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주석중'이 남긴 교훈 … 의대 정원확대 반대 명분 없다 [사설]
지난 16일 주석중 서울아산병원 심장혈관흉부외과 교수가 불의의 사고로 세상을 떠나자 추모 행렬이 이어졌다. 명절에도 환자를 돌보고, 응급환자에게 곧바로 달려가기 위해 병원에서 도보 10분 거리에 거처를 둔 그였다. '대체 불가능한 의사'로 불리던 그의 죽음으로 필수의료 시스템의 현주소도 재조명됐다. 특히 주 교수 연구실에 버려진 라면 스프들은 식사할 시간조차 내기 힘들어 생라면으로 끼니를 때워 가며 일했던 열악한 환경을 보여주는 것 같아 안타까움을 더했다.
대한심장혈관흉부외과학회에 따르면 내년부터 신규 배출되는 전문의(21명)보다 은퇴하는 전문의(32명)가 많아진다. 지난 10년간 폐암, 심장 수술은 각각 33.8%, 70% 늘었고 고령화도 진행되고 있어, 의료진은 현재보다 적은 인력으로 더 많은 수술을 감당해야 한다. 소아청소년과·응급·지방의료 공백을 메울 대책도 시급하다. 필수 의료 수가를 파격적으로 올리고, 전공의 수련 과정을 개편해야 하는 이유다.
18년째 3058명으로 동결된 의대 정원 확대도 결론을 내야 한다. 우리나라 임상의사 수는 인구 1000명당 2.5명(2020년 기준)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3.7명)에 훨씬 못 미친다. 한국개발연구원(KDI) 추계에 따르면 2050년 부족한 의사 수는 2만2000명에 달한다.
의사 부족과 의료 쏠림으로 국민 건강권이 위협받고 있는데도, 의료계는 여전히 비협조적이다. 의대 정원 확대 쪽으로 정부와 의견을 모아 가던 대한의사협회는 27일 돌연 논의 중단 검토로 돌아섰다. 정부가 환자단체와 전문가 의견을 듣겠다는 데 반발한 것인데, 의대 정원 확대 논의를 의사단체와만 해야 한다는 것은 명분 없는 억지다.
주 교수는 8년 전 병원 소식지에 '환자가 극적으로 회복될 때 힘들었던 모든 일을 잊는다. 비록 개인사 없는 하루하루를 보내지만, 지금의 삶이 늘 고맙다'라는 글을 남겼다. 응급환자가 '뺑뺑이'를 돌다 골든타임을 놓치고, 수술할 의사가 없어 치료 기회를 잃는 환자가 생기더라도 의사들의 밥그릇부터 챙기라는 것이 주 교수가 남긴 교훈은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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