁'을 치러야 오마카세를 갈 수 있었다"며 "지금은 전날 예약해도 자리가 많이 남아있다. '스강신청'은 옛말"이라고 말했다.

'스강신청'은 인기 있는 초밥집 예약이 마치 대학 수강신청처럼 치열하다 해서 생긴 말이다. 하지만 일본 정부의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를 앞두고 커진 수산물에 대한 불안 심리로 해산물 음식점의 인기가 급전직하하고 있다.

청담동에서 또 다른 고급 초밥 오마카세를 운영하는 이모씨(39세·남)는 "5월부터 경기 침체와 오염수 괴담이 맞물려 매출이 40% 이상 줄었다"며 "2019년 노재팬(No-Japan) 불매운동 이후 최대의 위기"라고 말했다.

이씨의 가게는 청담동에 오픈한지 약 8년째다. 이씨의 가게 역시 1주일 전 예약을 해야 겨우 식사할 수 있을 정도로 인기가 많았지만 최근에는 평일 당일 방문도 가능하다.

단골 손님이 없어 매출이 안정적으로 나오지 않는 신생 오마카세 업체들은 10% 할인이나 무료 주류 반입 이벤트 등을 해 손님을 모객하고 있다. 실제로 한 식당 예약 애플리케이션에는 10만원이던 저녁 코스 가격을 5만9000원까지 대폭 할인하는 스시 오마카세 가게도 나왔다.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를 앞두고 일본산 수산물 유입에 따른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지난 23일 새벽 서울 노량진 수산시장 내 경매장에서 시장관리 직원이 경매에 앞서 일본산 활어의 방사능 수치를 측정하고 있다. 방사능 측정값을 나타내는 CPS는 Counts Per Second 약어로 단위, 초 당 방출 하는 방사선 신호의 개수를 의미하며 식약처가 허용한 기준치는 3.0CPS 이하다. 시장 관계자는 “최근 일본산 수산물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는 현실을 고려해 경매장·판매장에서 더욱 꼼꼼히 확인하고 있다"며 시중에 유통되는 수산물의 안정성을 강조했다. /사진=뉴스1

고급 오마카세 식당뿐 아니라 일반 횟집도 직격탄을 맞았다. 서울 성동구에서 한 횟집을 운영하는 업주는 "지난달에는 웨이팅도 있었던 가게가 이번 달부터는 매출이 절반 이상 줄었다"며 "주변 횟집 사장들은 벌써부터 업종 변경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친구들 조차도 해산물을 당분간 '안 먹는다'고 한다"며 "최소 1년은 해산물 기피현상이 이어질 것 같다"고 했다.

인천 동구에서 횟집을 운영하는 사장 이모씨도 "20년 동안 이곳에서 장사했지만 코로나19 시기보다 평일 기준 손님이 더 없다"며 "개인적으로 오염수가 해산물을 오염시킨다고 생각하진 않지만 손님들은 심리적으로 불안해 한다"며 "오염수 방류가 시작되면 회와 작별하기 전에 많이 먹으러 오고 있다는 손님들도 있었다"고 말했다.

22일 오전 서울 동작구 노량진수산시장이 손님 없이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사진=양윤우 기자

해산물 도매업도 힘들기는 마찬가지다. 노량진 수산시장은 텅텅 비어있는 수준이다. 노량진 수산시장 20년차 상인 B씨는 "지난 4월부터 매출이 40% 넘게 줄었다"며 "불경기가 1년은 가지 않을까 생각된다"고 토로했다.

자영업자들은 이른바 '오염수 공포'로 인한 해산물 소비 심리 둔화가 2008년 5월부터 시작된 광우병 사태 때 만큼 장기화하지 않을까 전정긍긍하는 모습이다. 한국경제연구원이 집계한 광우병 당시 관련 업종 피해액은 최대 3조7000억 원에 달했다.

허경옥 성신여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과거 광우병 사태가 터졌을 때 한동안 미국산 소고기를 안 먹었던 것처럼 건강에 대한 우려 때문에 2~3년은 불안 심리가 지속될 것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청담동 오마카세 업주 이씨는 "국민의 불안심리를 일부 정치인들이 정치적으로 이용하고 있는데, 말로만 민생을 생각한다고 하면서 자영업자들은 안중에도 없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양윤우 기자 moneysheep@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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