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가격 내린 라면, 해외서 끓일 곳 찾는다
라면 제조사들이 해외 시장 개척에 속도를 높일 전망이다. 정부 압박에 따라 제품 가격을 일제히 인하한 영향으로 내수시장의 수익성 악화 우려가 커진 탓이다. 성장하는 해외 시장을 강화해 수익 방어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28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국내 라면 제조사들은 다음달 1일부로 일제히 라면 출고가격을 인하한다. 전날 농심이 신라면 출고가를 4.5%, 삼양식품이 삼양라면 등을 평균 4.7% 각각 인하한다고 발표했고, 이날 오뚜기와 팔도도 라면류 제품을 평균 5%, 5.1% 각각 인하하기로 했다. 필수소비재로 손꼽히는 라면은 가격탄력성이 낮아 가격을 낮추더라도 판매가 많이 증가하지 않는다. 가격을 낮추면 수익성이 낮아지는 배경이다.
가격 인하로 국내 시장에서의 수익성 악화가 예상되자 라면 제조사들은 해외 시장 강화에 골몰하는 모양새다. 국내에서 가격인하를 단행하면서도 해외 제품의 가격은 현행 유지를 기조로 하는 것은 수익성 방어를 위한 포석이다. 현지법인의 생산 판매는 국내와 수익구조가 다르고 수출의 경우 각각의 바이어와 협상을 진행해야 하지만 가격인하를 염두에 두고 협상하지 않겠다는 내부 방침을 세운 것으로 전해진다.
농심은 중장기적으로 현재 37%인 해외사업 비중을 50%까지 늘린다는 계획이다. 핵심 거점은 북미다. 농심은 지난 1분기 해외에서 벌어들인 이익 250억원 중 북미 시장에서 189억원을 거둬들였다. 원동력은 지난해 4월 가동을 시작한 북미 제2공장이다. 1공장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주문량을 수출로 대체해왔던 농심은 2공장 신설로 봉지면과 용기면을 대량생산하는 라인을 갖춰 성장의 발판을 만들었다. 농심의 북미 생산액이 2년 새 41.6% 늘어난 배경이다.
농심은 미국 시장을 추가 확대하기 위해 3공장 설립을 추진 중이다. 연말이나 내년 초에 구체화한 계획이 나올 전망이다. 농심은 수년 내 3공장이 준공되면 북미시장 라면 1위 동력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현재 북미 라면시장 1위는 일본 기업인 동양수산(도요이스산)으로 45%가량을 점유하고 있다. 농심은 27%대로 동양수산에 이어 2위로 추격 중이다.
올해 매출 1조 클럽 진입을 목표로 하는 삼양식품은 해외 시장 공략을 가속한다. 삼양식품은 지난해 909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는데 이중 6057억원이 해외에서 발생했다. 이미 상반기에 수출 호조로 역대 최고치인 5000억원을 넘어선 것으로 전해진다. 1분기 내수시장 매출은 전년대비 1.6% 줄어든 876억원을 기록했지만 연결 포함 해외시장 매출은 1579억원으로 39.6% 증가했다. 삼양식품은 농심과 달리 국내에서 만들어 수출한다. 밀양 신공장 가동률이 1분기 기준 48.8%로 하반기 수출 확대의 여지가 있다.
삼양식품은 올해 인도네시아 성장에 사력을 다할 계획이다. 지난 4월 일본, 중국, 미국에 이어 4번째 해외 판매법인을 세웠다. 최근 인도네시아에 불닭볶음면을 시식한 배우와 유튜버 영상이 엄청난 조회수를 기록하며 인기를 누리고 있어 시장의 반응도 좋다는 평가다. 삼양식품은 2017년 인도네시아 할랄 인증기관 무이(MUI)로부터 할랄 인증을 받는 등 기반을 닦아왔다.
인구 2억8000만명의 인도네시아는 중국에 이어 세계 2번째 라면 소비국으로 87%가 무슬림이다. 세계라면협회(WINA)에 따르면 인도네시아는 2021년 기준 132억7000만개를 소비했다.
오뚜기는 라면 애호가인 방탄소년단(BTS)의 진을 모델로 해외시장 공략을 강화한다. 진을 내세워 1분기 라면 수출액이 사상 최대치인 2억800만달러를 기록한 것에 고무된 분위기다. 특히 오뚜기는 베트남에 공을 들이고 있다. 2018년 하노이에 설립한 박린공장이 생산의 핵심이다. 진라면을 간판으로 열라면, 북경짜장, 라면사리 등을 생산 중이다. 베트남의 연간 라면 소비량은 1인당 87개로 세계에서 가장 자주 라면을 먹는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2분기 원가 인상 요인이 많았음에도 불구하고 가격인상이 늦어지면서 수익성 악화로 이어졌던 상황이 재현될 수 있다"며 "수익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해외 사업 강화는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말했다.
지영호 기자 tellme@mt.co.kr 유엄식 기자 usyo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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