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면 인하, 주력 제품 빼고…올릴 땐 대폭, 내릴 땐 찔끔?"

류난영 기자 2023. 6. 28. 1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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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면 인하 릴레이에도…일각서 "체감 어려워" 비판도
[서울=뉴시스] 황준선 기자 = 5일 통계청이 발표한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라면 물가가 작년 동월 대비 13.1% 상승해 글로벌 금융위기가 있었던 2009년 2월 이후 14년 3개월 만에 최대 상승폭을 기록했다. 사진은 5일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 라면 매대의 모습. 2023.06.05. hwang@newsis.com

[서울=뉴시스] 류난영 기자 = 정부가 물가 안정을 위해 대표 서민 식품인 라면 가격 인하 필요성을 거듭 강조하면서 주요 라면 업체가 전격 가격 인하에 나선 가운데 "자구 노력은 인정하지만, 가격 인하를 실제 체감하기 힘들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해 라면 업계가 원자재 가격 인상을 이유로 가격을 11% 가량 인상했는데, 인하폭은 이에 훨씬 못 미치기 때문이다. 또 매출의 상당수를 차지하는 주력 제품은 인하하지 않거나, 주력 제품을 인하했더라도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지 않다.

농심에 이어 삼양식품·오뚜기·팔도까지 라면 4사 모두 전격 라면 가격 인하에 나섰다. 라면 업계가 가격 인하에 나선 것은 2010년 이후 13년 만의 일이다.

하지만 인하를 두고 인하폭이 작아 실제 체감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라면 업계가 이번에 가격을 내리긴 했지만 2021년과 지난해 잇따라 연속으로 올렸었는데 지난해 인하 폭의 절반에도 미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올릴 땐 큰 폭으로 올리고 내릴 땐 찔끔 내렸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주요 라면 업체들은 지난해 하반기 원가 부담과 인건비 등을 이유로 라면 가격을 10% 안팎 인상한 바 있다.

지난해 9월 농심과 오뚜기가 각각 출고가를 11.3% ·11.0% 인상한데 이어 팔도도 9.8% 올렸다. 두달 뒤인 11월 삼양식품이 라면 가격을 9.7% 조정했다.

이에 따라 지난 1년 동안 라면은 13% 가량 올랐다.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 시스템에 따르면 지난달 라면 소비자물가지수는 124.04로 전년 동월대비 13.1% 상승해 2009년 2월(14.3%) 이후 14년3개월 만에 가장 큰 상승폭을 보였다.

농심은 다음달 1일부로 신라면과 새우깡의 출고가를 각각 4.5%, 6.9% 인하한다. 농심은 소매점 기준 1000원에 판매되는 신라면 한 봉지의 가격은 50원, 1500원인 새우깡은 100원 낮아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농심은 2021년에도 신라면(7.6%) 등 라면 가격을 평균 6.8% 올린데 이어 지난해에도 잇따라 가격을 올렸지만 인하폭은 이에 훨씬 못 미친다.

농심에 따르면 신라면(봉지)의 연간 매출액은 3000억원 가량으로 지난해 연간 국내 농심의 라면 매출액(1조4350억원)의 20.9% 가량이다.

1위 제품인 신라면의 가격을 내리긴 했지만, 전체 라면류 매출 비중은 크지 않다는 얘기로 소비자가 실제 체감하기 어렵다.

또 주력제품인 신라면 가격을 내리긴 했지만 너구리와 짜파게티·안성탕면 등 다른 인기 라면 제품의 가격은 인하하지 않았다.

닐슨아이큐코리아에 따르면 국내 라면 시장에서 신라면 봉지라면 판매량은 16.2% 수준이다. 농심 관계자는 "신라면·새우깡 외 다른 품목 가격을 인하하기에는 아직 부담이 있다"며 "현재로서는 추가로 인하할 계획은 없다"고 못박았다.

농심이 CJ제일제당 등 국내 제분업체로부터 공급받는 소맥분의 가격은 7월부터 5.0% 인하될 예정이다. 이로 인해 농심이 얻게 되는 비용 절감액은 연간 약 80억원 수준이다.

농심의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올 1분기 수입 소맥 가격은 1000㎏당 266달러로 지난해 말(332달러) 대비 19.9% 하락했다. 같은 기간 수입 팜유 가격도 1000㎏당 953달러로 지난해(1254달러) 대비 24.0% 줄었다.

농심은 국제 밀 가격 하락에 비해 공급 받는 밀가루 가격이 비싼 데다 다른 원자재가 오르고 있어 손실이 크다며 가격 인하 자체가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고 설명했다.

