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생 시대...외국인 노동자들이 귀화하고 싶은 환경 만들어야"
"이주 노동자에 대한 한국의 입장은 '선택'이 아닌 '필요'의 단계에 접어들었다. 어떻게 해야 한국 노동시장이 이주 노동자들에게 매력적으로 다가갈 수 있을지를 우선 논의해야 한다."
이재호 국제이주기구(IOM) 정책담당관은 2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2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인구위기, 외국인 노동자 정책의 문제점과 상생 방안' 포럼에 나서 이같이 말했다. 이날 포럼은 더불어민주당 초저출생·인구위기대책위원회가 주최했다.
앞서 민주당 초저출생·인구위기대책위원회는 지난 20일부터 3차례에 걸쳐 인구위기 극복을 위한 방안을 논의했다. 이날 개최한 4차 포럼에선 저출생과 인구위기에 대응해 국내 외국인 노동자 관련 정책의 문제점을 발굴하고 개선방안을 모색했다.
민주당 초저출생·인구위기대책위원회 위원장을 맡은 김상희 의원은 이날 포럼에 앞서 "인구감소가 가속화됨에 따라 노동시장의 인력 부족 문제는 발등에 떨어진 불"이라며 "수많은 업종이 외국인 노동자들이 없으면 유지할 수가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이어 "제도를 제대로 갖추지 않고 외국인 인력 고용만 확대하면 비싼 사회적 비용을 치르게 될 것"이라며 "인구 감소에 따라 외국인 노동자 관련 정책을 새롭게 검토하고 성찰하며 수립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포럼의 좌장을 맡은 고영인 민주당 의원은 "소위 '3D업종(더럽고-Dirty, 어렵고-Difficult, 위험한-Dangerous)'에 어떻게 외국인 노동자들을 투입할까 접근했던 것이 이제는 저출생 시대에 이민자 정책을 어떻게 생각해야 하는지 접근해야 한다"며 "기존 외국인 이민자 정책은 한계에 도달했다. (이주 노동자들이) 서로 와서 살고 싶고 귀화하고 싶은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의 필요에 따른 노동(정책)이 아니라 숙련된 노동자들로의 성장, 가족들과 함께 할 수 있는 노동 환경 마련 등 적극적인 정책으로 전환하지 않으면 우리는 도태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발제를 맡은 이 정책담당관은 인구 감소 문제는 세계 여러 국가가 동일하게 겪고 있는 문제라며 이주 노동자 유치를 위한 '경쟁'의 시대에 들어서고 있다고 했다.
이 정책담당관은 "앞으로 나아가야 할 노동 이주 정책에 방향에 대해 고민할 때 정책과 제도적 측면과 더불어 국가 제반 환경과 사회적 분위기가 이주 노동자들이 '한국으로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 수 있게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 정책담당관은 일본과 독일의 사례를 들었다. 그는 "일본은 이직과 가족 초청이 불가하고 특정 기간 체류 후 귀국해야 하는 등 제약이 있던 '기능 실습제도'를 폐지하고 이주 노동자에게 더욱 친화적인 제도를 도입하려 한다"며 "독일의 경우 정부 차원은 물론 시민들도 난민 수용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며 이주 친화적인 국가로 인식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 정책담당관은 고용허가제와 계절근로자 프로그램 등 현행 이주 노동자 제도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 정책담당관은 "이제는 변화하는 한국 사회에 맞춰 제도를 어떻게 발전시킬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하는 시기"라며 "단순 한국어 능력만이 아닌 이주 노동자의 관련 산업 지식 및 경험에 맞춰 사업장을 매칭한다면 더욱 긍정적인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고용허가제를 개선해야 한다는 의견은 토론에서도 이어졌다. 이영 남양주 외국인복지센터 센터장은 "현행 고용허가제가 사업장이동 제한과 구직활동 정보 미제공 등과 같은 과도한 규제로 미등록 체류를 양산하고 있다"며 "고용허가제에서 발생하는 미등록 체류자의 문제를 해소하지 않고 이주노동자의 취업 체류 기간과 업종만을 확대하는 것은 '밑 빠진 독에 물을 붓는 격'"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 센터장은 "단기에서 장기로, 비숙련에서 숙련으로 외국인력 도입과 관리체계에 대한 총체적 구축이 재편돼야 한다"고 밝혔다.
박천응 국경없는마을 이사장도 "이제는 이주 노동의 시대가 아니라 이민의 시대다. 어떻게 인구를 확보하느냐가 굉장히 중요한 시대"라며 "고용허가제를 폐지하고 노동 허가제 입법을 추진해 다층적 외국인력 시장의 재조성이 필요하다"고 했다.
포럼에서는 이주 노동자에 대한 정부의 통합적인 관리체계 구축이 필요하단 의견도 나왔다.
또 다른 발제를 맡은 조영희 이민정책연구원 연구교육실장은 "단순노동을 하는 외국인력의 관리마저도 (정부) 부처별로 분산돼있고 칸막이가 심하다"며 "외국인력을 유용하게 활용하지 못하는 구조적 문제가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조 실장은 "현장의 노동 인력 부족 문제 해결에만 집중하면 희망 수요는 항상 높고 공급은 부족할 수밖에 없다"며 "부문별로, 직능별로 어떻게 인력을 공급할 것인지 적절성에 대한 검토가 정부 차원에서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또 조 실장은 "이민 정책은 새로운 인구를 확보하며 그 인구를 우리 사회가 어떻게 잘 정착하게 하고 도움이 되게 할 것인가에 대한 문제"라며 "외국인력의 양적 확대를 넘어 질적 확대를 이루고 사회통합을 아우를 수 있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했다.
조 실장은 법무부의 이민청 설립 추진에 대해서도 "법무부가 모든 걸 할 수는 없지만, 현재 여러 부처로 분산돼서 하는 (이주 노동자 관련) 업무들을 어떻게든 하나의 방향으로 이끌어갈 수 있는 프로그램이 중요하다"며 "어떤 기관이 만들어지고 지방자치단체와 역할을 조율할 수 있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조 실장은 국회 차원의 공론장 형성을 강조했다. 조 실장은 "독일과 덴마크 같은 선진국에서는 이미 의회에 (인구 문제와 관련한) 상설위원회가 있다"며 "(이주 노동자) 문제에 대해 전문가들이 보고하는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국회 '인구위기특별위원회(인구특위)' 같은 위원회가 상설특별위원회로 갔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민주당 초저출생·인구위기대책위원회는 저출생에 따른 인구 위기에 대응하고자 지난 2월2일 출범했다. 위원회는 김상희 위원장, 최종윤 간사, 남인순·박광온·이학영·한정애·유동수·조승래·강선우·고영인·권인숙·김영배·김회재·신현영·양경숙·양기대·유정주·이수진(비례)·천준호·최강욱·최혜영·한준호·허영 위원 등 총 23인으로 구성됐다.
박상곤 기자 gonee@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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