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중권, 이동관 지명 시도에 "언론정책을 총선대책으로 보나"
"MB 때 출연하던 TV 책을 말하다 프로도 폐지…좌파 많다고"
"언론장악 기술자, 중립 요구되는 자리 앉히는 게 온당하냐"
이용호 "10여년 전 같은 언론탄압 없을 것, 반복돼서도 안돼"
[미디어오늘 조현호 기자]
진중권 광운대 교수는 이동관 대통령실 대외협력특별보좌관을 방송통신위원장에 지명하려는 윤석열 대통령을 비판했다. 진 교수는 이명박 정부 당시 자신이 출연하던 프로그램이 하루아침에 폐지된 경험을 소개하며 “언론 정책을 총선 대책으로 생각하느냐”고 반문했다.
진 교수가 KBS·MBC 사장이 바뀐 뒤 TV 라디오 시사프로그램 진행자와 출연자가 모조리 교체됐던 이명박 정부 시절의 행태를 반복하겠다는 것이냐고 하자 이용호 국민의힘 의원은 그런 일은 없을 것이며 그런 과거가 반복돼서도 안 된다고 했다.
진 교수는 지난 27일 저녁 CBS 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 출연해 이동관 특보가 국정원에서 작성한 KBS 좌파 색출 문건의 배후로 드러났다는 보도와 이명박 정부 국정원장 특활비 불법 사용의 시발점이었다는 보도를 들어 “이 특보는 청와대에서 MBC 사장 불러다 조인트 까던 시절, 정권의 언론장악을 주도했던 분으로 알려져 있다”며 “적어도 언론장악 기술자로 통하는 분을 엄격한 중립성이 요구되는 자리에 앉히는 게 과연 온당한 일이냐”고 지적했다. 진 교수는 “인물이 그렇게 없느냐. 아니면 언론 정책을 총선 대책 정도로 생각하는 것이냐”고 반문했다.
진 교수는 “이런 분을 그 자리에 올려놓는다는 게 굉장히 잘못된 사고 방식”이라며 “배제해야 할 사람인데 저분들은 거꾸로 생각하는 것 같다”고 우려했다. 한국기자협회 설문 조사 결과 기자들의 80%가 이 특보 방통위원장 지명에 반대한 것을 두고 진 교수는 “상식적으로 이런 일을 해서는 안 된다”고 평가했다.
진 교수는 “지난 정권에서 방송 편향성에 문제가 있다면 자기들이 편향되지 않은 방송을 만들려고 해야지…. 그런 편향성을 낳았던 원인이 됐던 게 바로 그때 그 사건”이라며 “MBC, KBS, YTN을 장악하고 이런 가운데 그게 시발점이었는데 그걸 다시 불행한 과거를 반복하겠다는 것이고 이해가 안 간다”고 비판했다.
이날 함께 출연한 이용호 국민의힘 의원은 “청문회를 어차피 거쳐야 할 사안이고 이 특보는 (좌파 언론인 색출) 이걸 지시한 적도, 보고 받은 적도, 문건을 본 적도 없다, 이렇게 입장을 일관되게 해 오고 있”다면서 “진짜로 이 특보가 주도적으로 했는지는 청문회에서” 검증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진행자인 박재홍 CBS 아나운서가 '당시 국정원에서 작성된 라디오 시사 프로 편파 방송실태 및 고려사항, MBC 정상화 전략 및 추진 방안, MBC 좌편향 출연자 추가 퇴출 등의 문건을 보면, 우리 같은 라디오 시사 프로그램과 타 방송의 경우는 이런 상황이 재현될 수도 있겠다는 지라시도 돌고, 진행자들이 다 바뀔 것이다, 이런 얘기도 막 돈다'고 전하자 김성회 정치연구소 씽크와이 소장은 “그럼 저도 쫓겨나는 건가요”라고 묻기도 했다.
이에 이용호 국민의힘 의원은 “그래서 (언론계 등이) 겁을 내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며 “(하지만) 지금은 언론노조가 얼마나 강하냐. 언론 독립성이 보장되기 때문에 누가 온다고 해서 이 부분을 거슬러 예전 10여년 전처럼 탄압하거나 개입하거나 할 수 있는 그런 상황은 못 된다고 본다. 개입해서도 안 된다”고 답했다.
이를 듣던 진 교수는 14년 전 자신이 출연하던 KBS <TV 책을 말하다> 프로그램이 돌연 폐지됐던 경험을 소개하기도 했다.
진 교수는 “그때 황당했던 게 뭐였냐면 내가 <TV, 책을 말하다>라는 프로그램에 나갔는데, '다음주에 뵙겠습니다'라고 했고 녹화하고 왔는데 폐지가 됐다”며 “그래서 다음주에 못 뵀는데 그때 폐지 이유가 뭐냐면 (윗사람들이) 딱 보다가 '이 방송을 보니까 좌파가 많아' 그래서”였다고 설명했다.
이용호 국민의힘 의원은 반대로 “또 '이 방송은 왜 이렇게 우파가 많지' 해서 피해를 본 그런 사례가 있다”며 “언론이 정권에 상관없이 늘 중립적이고 객관적이고 공정하게 가야 되는데 과거 정부에서는 그런 게 조금씩 있었다. 그러나 이제 더 이상 그런 일이 반복돼서는 안 되겠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한편, 진 교수의 <TV 책을 말하다> 폐지 경위 주장에 대해 당시 KBS는 사실과 다르다고 부인했다. KBS는 지난 2010년 7월12일 '<TV 책을 말하다> 폐지에 대한 KBS의 입장'에서 “폐지 이유는 프로그램 노후화였을 뿐이며 출연자에 대한 호불호 때문에 프로그램이 폐지된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이야기”라고 밝혔다.
자신에 대한 불편함 때문에 KBS 경영진이 단숨에 프로그램을 폐지했다는 진 교수 주장에 KBS는 “사실과 너무나도 거리가 있는 주장”이라며 “프로그램 존폐 여부는 특정 경영진의 특정 출연진에 대한 선호 여부로 결정될 만큼 단순하지 않으며 수 년 간 KBS 대표 브랜드 가치로 자리 잡고 있던 프로그램을 단지 출연자 한 사람 때문에 폐지한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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