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섣부른 지역 차등 전기요금은 부작용 우려…에너지분산 취지 맞춰 설계해야”
정연제 서울과기대 교수 제언
“총선 앞두고 왜곡 심화할수도”
[이데일리 김형욱 기자] 섣부른 지역별 차등 제도 도입은 에너지 지역 분산을 통해 친환경이고 안정적인 국가 전력망을 구축하겠다는 원래 취지에서 벗어나 전력시장을 왜곡할 수 있다는 우려 섞인 제언이 나왔다. 수도권 요금을 올리고 비수도권 요금을 내리는 식의 정치적 셈법에서 벗어나 정교하게 설계돼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는 기후위기에 대응한 탄소중립 목표와 그에 따른 신·재생 발전비중 확대에 맞춰 전력망을 안정화하고자, 분산에너지 활성화 특별법(이하 분산법) 제정을 추진해 왔고, 올 5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 내달 14일 시행을 앞두고 있다. 아직 구체화한 것은 아니지만 이로써 지역별 차등 전기요금 제도의 법적 근거도 마련됐다. 지역마다 요금에 차등을 둬 전력 생산~수요를 맞추고, 이를 통해 송·배전, 즉 전력망 운영 부담을 줄이자는 취지다. 전기 소비량은 많고 발전량은 적은 수도권 전기요금은 오르고, 전기 소비량이 많고 발전량은 적은 비수도권 전기요금은 내릴 가능성이 있다.
정 교수는 그러나 수도권 요금을 올리고 비수도권을 내리는 단순한 방식으로는 에너지 분산의 실효를 거두기는커녕 부작용이 커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전기요금 차등의 근간인 송·배전망 이용료가 전기요금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0% 정도밖에 안 돼 의미 있는 격차를 만들지 의문”이라며 “원가에 전기요금 비중이 큰 에너지 다소비 업종 기업에는 어느 정도 가격 시그널을 줄 수 있을지 모르지만, 그 외 업종과 주택용 고객에는 영향을 주기 어렵다”고 말했다.
특히 전기 수요처가 밀집한 수도권은 전기를 발전소에서 변전소까지 끌어오는 송전 비용이 높을 순 있어도 각 기업·가정에 보내는 배전 비용은 낮은 만큼, 이 두 비용을 요금에 반영한다면 오히려 수도권 전기요금이 더 낮아질 가능성도 있다는 게 그의 분석이다.
정 교수는 “총선을 앞둔 정치권이 국가균형발전을 명목으로 수도권 요금은 비싸게 비수도권 요금은 싸게 할 가능성이 있는데 이는 안 그래도 누더기 상태인 현 전력시장 왜곡을 심화할 것”이라며 “차등 요금제 도입에 앞서 (전력)수요 이전 가능성을 충분히 고려해 적용 대상과 차등 폭, 구체적 지역 구분 등 이해관계자가 공감할 수 있는 논리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그는 이어 “당장은 어렵지만 궁극적으론 현 전력 도매시장을 개편해 지역별 한계가격(LMP)에 기반을 둔 지역별 요금제를 적용하는 게 바람직할 것”이라며 “단기적으론 비수도권의 신규 데이터센터에 특례요금을 적용하는 등이 가능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포럼에선 정 교수 외에도 다양한 업계 전문가가 참여해 2주 앞으로 다가온 분산법 시행에 따른 계획을 공유했다. 이명환 한국전력공사 에너지신사업처장은 전기차를 활용한 전력계통 유연성 자원화, 이른바 V2G 사업과 신·재생 통합발전소(VPP) 사업 등 산업 활성화 방안을 소개했다. 강영심 제주도 에너지산업과장은 제주의 분산에너지 특화지역 지정을 통한 다양한 시범사업 도입으로 태양광·풍력 출력제한 문제 해소 방안을 제시했다.
엄태선 한국지역난방공사 미래사업처장과 서장철 LS일렉트릭 상무는 분산에너지 사업자에 대한 보상체계 확립 필요성을 제시했다. 서 상무는 “국내 태양광 발전설비는 정책적 지원 제도의 영향으로 대부분 전력 판매형(91%)으로 이뤄지고 자가소비 비율(9%)이 매우 낮다”며 “정책 변화를 통해 자가소비형 태양광 발전 비중을 독일(74%·2017년)이나 캘리포니아(38%·2018년) 수준으로 높여 전력계통 투자 부담을 줄이고 에너지 자립률을 높여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김형욱 (nero@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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