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력에 가깝게 파괴"…이영 장관, 중소·벤처 규제 혁파 '선봉'

함지현 2023. 6. 28. 1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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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기부, '로톡 사태' 의무 고발 요청 저울질…업계 '주목'
"개별 부처 '개인기' 아닌 시스템적 보완 이뤄져야" 의견도
'벤처 경쟁력 높이기' 행보 지속…납품대금연동제 등 이뤄

[이데일리 함지현 기자] “싸울 시간이 없다. 달리는 데 걸림돌이 되는 규제들은 폭력에 가깝게 파괴해야 한다. 내가 그리고 우리가 그렇게 안 하면, 미래 세대에 대한 우리의 책임을 직무유기하는 것이다.”

이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벤처·스타트업계의 걸림돌로 작용하는 규제 혁파의 선봉에 섰다. 여전히 부처 간 칸막이도 존재하고 이해관계가 충돌하는 부분도 있다. 그러나 벤처·스타트업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파격적인 조치가 필요하다는 판단 아래 적극적인 행보를 이어가는 모습이다.

이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사진=중소벤처기업부)
◇기존 직역·스타트업 갈등, ‘강력한 중재’ 의지 강해

2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중기부는 ‘로톡 사태’와 관련, 공정거래위원회에 대한변호사협회와 서울지방변호사회에 대한 의무 고발 요청 여부를 저울질하고 있다

우선 변협과 서울변회에 소명을 위한 관련 자료를 주문한 상태다. 이를 기반으로 전문가 등으로 구성한 위원회를 열고 의무 고발을 요청할지 결정하기 위해서다. 단 아직 자료는 제출하지 않은 것을 알려졌다.

의무고발 요청제도는 공정위가 검찰에 고발하지 않았더라도, 중소기업에 미친 피해나 사회적 파급효과 등을 고려해 피해 정도가 크다 판단하면 중기부 등이 공정위에 검찰 고발을 요청할 수 있도록 만든 제도다. 이 장관 취임 이후 의무고발 요청을 한 사례는 기술자료 유용행위에 따른 대우조선해양(현 한화오션)과 성과장려금·판촉비·정보제공료를 부당하게 수취한 GS리테일 등 2건이다.

앞서 공정위는 변협과 서울변회가 소속 변호사들에게 법률 플랫폼인 로톡에서 탈퇴를 요구한 것과 관련해 영업활동을 제한했다고 보고 시정명령과 과징금을 부과했지만 고발 조치는 하지 않았다.

중기부는 “공정위로부터 관련 자료를 받았기 때문에 기계적으로 진행하는 통상적인 절차”라며 “의무 고발을 요청하기로 한 것은 아니다”고 해명했다. 중기부가 진행하고 있는 절차가 의무 고발 요청으로 이어질 지 여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이 장관이 ‘규제 뽀개기’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데다, 강력한 중재 의사를 밝혀 왔다는 점에서 중기부의 행보에 관심이 모아지는 상황이다.

중기부 고위 관계자는 “로톡 문제는 부처 간 관계도 있고 워낙 조심스러운 사안이라 말하기 어려운 부분은 있다”면서도 “그럼에도 적극적으로 조율하겠다는 장관의 의지는 확고하다. 규제 개혁의 일환인 만큼 앞으로 어떻게 조정해 나갈지 고민하고 있지 않겠나”고 귀띔했다.

이 장관 역시 적극적인 역할을 해 나가겠다는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그는 지난해 7월 창업·벤처 정책나눔협의회 자리에서 전통적 집단과 스타트업 간 갈등 문제를 어떻게 중재할지를 묻자 “방법론은 다양하게 얘기할 수 있겠지만 기본적인 기조는 강력한 중재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라며 “양측의 이해관계를 조율해 가면서 해답을 찾는 역할을 하려고 한다”고 강조했다.

벤처 업계에서도 이번 사안이 어떻게 결론 날지 주목하고 있다. 다만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는 문제가 생길 때마다 이 장관, 혹은 중기부의 ‘개인기’에 의존해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는 만큼 허용하지 않는 것만 규정하는 ‘네거티브 규제’와 같은 시스템이 갖춰져야 한다고 피력했다.

업계 관계자는 “벤처·스타트업이 계속 기존 이익단체와 충돌하는 문제를 다른 부처에서 조율해 보려 하지만 해결이 잘 안되자 중기부가 나서려는 의지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며 “하지만 언제까지 충돌이 날 때마다 법령으로 문제를 메꿀 수 있겠나. 전반적인 내용은 허용하되 문제가 생기는 경우에 한해 규제하는 시스템을 적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타다 사태’로 대변되는 전통적인 산업권과 새로운 스타트업 간 갈등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이해관계도 첨예하게 대립하고, 담당하는 부처도 제각각인 데다 서로의 입장도 달라 섣불리 해결책을 내놓기 어렵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로톡 이외에도 성형 정보 플랫폼 ‘강남언니’, 비대면 의료 플랫폼 ‘닥터나우’, 세금 환급 서비스 ‘삼쩜삼’ 등이 각각 대한의사협회, 한국세무사회 등과 지리한 갈등 국면을 이어가고 있다.

중소·벤처 경쟁력 강화 위한 규제 개선 지속

이번 사안이 주목을 받는 것은 그동안 중소·벤처·스타트업 경쟁력 강화에 방점을 찍어 온 이 장관의 행보와도 연관이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납품대금연동제다. 물품 등의 제조에 사용하는 주요 원재료의 가격이 변동하는 경우 그 변동분에 연동해 납품대금을 조정하는 제도다. 중소기업계에서는 2008년부터 법제화를 요구해 왔는데, 14년 만에 제도를 도입할 수 있게 됐다.

중기부는 일차적으로 연동제를 법제화시킨 이후 하나의 거래관행으로 안착시키기 위해 현장 참여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다. 주요 질의·답변을 담은 누리집도 운영한다. 최근에는 탈법행위가 이어질 경우 최대 50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시행령도 입법예고 했다.

이 장관은 납품대금 연동제 도입을 위해 대기업·중소기업과 소통하며 백방으로 뛰었다. 이제는 소프트웨어나 콘텐츠, 디자인 등의 제값받기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전면적인 네거티브 규제를 도입한 ‘글로벌 혁신 특구’도 조성한다. 미래기술 분야의 신제품 개발과 해외 진출을 위해 규제·실증·인증·허가·보험까지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는 제도가 적용되는 구역이다. 전면적인 네거티브 규제를 시행한다는 게 가장 큰 특징이다. 벤처 업계 숙원으로 꼽히던 비상장 벤처기업의 복수의결권도 오는 11월부터 본격적으로 시행한다.

업계 관계자는 “이 장관이 스타트업 출신이라 규제로 인한 어려움을 잘 이해하고 있어 이를 해소하고자 하는 의지가 큰 것으로 보인다”며 “그러나 한 부처에서만 열심히 뛴다고 해서 규제를 해소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범부처 차원의 협력·소통이 없다면 외로운 싸움이 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함지현 (hamz@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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