농심 관계자는 "국제 밀 가격이 인하되기는 했지만 실제로 적용받고 있는 것은 5% 정도에 불과하고 밀가루 외에 다른 원재료 가격이 오르고 있는데다 에너지 비용, 인건비, 물류비 등을 감안하면 쉽지 않은 결정 이었다"고 말했다.

또 "공급받는 밀 가격 하락으로 연간 80억원이 절약되지만 이번 신라면·새우깡 가격 인하로 매출이 200억원 줄어 120억원의 손실이 예상된다"며 "지난해 연간 영업이익이 600억원 가량이었는데 이번 가격 인하로 1개 분기 정도의 영업이익을 포기하게 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라면 업계가 전격 가격 인하에 나서긴 했지만, 주력 제품을 빼고 인하한 점도 거론된다.

삼양식품은 다음달 1일부터 순차적으로 삼양라면·짜짜로니·맛있는라면·열무비빔면 등 12개 대표 제품 가격을 평균 4.7% 인하한다.

이에 따라 삼양라면은 5입 멀티 제품 할인점 판매가 기준 3840원에서 3680원으로 4%, 짜짜로니는 4입 멀티 제품 기준 3600원에서 3430원으로 5%, 열무비빔면은 4입 멀티 제품 기준 3400원에서 2880원으로 15% 내린다.

삼양식품은 그러나 주력제품인 불닭볶음면 시리즈를 이번 인하 대상에서 제외했다.

불닭볶음면 시리즈는 삼양식품에서 가장 잘 팔리고 있는 효자 제품이다. 삼양식품의 연간 전체 매출 가운데 불닭볶음면 시리즈가 차지하는 비중이 65%에 달한다. 삼양식품의 지난해 연간 매출액은 9090억원 이었다.

반면 상대적으로 인기가 떨어지는 열무비빔면의 인하폭은 높여 평균 인하율을 높였다.

삼양식품은 이에 대해 불닭볶음면 시리즈의 해외매출 비중이 80%로 높은 편이어서 인하가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삼양식품 관계자는 "불닭볶음면은 국내보다는 해외매출 비중이 더 큰 편인데 국내와 해외 가격을 맞춰서 운영해야 하기 때문에 국내 가격 인하 시 매출에 미치는 영향이 커 쉽게 가격을 인하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오뚜기 역시 주력제품인 진라면의 판매 가격을 인하하지 않았다.

오뚜기는 다음달 1일부로 라면류 15개 제품 가격을 평균 5% 인하한다고 밝혔다. 오뚜기 관계자는 "서민 식품인 라면 가격 인하를 통해 물가 안정에 기여하기 위한 조치"라고 했다.

대형마트 판매가 기준 가격으로 스낵면 3380원(5개 포장)에서 3180원으로 5.9%, 참깨라면은 4680원(4개 포장)에서 4480원으로 4.3%, 진짬뽕은 6480원(4개 포장)에서 6180원으로 4.6% 각각 내린다. 주력제품인 진라면은 포함되지 않았다.

진라면은 오뚜기 주력 제품으로 라면류 매출 가운데 가장 높다. 오뚜기에 따르면 지난해 오뚜기의 연결기준 연간 매출(3조1833억원) 가운데 라면류가 25% 가량 차지하고 있다. 이중 진라면이 전체 라면 매출의 30%를 차지한다.

오뚜기 관계자는 이에 대해 "2010년 진라면 가격을 인하한 후 원부자재, 인건비, 각종 제반비용의 상승에도 불구하고 2021년 8월까지 10년 간 가격을 동결했다"며 "이번에 진라면을 인하하지 않더라도 타사 대비 제품 가격이 400원 가량 저렴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팔도 역시 가격 인하에 동참했다. 팔도는 '일품해물라면'·'왕뚜껑봉지면'·'남자라면' 등 11개 라면 제품에 대해 소비자 가격 기준 평균 5.1% 인하한다. 변경된 가격은 7월 1일부터 순차 적용한다.

이에 따라 일품해물라면과, 왕뚜껑봉지면, 남자라면은 1000원에서 940원으로 60원 인하된다.

팔도 역시 주력 제품인 비빔면과 왕뚜껑(용기면)은 제외했다. 팔도에 따르면 비빔면과 왕뚜껑은 각각 봉지면과 용기면 가운데 가장 잘 팔리고 있는 인기 품목이다.

팔도 관계자는 "지난해 연간 라면류 매출이 2500억원 정도에 불과해 다른 라면 업체에 비해 작은 수준이고, 영업이익도 마이너스 였다"며 "밀가루 가격이 아직 인하된 부분이 적용되지 않은 가운데 인건비, 물류비 등 기타 비용은 오르고 있는 가운데 인하를 결정한 것이어서 인기 품목까지 내리긴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you@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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