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테르 17세 교통 검문 중 총에 맞아 사망 …또 불거진 프랑스 경찰 폭력

박은하 기자 2023. 6. 28. 1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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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테르 등 일드프랑스 도시 밤새 폭동
멜랑숑 “권력에 통제되지 않는 경찰”
음바페 등 흑인 유명인사 애도·분노
낭테르에서 17세 아랍계 소년이 교통검문 중 경찰의 총에 맞아 숨진 사건을 계기로 27일 일어난 폭동으로 거리의 자동차가 불타고 있다./로이터연합뉴스

프랑스 낭테르에서 교통 검문에 불응해 달아난 10대가 경찰 총에 맞아 숨지면서 폭동이 일어났다. 프랑스에서 경찰 폭력 문제가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BFM TV 등에 따르면 파리 검찰청은 27일(현지시간) 낭테르에서 새벽 교통검문 중 달아난 10대를 총을 쏘아 숨지게 한 경찰관을 ‘고의적 살인 혐의’로 조사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BFM TV는 앞서 알제리계 출신인 나엘.M(17)이 무면허 상태로 다른 탑승자를 태우고 운전하던 중 경찰의 교통 검문에 불응해 도망가다 총에 맞아 숨졌다고 보도했다. 로랑 누네즈 파리 경찰청장은 “경찰관의 행위가 적절했는지 의문”이라며 사법부가 정의를 가려줄 것이라고 말했다.

AFP통신이 검증한 소셜미디어(SNS) 영상을 보면 경찰은 운전자의 머리에 총을 겨눴다 차가 출발하자 직사 거리에서 총을 쐈으며 “네 머리에 총알을 박아버리겠다”는 목소리가 들렸다고 르피가로가 보도했다. 로이터통신이 검증한 영상에서도 교통 검문을 하던 두 명의 경찰 중 한 명이 나엘의 출발 직후 총을 쏘는 모습이 담겼다.

낭테르에서는 이날 오후부터 경찰에 항의하는 폭동이 발생했다. 폭동은 나엘이 살고 있던 동네에서 시작돼 낭테르 곳곳으로 확산했다. 곳곳에서 방화가 벌어졌으며 공공기관들이 표적이 돼 지역 초등학교 한 곳이 불탔다. 분노한 시위대가 폭죽을 쏴 경찰이 도망칠 정도로 시위 현장의 분노가 뜨거웠다고 현지 독립언론 기자인 클레망 라노가 트위터에서 전했다.

폭동은 낭테르 외에도 생상드니, 콜롱베, 몽페르메이유 등 유색인종과 빈곤층이 많이 거주하는 파리 외곽 도시들에서도 번지고 있다. 경찰은 밤사이 최소 150명을 체포했다고 밝혔다.

이번 사건은 올해 들어 프랑스에서 두 번째로 발생한 경찰에 의한 치명적 총격사건이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지난해 프랑스에서 교통 검문 중 경찰의 총격으로 13명이 사망했다. 2021년에는 3명, 2020년에는 2명이었다. 피해자 대부분 흑인이거나 아랍계였다.

나엘의 가족과 가까운 지역 주민이자 반인종주의 활동가인 모르니아 랍시는 “낭테르 출신의 어머니로서 우리 아이들 안전에 불안감을 느낀다”고 로이터통신에 말했다. 프랑스 흑인 배우 오마르 시는 “사건에 대한 합당한 정의를 요구하며 나엘의 가족에게 기도를 보낸다”고 트위터에 밝혔다. 프랑스 남자축구 국가대표팀 주장 킬리안 음바페는 “나의 프랑스에 아픔을 느낀다. 용납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너무 빨리 세상을 떠난 작은 천사 나엘의 가족과 친척들을 생각한다”고 트위터에서 말했다. 음바페 역시 유색인종 비중이 높은 교외에서 자랐다.

노란 조끼 시위 이후 경찰의 무장이 강화되면서 경찰에 의한 폭력도 증가해 위험 수위로 치닫고 있다고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장 뤽 멜랑숑 굴복하지 않은 프랑스 대표는 “권력에 통제되지 않는 경찰을 기소할 기회”라고 밝혔다. 나엘의 가족도 경찰관을 고의적 살인 혐의로 고발할 계획이다.

박은하 기자 eunha999@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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