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기가 원전에 충돌한다면
원전공격 대비 각국의 방호대책은
야마자키 히사타카(山崎久隆) 박사는 ‘원자력시설에 대한 파괴적 행동의 의미’라는 논문에서 항공기 추락이나 대테러, 핵시설 공격 등으로 인한 원전시설의 피해 가능성을 소개하고 있다(アソシエ編集委員會, 2002). 현재 원전은 항공기 추락을 예상해 설계돼 있지는 않은 채 원전에 항공기가 추락할 확률이 100만분의 1이라고 무시할 뿐 정작 ‘의도적인 공격’에 대해서는 아무런 언급이 없는 게 문제라는 것이다. 또한 원전은 항공기 이외 주로 트럭폭탄이나 자폭하는 경우 원자로의 내부를 알면 주배관의 파괴나 ECCS(비상노심냉각장치)계통의 기능 마비가 그다지 어렵지 않다는 것이며, 내부 협조가 있을 때엔 노심 파괴도 가능하다고 본다.
미국의 민간 외교정책 싱크탱크인 CFR(The Council on Foreign Relations; 외교관계평의회)는 홈페이지(www.cfr.org/backgrounder/targets-terrorism-nuclear-facilities)에 핵시설 공격의 궁금증에 국가안보 전문가들이 다음과 같은 답을 올려놓고 있다.
테러리스트들이 미국의 원전을 목표로 삼을 수 있을까? 답은 ‘있다’는 것이다. 미국 부시 대통령은 2002년 1월 국정연설을 통해 미군이 아프가니스탄의 알카에다 자료에서 미국의 원전 사진을 발견했다고 말했다. 알카에다의 훈련 매뉴얼은 미국에서 공포를 확산시킬 수 있는 가장 좋은 목표 중 하나로 원전을 꼽았다. 미국 정부는 위협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2002년 2월, 원자력규제위원회(NRC)는 103개 원전에 테러리스트들이 납치된 비행기를 날려 보내려 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8명의 주지사들은 독립적으로 주 방위군에 원자로 보호를 명령했다.
안보 전문가들은 테러리스트들이 원자로의 고준위방사성폐기물(사용후핵연료)이 보관된 수조를 목표로 삼을 수 있다고 경고한다. 이것이 원전의 멜트다운(노심용융)보다 더 심각할 수 있는 재앙적인 화재를 일으킬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원자력규제위원회가 감독하는 민간 보안군이 지키고 있는 원전에 대한 공격이 핵폭발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나 멜트다운이나 화재 또는 인근 도시에 방사능을 내뿜는 재래식 폭발은 일으킬 수도 있다고 말한다.
만약 비행기가 원전에 충돌한다면 어떻게 될까? 답은 ‘아무도 모른다’이다. 미국 원전은 허리케인 토네이도 지진 그리고 작은 비행기 충돌에 견디도록 지어졌다. 이들 원자로의 격납벽은 일반적으로 내부 강철 라이닝이 있는 2-5피트의 강화 콘크리트로 만들어진다. 그러나 미국 원자력규제위는 9·11테러 유형의 공격, 즉 연료를 적재한 대형 여객기가 목표물에 충돌할 것이라고 예상하지 못했다. 미 원자력규제위와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미국 원전이 그러한 충격을 견딜 수 있도록 설계되지 않았다고 밝혔으며, 원자력규제위는 그러한 시나리오에서 어떤 일이 발생하는지 살펴보기 위해 발전소 설계 연구를 지시했다고 한다.
‘우크라이나 핵시설에 대한 공격이 체르노빌보다 더 큰 재앙을 일으킬 수 있을까? 그럴 수도 있다. 시뮬레이션이 보여준다(Could an attack on Ukrainian nuclear facilities cause a disaster greater than Chernobyl? Possibly, simulations show)’. 전 원자력안전위원회 위원장 강정민 박사와 에바 리소프스키 핵사고 컨설턴트가 공저로 ‘Bulletin of the Atomic Scientists(원자력과학자회보)’(2022년 3월 23일)에 올린 글의 제목이다(https://thebulletin.org).
