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24시] '호구' 기분 안기는 '꼼수할인'
"원재료 가격이 올랐다는 핑계로 메뉴 정가는 껑충껑충 올리면서, 어쩌다 한 번씩 하는 할인 행사에는 온갖 조건을 다 걸지 않나. 고객들을 '호구'로 본다는 인상을 줄 바에야 차라리 그런 할인 이벤트는 안 하는 게 낫다." 외식업계의 '꼼수할인' 논란을 취재하며 들었던 지인들과 업계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의견이다. 미처 몰랐던 사례를 기사를 통해 알게 되고 뒤늦게 화가 났다는 반응도 있었다.
꼼수할인은 양상도 제각각이다. 교촌치킨은 '멤버십데이 최대 4000원 할인'을 내걸었지만 메뉴·최소 주문액·멤버십 등급 등 깨알 같은 조건이 가득하다. 배달의민족은 고객할인쿠폰을 발행한 점주들에게 쿠폰 가액의 50%를 지원하겠다고 했지만, 쿠폰 사용 기간보다 이벤트 기간이 짧아 점주들이 부담을 떠안는 혼선도 빚어졌다. 피자나 통조림 가격을 내리면서 크기나 용량을 줄이는 등 경우도 다양했다. 지난해 원자재 가격이 뛸 때 벌어졌던 '슈링크플레이션(제품 용량을 줄이는 사실상의 가격인상책)'과 유사한 모양이다.
원·부자재 가격과 더불어 인건비·관리비 등이 모두 올라 무작정 가격을 깎기는 어렵다는 기업들의 하소연은 일리가 있다. 불경기에 지갑 사정이 어려워진 게 개인의 일만은 아닐 것이다. 또 모든 할인 행사에는 기업이 나름대로 설정한 조건이 붙는다. 할인은 기업의 자율적인 결정이고, 마케팅의 일환이기 때문이다. 다만 생색만 내고 아무것도 내주지 않으려는 듯한 이미지를 만드는 것은 아닌지 되돌아봐야 한다. 얕은꾀를 쓰는 기업으로 낙인찍힐 바에야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도 방법이다. 협력업체들에 일방적으로 비용을 전가하는 방식도 이제는 사라져야 마땅하다.
1920년대 미국에서 소비자운동을 주도한 경제학자 스튜어트 체이스는 '당신이 지불한 돈의 가치'라는 책에서 소비자들에게 "상업광고에 속아 물건을 사들이지 않도록 의심하는 태도를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100여 년이 흘러 이 '소비자정신'은 상식이 됐다. 기업들도 어설픈 할인보다는 상생의 정신으로 소비자들을 대하길 기대한다.
[박홍주 컨슈머마켓부 hongju@mk.co.kr]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친구는 주고 나는 왜 안 줘”...65세 어르신, 뿔난 이유 살펴보니 - 매일경제
- “몸보신 하려다”…‘대장균’ 득실득실, 이 사골육수는 먹지마세요 - 매일경제
- “급매물 사라졌다”…일주일만 3억 뛴 단지 등장에 송도 ‘술렁’ - 매일경제
- 제주 광어 떼죽음… ‘펄펄’ 끓는 바다를 어쩌나 - 매일경제
- 메가스터디 회장 “킬러문항 만든건 MB와 文정부…없애도 혼란 없어” - 매일경제
- 배달비 아끼려 직접 갔는데 포장비 2500원 내라는 ‘황당 식당’ - 매일경제
- ‘벌써 7일째’ 주차장 막고 잠적하더니…경찰에 “車 빼겠다” 뜻 밝혀 - 매일경제
- “서로 살고싶다고 난리”…수변공원에 초고층 스카이라인 ‘강북판 압구정’ - 매일경제
- “다시 파킹하세요”…하루 맡겨도 최고 연 5% 저축은행 파킹통장 - 매일경제
- 병원 세 군데서나 크로스 체크했는데…NC·AG 좌완 에이스, 끝내 피로골절 재발 판정 “3~5주 안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