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S2023] 글로벌 우주 기업들 “스페이스X 독점 깨야 우주 산업 건강해진다”
발사체 임무·서비스’ 주제 토론 열려
스페이스X 독점 깨기 위해 위성 궤도 셔틀, 발사체 소형화 등 다양한 전략 제시
스페이스X가 우주 발사체 시장을 독점하다시피 지배하고 있는 상황에서 후발 주자들이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주요 고객층인 위성 서비스 기업의 요구를 충족할 수 있는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스페이스X는 재사용 우주선을 세계 최초로 상용화하면서 민간 기업이 우주 개발을 주도하는 뉴스페이스 시대를 열었지만, 우주산업 생태계를 더욱 풍성하게 하려면 새로운 접근 전략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로켓팩토리 아우크스부르크(RFA)와 모멘투스, 이노스페이스, 페리지에어로스페이스 등 국내외 우주발사체 기업 관계자들은 28일 오후 제주 서귀포 그랜드 조선 제주에서 열린 ‘인터내셔널 스페이스 서밋2023(ISS2023)’에서 ‘발사체 임무·서비스’를 주제로 토론을 진행했다.
장 필립 디보 로켓팩토리 아우크스부르크 영업부장은 “뉴스페이스 시대가 열렸지만 발사체 기업들은 여전히 거대한 어려움을 마주하고 있다”며 “스페이스X가 산업 전체를 사실상 독점하고 있고, 이는 발사체 산업이 건강한 생태계가 아니라는 의미”라고 말했다.
스페이스X는 재사용할 수 있는 발사체 팰컨9과 미 항공우주국(NASA)의 적극적인 지원 아래 우주 탐사 임무를 독점하고 있다. 민간 발사체 시장에서도 대부분 위성이 팰컨9을 이용하고 있어 사실상 독점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발사체 업계에서는 스페이스X의 독점으로 인해 업계 전체가 침체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를 하고 있다. 알렉스 드로슬러 모멘투스 미션디자인 디렉터는 “뉴스페이스 시대 진입과 함께 위성을 이용해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산업이 급격히 발전했다”면서 “현재 스페이스X를 통해서 위성을 쏘기 위해서는 4~6개월을 기다려야 하는 상황인데 그동안은 수익을 낼 수 없고 이는 산업 발전을 늦추는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스페이스X가 지배적인 지위를 가진 시장에서 후발주자들이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가격 경쟁보다는 특화된 서비스를 제공할 필요가 있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입을 모았다. 저렴한 비용으로 발사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스페이스X가 해결하지 못하는 고객들의 수요를 충족하는 맞춤형 서비스를 개발해야 한다는 것이다.
드로슬러 디렉터는 “발사체 산업은 지난해에만 8%의 고도성장을 이뤘다”며 “이는 대형 발사체 서비스에서 소규모·고빈도 발사체 서비스로 산업 추세가 이동하면서 이룬 성과”라고 평가했다.
모멘투스는 발사체에서 사출한 위성을 임무 궤도로 옮겨주는 셔틀을 개발하는 미국의 스타트업이다. 발사체는 여러 종류의 위성을 싣고 발사하더라도 특정 고도에서만 위성을 사출할 수 있다. 이는 여러 궤도에서 활동해야 하는 위성을 싣지 못한다는 의미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별도의 추진 장치가 있는 셔틀을 이용해 고객이 원하는 다양한 궤도로 위성을 옮겨주는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전략이다.
국내 발사체 개발 기업인 이노스페이스도 다양한 규격의 발사체를 통해 맞춤형 서비스 시장을 공략한다는 전략을 제시했다. 이노스페이스는 탑재 중량이 서로 다른 3개의 발사체를 개발해 위성 기업들이 필요한 임무에 따라 선택할 수 있게 할 예정이다.
마샬 윈 이노스페이스 최고브랜드관리자(CBO)는 “우리가 이동할 때는 버스, 택시, 지하철처럼 다양한 선택지가 있고 상황에 맞는 합리적인 교통수단을 활용하게 된다”며 “위성 서비스 기업들이 선택할 수 있는 다양한 옵션을 제공해 우주에 대한 접근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디보 부장은 “많은 기업들이 스페이스X에 비해 저렴한 가격으로 승부를 하려고 시도하지만 우리는 이미 가격으로 경쟁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며 “고객들이 원하는 서비스를 합리적인 가격에 제공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고 분석했다.
위성 서비스 기업뿐 아니라 지역사회 시민들의 눈높이에 맞는 기술을 갖출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특히 최근 환경오염에 대한 관심이 늘면서 친환경 발사체 기술을 확보해 정부와 지역사회의 요구를 맞추면서 고객을 확보한다는 전략이다. 실제로 스페이스X가 지난 4월 스타십을 시험발사하면서 극심한 환경오염을 유발했다는 지적이 나오며 환경당국이 규제에 나선 사례도 있다.
국내 발사체 개발 기업인 페리지에어로스페이스는 환경오염 발생이 적은 액체 메탄 엔진 사용을 차별점으로 내세웠다. 김단형 페리지에어로스페이스 제주지사장은 “발사체 기업이 지속가능하려면 지역사회와의 협력도 중요하다”며 “세계 각국의 환경 규제에 맞는 기술을 확보해 전 세계 어디에서나 발사체를 쏘아 올릴 수 있다면 스페이스X가 진출하지 못한 영역을 선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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