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은경 전 청장 “지금은 의료 대응 컨트롤 타워 등 미래 준비하는 시기”
한국과 일본 모두 코로나19 유행 상황에 공공병원이 적극적인 역할을 하다가 환자가 급증한 후 한계를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양국에는 신종 감염병에 대비해 공공병원 역할 확대·개편이 필요하다는 과제가 제시됐다. 특히 한국은 일본보다도 공공병원의 규모나 기능이 약해 추가 개선이 필요하다는 제언이 나왔다.
질병관리청과 국립중앙의료원 중앙감염병병원은 28일 오후 서울 노보텔 앰배서더 서울 동대문 호텔에서 ‘미래 신종감염병 대비 권역완결형 의료대응체계 강화 토론회’를 열었다. 이날 토론회는 한국과 일본이 코로나19 대응, 그중에서도 지역 단위 의료대응 경험을 공유하는 자리였다. 코로나19 유행기에 질병관리청장을 지낸 정은경 분당서울대병원 감염정책연구위원이 패널토론 좌장을 맡았다. 정 전 청장은 “지금은 미래를 준비하는 시기”라고 했다.
일본도 한국과 마찬가지로 코로나19 발생 초기 공공병원이 환자를 전담해 수용했다. 일본에서 ‘지자체 병원의 경영혁신’을 주로 연구하는 이세키 토모토시(伊関友伸) 성서대 경영학부 교수는 이날 발제에서 “일본에서는 도도부현(한국의 광역지방자치단체)이 운영하는 ‘지자체 병원’의 병상이 전체의 14.5%(공공병원 20.5%)로 민간병원(56.6%)보다 적지만, 코로나19 초기에 적극적으로 나섰다”면서 “지자체 병원의 존재 의의가 여기에 있다”고 말했다.
일본에서는 크게 8번의 대유행이 일어났는데 후반부 유행 규모가 커졌을 때는 지자체 병원의 병상이 부족해 환자가 집에서 자가치료를 하는 사례가 발생했다. 나중엔 민간병원 병상을 동원하기도 했지만 근거가 부족해 어려움이 있었고, 코로나19 유행기에 병상 확보를 의무화하는 내용의 법률 개정이 이뤄졌다.
발제자로 나선 김연재 국립중앙의료원 중앙감염병병원운영센터장은 “한국에서도 유행 초기부터 공공병원에서 환자를 전담했고, 코로나 환자 점유율 90% 이상을 지속했다”면서 “환자가 급증한 다음에는 공공병원에서 중환자 진료역량이나 병상 수가 부족해 대응이 어려웠다”고 했다. 김 센터장은 “전문가 자문을 받아보니, 한국의 코로나19 대응에서 가장 큰 문제는 컨트롤타워가 없고, 그렇다 보니 의사소통이 잘 안 되고 그로 인해 환자나 병상 관리가 효율적으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이었다”고 전했다.
코로나19 유행 초중반 대응을 이끌다 2022년 5월 퇴임한 정 전 청장은 패널토론에 좌장으로 참석했다. 정 전 청장은 모두발언에서 “이제 코로나19를 3년 반 가까이 대응을 하면서 (위기경보를) ‘심각’ 단계를 ‘경계’ 단계로 낮추면서 회복을 준비하고 또 미래 대비를 준비를 하는 그런 시기인 것 같다”고 말했다.
정 전 청장은 “저희가 코로나19 대응하면서 제일 어려웠던 게 의료대응 부분이었다”면서 “굉장히 대규모의 호흡기 환자에 대한 격리, 중증치료 대응 체계가 부족했었기 때문에 이런 의료 대응 컨트롤타워나 전달 체계를 어떻게 확립하느냐가 앞으로 미래 감염병 대비해서는 굉장히 중요한 요소”라고 말했다. 정 전 청장은 정부가 현재 미래 신종감염병 대비를 위한 권역 완충형 의료대응 체계를 구축하는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현재 질병청은 5개 권역 감염병전문병원을 중심으로 ‘권역완결형 의료대응체계 구축’ 시범사업을 하고 있다. 이를 토대로 인력·장비, 병상 자원 확보·배분·조정, 환자 의뢰·이송체계, 의료인력 실무교육 계획 등을 포함한 신종감염병 의료대응계획을 수립할 예정이다.
토론에서는 “일본 공공병원이 민간보다 적다고 해도 한국보다는 많고 보통 400병상 이상의 병상 규모를 가지고 있고, 한국의 대학병원급의 의료를 제공하고 있어 차이가 있다”며 한국의 공공병원의 진료 역량을 높일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김향미 기자 sokhm@kyunghyang.com, 민서영 기자 min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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