2022년 3월 러시아의 자포리자원전의 군사공격은 핵사고 가능성에 대한 큰 우려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자포리자원전에 대한 공격이 큰 재앙을 일으킬 수 있다고 밝혔고 다른 전문가들은 그러한 공격에서 발생할 수 있는 방사선 방출의 추정치를 훨씬 더 보수적으로 밝혔다. 원전에 대한 군사공격으로 인한 잠재적 피해를 설명하기 위해, 미사일 또는 포병의 공격으로 냉각시스템이 무력화된 때 자포리자원전에서 노심용융 및 사용후연료 풀(Pool) 화재로 인한 가상방출을 시뮬레이션하고 분석했다.
이 경우 자포리자1호기의 사용후핵연료 저장조에서 발생하는 사용후 핵연료 저장조 화재에 대해 세슘 137의 저장조 재고량의 75%인 590페타베크렐의 세슘 137 방출을 추정했다. 2011년 지진과 쓰나미로 안전장치가 무력화되고 3개의 노심용융이 발생했던 일본 후쿠시마제1원전에서 일어난 것처럼 원자로냉각과 전력시스템을 포함한 원전의 안전장치를 무력화시키는 군사적 공격이 노심용융으로 이어질 수 있다. 사용후연료저장 풀의 냉각시스템이 고장나면 연료의 온도가 상승하고 냉각이 복구되지 않으면 원자로에서 제거된 지 몇 달도 안 된 사용후핵연료가 1000℃ 정도로 가열돼 연료집합체의 지르코늄피복에 불이 붙고 방사선이 방출되고 사용후핵연료로도 번질 수 있다는 것이다. 핵사고의 유형과 날씨 패턴에 따라 러시아 루마니아 벨라루스 등 최대 5개국에서 인구를 재배치해야 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스즈키 타츠지로 나가사키대학 교수(핵무기폐절연구센터 RECTA 부센터장)는 원자력발전의 전쟁위험과 관련해 ‘텐미닛’ TV편집장과 나눈 인터뷰(2022년 11월 25일)에서 원전에 미사일이 떨어질 때 어떻게 되느냐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원전의 핵연료로는 기본적으로 핵폭발은 일어나지 않는다. 그러나 우리가 경험한 체르노빌원전사고나 후쿠시마원전사고처럼 안에 들어 있는 대량의 방사성물질이 대기 중으로 확산되는 사고는 일어날 수 있다. 수소폭발은 일어나지만, 핵폭발이 일어나는 경우는 없다. 그러나 이게 심각한 사고다. 원전사고는 어떤 상황에서 일어나느냐에 따라 물론 달라지지만 원전은 시간을 두고 반응하기 때문에 반감기에 비해 긴 방사성물질이 원폭보다 많다. 그래서 환경오염에 미치는 영향도 원폭보다 오랜 기간 지속된다”.
9·11테러 이후 미국의 국립과학위원회(The National Academies), 국립공학위원회(The National Academy of Engineering), 의학협회(The Institute of Medicine), 국립연구자문회(The National Research Council)는 테러방지활동을 위한 제언을 담은 보고서를 내놓았는데 대형참사로 이어질 수 있는 테러리즘에 대응해야 할 분야 10가지 중 첫 번째가 ‘핵 및 방사능 위협(Nuclear and Radiological Threats)’을 들고 있다. 핵 위협은 핵무기가 도난당한 후 테리리스트의 손에 들어간 경우, 플루토늄이나 농축우라늄과 같은 핵물질이 도난당한 후 핵무기화하는 경우, 그리고 원자로나 방사성물질 관리시설이 공격당하는 경우 등 3가지를 상정하고 있다(원자력의 유혹, 심기보, 2008).
한편 후쿠시마사고 이후 일본에선 보수 논객들로부터도 탈원전론이 나왔다. 보수론자들의 탈원전론은 원전이 북한의 미사일이나 테러리스트의 공격목표가 되지 않도록 국토에 원전을 배치하는데 대한 국방 안전보장상의 리스크가 크다고 지적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가령 극우 만화가인 고바야시 요시노리는 일본의 원전이 테러공격에 대해 매우 취약하다며 외국인 공작원이나 옴진리교 신자가 과거 원전 작업원으로 잡입한 사실이 있다는 것, 바다를 따라 들어선 원전이 외국의 공작선에 의해 해상공격을 당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을 지적하고, 원전을 ‘잠재적 자폭핵무기’로 부르며 원전의 위험성을 지적하고 있다. 또 일본의 핵무장 가능성을 논의하는 등 일본의 대표적 우익인사인 자민당의 나카가와 쇼이치 전 자민당 정조회장은 “북한이 일본을 공격하려고만 하면 핵무기 등을 사용할 필요도 없다. 원전 어느 한곳을 미사일공격하기만 하면 된다”고 말해 중국 및 북한과 대치하고 있는 일본 동해 쪽에 원전이 30여 기가 집중돼 있는 현실에 경종을 울린 적도 있다.
