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비 문제’ 얽힌 인천 논현동 주차장 사건…‘사적 영역’이기에 관련 법 무용지물
건물 관리단 측, 일반교통방해 혐의 등으로 28일 차주 고소
‘관리비 문제’ 등 배경으로 알려져…일부 임차인 ‘관리비 냈다’, 관리단 입장은 달라
28일 오후 2시쯤 찾은 인천 남동구 논현동의 한 8층 상가 건물 지하 주차장 입구에서는 내려진 차단기를 앞에 둔 채 세워진 트랙스 1대가 눈에 띄었다.
도로에서 주차장으로 접어드는 길목에는 또 다른 차량 두 대가 섰는데, 입구가 막혀 주차장에 들어서지 못한 탓에 임시 주차한 것으로 보였다.
앞서 트랙스 차주 A씨는 지난 22일 이 건물 지하 주차장 입구에 차를 세우고 자리를 떠났다.
건물 주차장을 이용하던 이들이 불편을 겪은 것으로 알려졌으며, 건물 관리단은 28일 A씨를 일반교통방해와 업무방해 혐의 등으로 경찰에 고소했다.
경찰의 수차례 출석통보에도 응하지 않던 A씨는 이날 연락이 닿은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이 집에 다녀갔다’던 연락에도 경찰에 출석하지 않았던 A씨는 조만간 입구에 세워둔 차를 빼고 경찰 출석 요구에도 응할 것으로 알려졌다.
같은 날 오후 4시30분 기준으로 차는 아직 주차장 입구에 그대로 세워졌다.
경찰은 차량 방치가 장기화하자 지난 27일 A씨의 체포영장과 차량 압수수색 영장을 신청했었다.
하지만 검찰은 출석 통보에 불응할 염려가 있다고 보기에 이르고 범죄 혐의 입증 목적으로 차량을 압수할 이유가 없다며 기각했다.
건물 1층 벽에서는 지난 14일자로 건물 관리단이 부착한 ‘주차요금징수 공고문’이 눈에 띄었다.
관리단은 “지하 주차장 불법 주차 등 민원 발생에 따라 구분소유자들의 전유부분 비율에 비례해 지정 주차대수 배정했음을 공고한다”며, “관리인에게 상가 관리비를 미납·연체한 구분소유자 및 임차인들은 지정 주차 배정과 주차요금 할인 등 혜택이 없음을 알린다”고 밝혔다.
20일자로 붙은 다른 문서에는 “악덕 관리비 장기연체 체납자들로 인해 건물 관리에 엄청난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이달 말까지 관리비를 내지 않은 층에 대해서는 엘리베이터를 운행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적혔다.
A씨는 관리비 문제 등으로 관리단과 법적 분쟁 중인 건축주와 같은 입장으로 알려졌다.
A씨는 이러한 상황에서 관리단이 외부 차량의 장기 주차를 방지하려 차단기를 설치하고 요금을 받자, 자신의 차를 주차장 입구에 세운 것으로 전해졌다.
현장에서 만난 또다른 임차인 B씨는 ‘우리는 관리비를 제대로 냈다’며 A씨의 심정을 이해할 수 있다는 뉘앙스로 거들었다.
자신도 A씨와 같은 상황이라는 게 B씨의 대략적인 주장이다.
하지만 관리단의 입장은 달랐다.
관리단 측은 세계일보와 통화에서 ‘관리비를 냈다는 건 임대인에게 낸 걸 말할 것’이라며 ‘임대인은 관리비를 받을 권한이 없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경찰에도 A씨를 고소해 이미 접수장을 받아뒀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이번 일은 ‘사유지’로 분류되는 건물 부설주차장에 방치된 차를 견인하지 못하는 현행법의 사각지대와도 맞닿은 것으로 보인다.
국회에서는 그동안 부설주차장에서의 무단 주차 후 연락 두절 문제 해결 등을 위한 여러 법안이 발의되어 왔다.
공공에 개방한 주차장에만 행정 조치가 가능하므로, 건물에 속한 부설주차장에서의 주차질서 위반 행위 조치 근거도 마련되어야 한다는 취지다.
무단 주차 차량의 이동 권고를 우선으로 하면서, 이에 응하지 않으면 시장·군수 또는 구청장에게 조치를 요청할 수 있게 한다는 내용 등이다.
다만, 이러한 법안의 검토 보고서들을 보면 대체로 ‘민간 자율 영역인 부설주차장의 질서유지 위반까지 행정청의 관리감독 대상으로 포함하는 것은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밝힌다.
이와 함께 ‘사적 영역에 대한 행정력의 과도한 개입’을 우려한 지자체 등 입장을 들어 국가 행정력 적용의 적절성 관련 논의가 필요하다고도 적혀 있다.
행정력이 아닌 건물 내 규약 등으로 자체 해결 방안의 중요성을 부각한 것으로 해석됐다.
나아가 이번 논란은 2018년 인천 연수구 송도동의 한 아파트 단지 지하 주차장 입구를 차가 막았던 일과도 유사한 사례로 비친다.
아파트 관리사무소의 주차단속 스티커 부착에 불만을 품고 주차장 진입로를 막았던 차주는 일반교통방해 혐의로 불구속 입건된 바 있다.
글·사진=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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