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르는 종목이 더 오른다?…승자독식 심해지는 美 증시[오미주]

권성희 기자 2023. 6. 28.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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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오미주'는 '오늘 주목되는 미국 주식'의 줄인 말입니다. 주가에 영향을 미칠 만한 이벤트나 애널리스트들의 언급이 많았던 주식을 뉴욕 증시 개장 전에 정리합니다.

뉴욕증권거래소(NYSE) /로이터=뉴스1

미국 증시가 올들어 큰 폭으로 뛰어올랐지만 상승세가 대형 기술주 7개에 집중돼 랠리의 지속성이 의심스럽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올해 랠리를 주도한 7개 기술주는 팡맨(FANGMAN)이라 불리는 페이스북(메타 플랫폼), 애플, 엔비디아, 구글(알파벳),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넷플릭스 등이다.

하지만 이같은 소수의 슈퍼스타 기업들이 증시 상승세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승자독식은 과거부터 있었던 현상으로 새로운 것이 아니라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다만 증시 상승세를 독식하는 슈퍼스타 기업들의 숫자가 날이 갈수록 줄어들면서 승자독식 현상은 점점 더 심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7일(현지시간) 블룸버그에 따르면 헨드릭 베셈바인더 애리조나 주립대 재무학 교수는 '1926년부터 2022년까지 주주 자산 증식'이라는 제목의 논문에서 지난 96년간 증시 수익률의 큰 부분을 차지하는 기업의 수는 이상할 정도로 적었고 이 같은 슈퍼스타 기업의 수는 점점 더 줄고 있다고 지적했다.

베셈바인더는 6년 전 애플과 엑슨 모빌 같은 기업이 동종 업체들의 주가 수익률을 압도하면서 1920년대 이후 전체 상장 주식의 4%도 안 되는 소수의 종목들이 늘어난 시가총액 대부분을 창출했다는 연구 결과로 주목 받았다.

최근 발표한 논문은 6년 전 연구를 확장한 것으로 소수 기업에 대한 증시의 편중 현상이 심화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베셈바인더는 거의 100년에 걸쳐 2만8114개 주식의 가치 변화를 계산한 뒤 무위험 자산인 국채 수익률과 비교해 주주들에게 얼마나 많은 부를 창출하거나 반대로 빼앗았는지 분석했다.

이 결과 미국 주식들은 96년간 투자자들에게 총 55조달러의 가치를 창출했고 이 가운데 거의 11%를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 엑슨 모빌, 단 3개 기업이 만들어낸 것으로 나타났다.


주목할 점은 증시에서 창출되는 부가 점점 더 소수 기업에 집중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1926년부터 2016년까지는 증시에서 창출된 가치의 10% 남짓을 차지한 기업의 수가 5개였으나 1926년부터 2919년까지는 4개, 1926년부터 2022년까지는 3개로 줄었기 때문이다.

증시에서 창출된 가치의 절반을 차지한 기업의 수도 1926년부터 2016년까지는 90개였으나 1926년부터 2019년까지는 83개, 1926년부터 2022년까지는 72개로 축소됐다.

실제로 블룸버그는 지난 10년간 있었던 강세장에서 상승세가 소수 종목에 편중돼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지 않았던 적은 거의 없다고 설명했다.

2010년대 후반 강세장에서도 랠리가 팡(FAANG: 페이스북, 애플, 아마존, 넷플릭스, 구글)에 너무 집중됐다는 경고가 있었다. 블룸버그는 이 때 이 경고를 귀담아 들었다면 투자자들은 강력한 상승세를 놓쳤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렇다면 증시에서 승자독식 현상이 꾸준하게 나타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첫째는 순이익의 규모 자체가 소수의 큰 기업에 집중돼 있기 때문이다.

블룸버그의 칼럼니스트인 니르 카이사르에 따르면 S&P500 기업의 지난 12개월 순이익과 주가 사이의 상관계수는 0.82에 달했다. 상관계수가 1에 가까울수록 더욱 비슷한 움직임을 보인다는 의미다.

둘째는 복리 효과다. 이익을 많이 낼수록 시간이 지날수록 이익이 더 빨리 쌓여가기 때문에 순이익의 규모가 큰 기업일수록 현금이 더욱 빨리 늘어나고 당연히 주가도 더 오르게 된다.

아울러 현대로 올수록 승자독식 현상이 심화되는 이유는 진입장벽이 높아지고 규모의 경제가 갖는 이점이 커지기 때문으로 보인다. 플랫폼 기업의 시장 지배력이 커지고 있는 현상이 대표적이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팡맨 7개 기업의 시가총액은 올해 4조달러가 늘었는데 이는 소형주 지수인 러셀2000지수의 전체 시총보다 47% 더 많은 것이다.

베셈바인더는 "향후 30년간 어떤 기업이 승자가 될지는 알 수 없지만 몇몇 기업이 시장을 지배할 것이라는 사실은 확신할 수 있다"며 "부의 증가가 상대적으로 소수 기업에 집중되는 현상이 더욱 강화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 "시장은 상대적으로 적은 기업들이 현금흐름의 더 많은 부분을 차지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하고 있다"며 "AI(인공지능)에서 돈을 버는 기업이 더 큰 몫을 차지할까? 그럴 가능성이 있지만 더 이상은 알 수가 없다"고 덧붙였다.

베셈바인더의 연구 결과는 액티브 투자를 해야 하는지, 패시브 투자를 해야 하는지 고민을 던진다. 미래의 슈퍼스타 기업을 골라낼 수만 있다면 액티브 투자는 놀랄만한 수익을 안겨줄 것이다. 하지만 기업을 잘못 선정한다면 폭망할 수도 있다.

어떤 기업이 미래의 시장 지배자가 될지 예측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에 그냥 시장의 대표 지수에 패시브 투자하는 것이 중간은 가는 전략이라는 주장도 있다.

중요한 것은 향후 수년간 가장 성장 잠재력이 높은 것으로 주목받는 AI시장에서도 승자가 될만한 기업에 대한 쏠림 현상이 더욱 극심하게 나타날 수 있다는 점이다. 다시 말해 오르는 기업이 더 오르는 현상이 강화될 수 있다는 뜻이다.

권성희 기자 shkwo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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