최근에 일본 중의원 홈페이지에 원전관련 시설에 대한 군사공격 발생시 일본의 방호체제에 관한 국회 질의·답면이 올라와 있는 것을 봤다(https://www.shugiin.go.jp/internet/itdb_shitsumon.nsf/htm l/shitsumon/b211006.htm).
2020년 2월 9일 중의원 제211회 질문 제6호로 아베 도모코(阿部知子) 의원(입헌민주당)이 제출한 것이다. ‘원전관련 시설에 대한 군사공격이 발생했을 때의 일본 방호체제에 관한 질문 주의서’의 핵심은 이러하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의해 원전이 공격대상이 될 수 있는 사태가 발생하고 있다. 제네바협약에서 ‘원전은 설령 군사목표인 경우에도 주민 사이에 중대한 손실을 초래할 때에는 공격의 대상이 되어서는 안 된다’(제56조 1항)고 되어 있으나 일본의 원전에 대한 군사공격에 대해 ‘신규제기준 내에서 무력공격에 대한 규제요구는 하지 않았다’(2012년 3월 야마나카 원자력규제위원회 위원 답변)고 하여 논의도 현재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첫째, 일본의 원전관련 시설의 공격 영향에 대해서는 외무성 「원자로 시설에 대한 공격의 영향에 관한 한 고찰」(19983년도 위탁연구보고서)에서 분석되고 있다. 이 보고서는 1981년 이스라엘공군의 이라크 연구용 원자로 시설 폭격을 계기로 실시됐는데 후쿠시마제1원전사고와 거의 같은 상황인 ‘Ⅰ보조전원 상실’의 상황, 공격에 의한 ‘Ⅱ격납용기 파괴’, ‘Ⅲ원자로 직접파괴’라는 세 가지 시나리오로 이루어진다. 원자력재해대책특별조치법 제4조의2 ‘국가는 대규모 자연재해 및 테러리즘 기타 범죄행위에 의한 원자력재해 발생도 상정하고 이에 따른 피해를 최소화한다는 관점에서 경비체제 강화, 원자력사업소의 심층방호 철저, 피해상황에 따른 대응책 정비 및 그 밖에 원자력재해 방지에 관해 만반의 조치를 강구할 책무가 있다.’고 돼 있는데 일본의 원자력방호체제 실태와 대책은 어떠한가.
둘째, 일본에서는 국제조직범죄등·국제테러대책추진본부가 ‘원전 등에 대한 테러 미연방지대책 강화에 대하여’(2011년 11월)를 결정하고 방호조치 강화, 내부 위협대책 강화 등을 실시하고 원자력사업자가 ‘출입제한구역’을 설치하고 해수냉각펌프 등 야외의 주요설비에도 장벽 설치 등 ‘특정 중대사고 등 대처시설’을 원자로 주변에 설치하는 것이 의무화되었다. 이런 점에서 테러대책이 강구됐다 할 수 있는가, 구체적인 핵테러 대응책을 제시해 주기 바란다.
셋째, 일본의 원전관련 시설에 대한 방호체제로는 9·11테러이후 원전특별경비부대가 365일 24시간 경비를 맡고 있다. 테러발생 시 특수부대(SAT)나 긴급상황 등에 따라 자위대가 동원되도록 돼 있다. 또 유사시에는 소방, 경찰도 대응에 임한다고 인식하지만 2011년 후쿠시마원전사고 이후 자위대, 경찰, 소방 등이 피폭관리 등 어떤 대책을 갖고 있는가. 원전관련 시설에 대한 공격이 생겼을 때는, 어떠한 회의체 혹은 체제로 임하는가. 방위성, 경찰청, 소방청, 내각부나 규제청 등 다방면에 걸친 부처가 대응에 임한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어떤가에 대해 답을 주기 바란다.
