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 판결문] 국힘 한무경, '무속인 관여' 의혹 CBS에 정정보도 패소

CBS 상대 정정·손배청구서 국힘 한무경 의원 패소
法 "언론사에 허용된 범위 내의 의혹제기·의견표명"
CBS 기자 상대 공직선거법위반 형사고소도 불송치

[미디어오늘 윤유경 기자]

원고 : 한무경 국민의힘 의원.
피고 : CBS미디어캐스트, CBS미디어캐스트 대표, CBS 기자 2인.
사건 : 정정보도 및 손해배상 청구소송.
주문 : 法 “원고의 피고들에 대한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 소송비는 원고가 부담한다.”
선고일 : 2023년 6월15일.
1심 재판부 : 서울남부지법 민사15부 재판장 이진화, 장천수, 이현우.

한무경 국민의힘 의원이 과거 자신이 대표로 재직한 회사에 관해 '무속인 관여' 의혹을 보도한 CBS를 상대로 정정보도 및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으나 패소했다. 한 의원은 CBS 보도가 명예를 훼손했다고 주장했으나 법원은 인정하지 않았다. 한 의원 측은 CBS 기자 등을 형사 고소했으나 경찰은 혐의없음으로 불송치 결정했다.

서울남부지법 민사15부(재판장 이진화)는 지난 15일 한 의원이 CBS미디어캐스트, CBS미디어캐스트 대표, CBS 기자 두 명을 상대로 제기한 1억 원의 손해배상 및 정정보도 청구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소송비용도 원고인 한 의원이 부담하라고 했다. 한 의원은 2020년 4월 총선에서 국민의힘(당시 미래한국당) 소속으로 당선됐고 대선을 앞두고 윤석열 선거대책위원회 정책본부에서 활동한 바 있다.

한 의원이 문제 삼은 보도는 지난해 1월19일자 <[단독] 尹선대위 한무경 의원 회사, '건진법사' 소속 종파 재단에 1억 출연> 기사다. CBS는 한 의원이 대표로 있었던 '효림에이치에프'가 '건진법사'로 알려진 전아무개씨가 소속된 불교 종파의 사회복지법인 '연민복지재단'에 1억 원을 출연했다는 사실을 보도했다. CBS에 따르면 연민복지재단 설립자는 '한국불교 일광조계종'으로 알려져 있다. CBS는 일광조계종 소속 승려로서 재단의 재무이사를 맡고 있는 A씨가 국민의힘 선거대책본부에서 활동했다는 의혹이 있는 무속인인 '건진법사'의 스승으로 알려진 인물이라고 전했다.

CBS는 “한 의원은 현재 선거대책위원회 정책본부에서 활동 중이다. 지난해(2021년) 8월 윤석열 후보의 대선 준비 조직인 '국민캠프'에 산업정책본부장으로 조기 영입됐다가 부동산 불법 의혹에 휩싸이면서 해촉되기도 했다”며 “무속인 전씨가 윤석열 대선 캠프에서 활동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커진 가운데, 캠프에 참여한 한(무경) 의원의 회사가 관련 재단에 거액을 출연한 사실이 더해지면서 '무속인 관여' 의혹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한 의원은 재판 과정에서 오로지 저소득층과 약자를 지원하고자 자금을 출연했고, 출연이 이뤄진 시점은 윤 대통령이 대선 후보자로 출마한 시점보다도 훨씬 이전인 2017년 하순경이라며 출연은 윤 후보가 출마 당시 무속 신앙에 심취해 있었다는 등의 '무속 논란'과는 전혀 무관하다고 주장했다. 한 의원은 이런 주장을 담은 정정보도문과 반론보도문을 CBS 노컷뉴스 온라인에 게재할 것과 자신이 무속인과 관련 있다는 기사 내용 일부분을 삭제하라고 청구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기사를 자세히 살펴보더라도 한 의원이 운영하던 회사가 후원한 재단의 재무이사 A씨가 건진법사의 스승으로 알려진 인물이라는 사실 등을 밝혔을 뿐 여기서 더 나아가 한 의원이 출연을 한 것과 윤석열 후보 선거대책위원회에서 활동할 수 있게 된 것 간에 대가관계가 있다는 점을 미뤄 판단할 만한 사정에 관해 서술하고 있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재판부는 “기사는 비교적 객관적으로 확인 가능한 사실을 밝히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는 것으로 보이고, 사실관계에 비춰 윤석열 선거대책위원회 '무속인 관여' 의혹이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는 전망만을 덧붙이고 있을 뿐”이라며 “기사가 다소 독자들에게 한 의원이 무속 신앙과 관련돼 있다는 인상을 풍기는 측면이 있대도 이는 언론사에 허용된 범위 내의 의혹 제기 내지 의견 표명에 해당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했다.

재판부는 한 의원이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CBS 기자들이 한 의원 명예를 훼손했다고 인정하기 부족하다며 한 의원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기사 게재 위법성을 전제로 한 손해배상 청구도 기각했다.

한 의원 측은 CBS 기자들을 공직선거법위반 혐의로 고소했지만 서울양천경찰서는 지난해 6월30일 “기사 내용이 허위 사실에 해당한다고 단정할 수 없다”며 혐의없음으로 불송치 결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