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편도 수술 후 4세 아동 사망 사건' 의사 5명 기소
수술 중 실수 숨긴 채 퇴원시켜…이후 응급의료요청조차 거부
옮긴 병원에선 당직 의사가 몰래 근무지 이탈…기본적 응급조치도 이뤄지지 않아
김군 아버지, 청와대 국민청원으로 억울함 호소…당시 '수술실 CCTV 설치' 논란되기도
경남 양산 부산대병원에서 편도 제거 수술 후 치료를 받다가 숨진 4세 아동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이 관련 의사 5명을 기소했다.
28일 서울서부지검 식품의약범죄조사부(박혜영 부장검사)는 피해자 김모군의 사망에 책임이 있는 의사 3명을 업무상과실치사 등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또 관련 의무기록을 허위로 작성한 의사 1명은 의료법위반 혐의로, 119구급상황센터의 응급의료 요청을 정당한 이유 없이 기피한 의사 1명은 응급의료에관한법률위반 혐의로 함께 불구속 기소됐다.
김군은 2019년 10월 4일 양산 부산대병원에서 편도선 수술을 받고 3일 뒤인 같은 달 7일 부산의 다른 지역 병원에 입원했다. 이후 김군은 의료진의 공동과실로 저산소성 뇌손상이 발생한 뒤 혼수상태로 연명치료를 받다가 2020년 3월 11일 숨졌다.
김군 사망 당시 김군의 아버지가 청와대 국민청원에 '편도수술 의료사고로 6살 아들을 보낸 아빠의 마지막 바람입니다. 더 억울한 죽음이 없도록 의료사고 방지 및 강력한 대응 법안을 만들어 주세요'라는 제목으로 청원을 남겼다. 이 청원이 큰 관심을 받으면서 '수술실 CCTV 설치' 논란이 사회적 이슈로 떠오르기도 했다.
검찰 조사에 따르면, 김군 수술을 집도한 양산 부산대병원 의사 A씨는 김군의 편도선 절제 수술 후 마취 회복 중 출혈이 발생하자 2차 수술을 했다. 그런데 A씨는 2차 수술을 하고 출혈 부위를 특정하지 못해 환부를 광범위 소작(외과에서 약품이나 전기로 특정 부위의 조직을 태워 지혈)한 사실을 숨겼다.
김군은 수술 부위 통증 등으로 약과 음식을 경구 섭취하기 어렵고 심한 탈수, 광범위 소작으로 출혈 재발 가능성이 매우 높은 상태였다.
하지만 A씨는 김군의 상태, 응급상황 대처법 등을 설명하지 않고 2주 후 외래 진료만으로 경과를 관찰했다. 김군을 담당한 전공의 B씨는 다른 당직의 명의로 피해자의 진료기록을 작성했다.
퇴원한 김군은 부산의 다른 지역 병원에 입원했지만, 여기서도 의료진의 과실은 이어졌다. 당시 야간당직의사 C씨는 임의로 당직을 이탈했고, 대학 후배인 D씨에게 대리 당직을 부탁한 상태였다. 이들은 이러한 사실을 병동에 알리지 않았다.
김군이 객혈(혈액이나 혈액이 섞인 가래를 기침과 함께 배출해내는 증상)하자 대리 당직 상태를 모르는 간호사는 병원에 없는 C씨에게 연락했다. C씨는 의식상태 등 김군에 대한 평가 없이 전화상으로 전원을 결정했다. D씨도 적절한 환자 평가를 하지 않고, 병원에 기본적인 응급조치 장비들을 보유했음에도 병원시설과 장비 등을 확인하지 않고 응급조치 없이 전원 조치했다.
김군의 상태가 심각해지자 119구급상황센터는 김군이 수술을 받았던 곳이자, 권역응급센터인 양산 부산대병원에 응급의료요청을 했지만 거부됐다.
양산 부산대병원 소아응급실 당직의 E씨는 119구급상황센터를 통해 2019년 10월 9일 오전 1시 58분, 오전 2시 2분 2회에 걸쳐 응급의료요청을 받았으나 다른 심폐소생중인 환자가 있다는 취지로 응급의료를 기피했다.
하지만 E씨가 말한 응급 심폐소생술 환자는 119구급상황센터가 연락하기 약 2시간 전 이미 응급실에서 퇴실했다.
검찰은 당시 발생하지도 않은 또 다른 심폐소생술 상황이 발생할 수 있는 위험을 핑계로 김군에 대한 응급의료를 기피한 것으로 봤다.
검찰은 피해자 사망 후 3년간 수사가 계속된 사건을 전문검사 이송제도를 통해 인계받고 의학박사 출신 공인전문검사를 투입해 의료진의 과실과 응급의료기피 사실 등을 규명해왔다.
수사과정에서 의료진의 타의료인 명의 의무기록 작성, 당직근무 무단이탈 및 미허가·미신고 대리 당직 등 불법적인 업무 관행이 추가로 확인돼 관련 범죄가 추가 입건됐다.
아울러 검찰은 최초 편도 수술을 한 병원 응급실에서조차 최우선순위 응급환자인 피해자에 대한 응급의료를 기피한 사실에 대해서는 기소와 함께 행정처분을 의뢰해 제도개선을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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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김정록 기자 rock@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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