이에 대한 답이 2020년 2월 21일 기시다 총리와 호소다 중의원 의장 명의로 나왔다. ‘답변서’를 요약하면 이렇다.
첫 번째 질문에 대해서는 일본 정부로서 국민의 생명 및 재산을 지키기 위해 평소보다 다양한 사태를 상정하여 필요한 검토를 실시하고 있다.
두 번째 ‘테러대책’에 대해서는 일본 정부에서 평소부터 원자력사업자, 경찰, 해상보안청, 자위대, 지방공공단체 등 관계기관이 적절히 연계하여 신속하고 정확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필요한 대책을 강구하고 있다. 원자력사업자에 대해 IAEA의 핵물질 방호권고 등 최신 국제적 지식을 바탕으로 실용발전용 원자로의 설치·운전 등에 관한 규칙(1956년)을 개정하여 방해파괴행위 등의 위협 대비를 의무화하고 있다. ‘구체적인 핵테러의 대응책’에 대해서는 이를 밝힘으로써 향후 대응에 지장을 초래할 우려가 있으므로 대답을 삼간다.
세 번째 ‘유사시’의 구체적인 상황이 반드시 명확한 것은 아니지만, ‘방위성 경찰청 소방청 내각부 규제청 등 다방면에 걸친 부처의 대처’에 관해서는 이를 밝힘으로써 향후 대응에 지장을 초래할 우려가 있으므로 답변을 삼간다. ‘원전관련 시설에 대한 공격이 발생했을 때’의 구체적인 상황이 반드시 명확한 것은 아니지만 정부 차원에서 국민의 생명 및 재산을 지키기 위해 평소부터 다양한 사태를 상정하고 관계기관이 연계하여 필요한 논의, 시뮬레이션 및 훈련을 실시하고 있다. ‘회의체 혹은 체제’로서는 무력공격사태에 이른 경우 법에 따라 사태대책본부를 설치하도록 되어 있다는 것이다. 답변은 하나마나 한 것 같으나 비공개라도 좋으니 이러한 질문과 답변이 우리나라 국회에서는 제대로 이뤄지길 바란다.
원자력정보자료실 반 히데유키(伴英幸) 공동 대표는 ‘도쿄보험의(醫)신문(2022년 4월 15일)에 기고한 ’테러·전쟁 시 원전의 위험성‘에서 무력공격에 무력(無力)한 원전에 의존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지적한다. 우크라이나에서 원전이 통제된 상태에서도 계속 가동되어야 하는 이유는 우크라이나가 15개의 원자력 발전소를 보유하고 있고 전력 수요의 약 50%를 원전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자포리자원전을 장악하려는 러시아의 목표는 전기의 생명선을 장악하는 것으로 군사적 공격은 심각한 방사능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위협이기도 하다. 사라다 도요시 일본 원자력규제위원회 위원장이 인정한 것처럼 원전은 무력공격을 예상하고 있지 않다. 반면에 원전은 매우 취약해 미사일에 의한 원자로의 파괴 또는 여러 주요시설의 동시파괴는 조기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 후쿠시마사고보다 훨씬 더 많은 방사선을 방출할 것이다. 원전에 대한 무력공격이 현실이 된 지금, 원자력에 계속 의존하는 것이 위험하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인식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현재 국제적으로 핵물질 방호와 관련해서는 ‘핵물질의 방호(Physical Protection of Nuclear Material INFCIRC/225)’라는 국제 기준이 1975년 최초로 IAEA가 제정한 게 있다. 이는 미국이 1969년에 만든 ‘원자력시설 및 물질의 방호(Physical Protection of Plants and Materials 10 CFR Part 73)’라는 핵물질 방호규제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1999년에 개정된 제4판이 최신판이다. 그리고 1987년에 발효된 ‘핵물질방호협약(Convention on the Physical Protection of Nuclear Material)’이 있는데 국제 수송 중의 핵물질 방호 등에 대해 국제기준을 정하고 있다.
도쿄해상일동리스크컨설팅㈜ 위기관리그룹 노무라유키요(野村幸代) 연구원은 이러한 전쟁·테러위협으로부터 원전을 안전하게 지키기 위해서는 각국의 체제 구축 및 국제공조 촉진을 위해 보다 강화된 국제적인 틀을 만들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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