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번째 베토벤 소나타 32곡 완주 도전
7일간 예술의전당 공연
판본 39권 수집해 연구
"음악은 끝없는 우주 같아
늘 새롭고 싫증 안나요"
오스트리아의 피아노 거장 루돌프 부흐빈더(76)는 인생에서 한 번 연주하기도 어려운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전곡(32곡)을 59번 연주해온 대기록의 소유자다. '현존하는 최고 권위의 베토벤 스페셜리스트'로 불리는 그가 60번째 기록을 세우고자 서울에 왔다. 28일부터 다음달 7일까지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리는 7차례의 공연에서 한국 관객들과 함께 자신의 기념비적인 연주를 남긴다. 이번이 8번째 내한이지만 그가 한국에서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전곡을 연주하는 것은 처음이다. "베토벤은 제게 혁명이고, 인간적인 면모를 가진 작곡가입니다. 그의 피아노 소나타 전곡을 여러 차례 연주했지만, 매번 새로운 것을 가르쳐줘요."
28일 서울 강남구 오드포트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부흐빈더는 자신의 60번째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전곡 연주를 앞두고 설레는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부흐빈더는 전통을 지키면서 혁신적으로 베토벤의 음악을 해석해왔다. 서로 다른 베토벤 소나타 전곡의 판본 39권을 수집해 끈질기게 연구하며 자신만의 연주를 만들어냈다. 하지만 그는 무대에 섰을 때 비로소 연주를 완성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집에 있을 때 공부는 할 수 있지만, 정말 중요한 것은 무대 위에서 배우는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무대에서 연주한 곡을 음반으로 냅니다. 무대에는 녹음장에는 없는 우연성과 감정, 긴장감이 있거든요. 무대에 있을 때는 모든 순간이 극적으로 느껴져요."
부흐빈더는 "오랜 기간 베토벤을 연주하며 싫증난 적이 없었냐"는 질문에 줄곧 써오던 독일어 대신 영어로 "네버(never)"라고 답하며 강하게 부정했다. "전혀 싫증이 나지 않아요. 단 한 번도, 절대 그런 적이 없습니다. 음악은 우주처럼 한계가 없기 때문입니다. 100년 전의 음악과 함께 살면서 항상 새로운 걸 발견하면서 즐기고 있으니까요."
부흐빈더는 천천히 꾸준하게 기반을 닦아온 대기만성형 연주자로도 유명하다. 5세의 나이에 빈 음악원에 입학하며 신동으로 불렸지만, 20세에 출전한 밴 클라이번 콩쿠르에서는 5위에 그치며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다. 30대에 발매한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전곡 음반으로 주목받기 시작했고, 2014년에는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 페스티벌에서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전곡을 처음으로 연주하며 인지도를 키웠다. 2019년 72세의 나이로 세계적인 클래식 음반사 도이치그라모폰(DG)과 전속계약을 맺었고, 이번 내한 공연을 기념하기 위해 잘츠부르크에서의 연주를 담은 '베토벤: 디 에센셜 피아노 소나타'를 발매했다.
"저는 '크레센도(점점 커짐)'처럼 자라는 인생을 살아왔어요. 센세이션하게 사는 인생은 위험하다고 생각해요. 인생의 작은 부분들을 잘 만들어가며 살아왔기에 지금의 제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는 앞으로도 부족한 부분을 채워나가는 음악 인생을 살겠다고 말했다. "60번째라는 숫자가 완성을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앞으로 제가 어떤 방향으로 어떻게 살아갈지 얼마나 멀리 갈지 모르겠지만 앞으로 가야할 길은 남아 있을 겁니다."
[박대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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