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물단지로 전락한 명물들...거북선 운명은 '폐기' [앵커리포트]
경남 거제시 조선해양문화관 광장에 있는 대형 거북선입니다.
이 거북선 모형은 길이 25.6m, 폭 8.67m, 높이 6.06m에 달합니다.
이 거북선은 곧 유명을 달리할 예정입니다.
어떤 사연이 있을까요?
이 거북선은 경상남도가 지난 2010년 16억 원의 예산을 들여 만들었습니다.
1592년 임진왜란 때 모습을 그대로 재연했다고 해 '1592 거북선'으로 불렸습니다.
그런데 제작 단계부터 문제가 생겼습니다.
제작 업체가 '금강송'을 쓰겠다는 계약을 어기고 80% 넘게 외국산 목재를 쓴 것이 드러났기 때문입니다.
이른바 '짝퉁 논란'이 불거진 건데, 관리도 문제였습니다.
애당초 바다에 전시할 계획이었지만, 배 안으로 바닷물이 스며들고 흔들림이 심해 이듬해 육상으로 끌어올렸습니다.
이후 거제시가 인수했지만, 방부 처리 등이 부실해 목재가 썩고 뒤틀려 보수하는 데만 1억5천만 원이 들었습니다.
부실시공으로 애물단지 신세를 면치 못한 겁니다.
거제시는 더 관리하기 어렵다고 판단해 매각 절차에 나섰고
8번의 입찰 끝에 지난달 말 겨우 154만 원이라는 헐값에 팔렸지만, 낙찰자가 인도를 포기했습니다.
무게 백 톤이 넘은 거북선을 옮길 방법을 찾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주인 없는 신세가 된 거북선은 흉물로 방치되다가 12년 만에 결국 잿더미가 될 예정입니다.
거제시는 나무는 불태우고, 금속은 고물상에 판매할 계획이라는 데,
해체와 소각에만 2천만 원이 넘는 비용이 또 들 것으로 보입니다.
지역 대표 명물로 계획했다가 흉물이 된 사례는 또 있습니다.
광주에는 한때 세계최대 크기로 기네스북에 올랐던 '희망 우체통'이 있는데, 이 역시 쓰레기가 쌓이는 등 관리 문제로 방치되다 사용이 중단됐습니다.
5억 원을 들여 만든 43톤 규모의 충북 괴산 '초대형 가마솥'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가마솥에 밥을 지어 함께 나누며 화합하자는 취지로 제작했지만, 이후 딱히 용도를 찾지 못해 10년 넘게 방치됐습니다.
짝퉁 논란을 넘어 잿더미 신세가 된 거북선부터 뻘쭘하게 10년씩 방치된 가마솥까지
충분한 주민과의 소통과 세심한 경제성 검토도 없이
그저 지자체장들의 업적 쌓기용 사업에 무분별하게 혈세만 낭비되면서
명물은커녕 '지역을 대표하는 흉물'로 전락하고 말았습니다.
YTN 백종규 (jongkyu87@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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