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포커스] “대환대출은 고신용자를 위한건가요?”...취약차주 외면 비판에 난감한 금융당국
연말 주담대까지 확대될 경우 불만 더 커질 듯
‘대출규제 완화’ 시그널 줄라...금융당국 고심
금융 당국이 더 낮은 금리의 신용대출로 갈아탈 수 있는 대환대출의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완화 방안을 놓고 고민에 빠졌다. 대출 규제에 따라 DSR 40%를 초과한 차주는 대환대출을 이용할 수 없는데, 이는 취약 차주의 이자 부담을 덜겠다는 도입 취지에 어긋난다는 불만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기존 대출 총량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단순히 ‘갈아타는 것’인데 DSR 잣대를 들이미는 것이 적절치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는 전날 보도 설명자료를 배포하고 “대환대출에 대해 한시적으로 DSR을 완화하는 방안은 확정된 바 없다”고 했다. 대환대출에 대한 DSR 완화 요구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올해 하반기 중 도입을 검토 중이라는 기사가 보도된 데 따른 것이다. 금융 당국 관계자는 “DSR 규제로 대환대출을 이용하지 못하는 사람들의 불만이 큰 것을 인지하고 있다”며 “여러 가지 방안 중 하나로 DSR 완화 방안이 거론됐으나 확정된 내용은 없다. 지금 단계에서는 너무 앞선 이야기”라고 했다.
지난 5월31일 출시된 대환대출 인프라는 금융사들의 대출상품을 네이버, 카카오, 토스 등 온라인 플랫폼에서 비교한 후 더 낮은 금리의 상품으로 손쉽게 갈아탈 수 있는 시스템이다. 고객은 기존 대출의 원리금뿐 아니라 중도 상환 가능 여부와 수수료까지 간편하게 파악한 뒤, 모든 금융권의 대출이자를 한눈에 비교하고 10분 안에 유리한 상품으로 갈아탈 수 있다. 금융위에 따르면 지난 21일 기준 총 1만9788건, 5005억원의 대출자산 이동이 발생한 것으로 집계됐다. 소비자가 절감한 총 연간 이자 규모는 100억원 이상일 것으로 추정된다.
현행 DSR 규제는 대출받을 때 매년 갚는 원금과 이자가 은행권의 경우 연간 소득의 40%, 2금융권은 50%를 넘지 못하도록 제한하고 있다. DSR 규제 한도를 넘을 경우 신규 대출이 불가능하다. 이는 대환대출에도 적용된다. 문제는 대환대출이 절실한 취약 차주의 경우 10명 중 6명은 DSR 40%가 넘는다는 것이다. 대환대출의 취지가 이런 대출자의 금리를 낮춰 이자 부담을 줄이는 것인데, DSR 규제로 혜택에서 배제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대환대출이 ‘고신용자를 위한 것이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금융감독원이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희곤 국민의힘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31일부터 이달 9일까지 대환대출 인프라를 통해 1금융권에서 1금융권으로의 이동한 대출 규모는 3636억원으로, 전체의 94.59%를 차지했다. 저축은행 등 2금융권에서 1금융권으로의 이동은 147억원으로 3.82%에 불과했다. 대환대출이 사실상 은행 간 이동에 그치며 고신용자에게 혜택이 집중되고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또 대환대출은 단순히 금리만 낮춰 대출을 이동하는 것인 만큼 대출총량에 변화가 없는데 DSR 규제를 적용하는 것이 부적합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서울 양천구에 거주하는 40대 윤모씨는 “DSR 한도를 넘긴 상황이라 대환대출을 이용해 이자도 낮추고 DSR도 낮춰야지 마음 먹고 대환대출 플랫폼에 접속해보니 아예 상품 조회가 안 됐다”며 “대출을 더 늘리는 것도 아닌데 왜 나만 혜택을 받을 수 없는지 이해가 안 간다”고 했다.
금융 당국 입장에서는 쉽게 DSR 규제를 완화하기 쉽지 않다. ‘한시적’이라고 해도 이는 시장에 대출규제 완화 시그널을 줄 수 있어서다. 또 DSR 규제는 가계부채 관리 목적 하에 다양한 유관 부서가 관여하고 있기 때문에 금융 당국이 단독으로 완화 여부를 결정할 수 없다. 현재 은행들은 금융 당국에 반대 입장을 피력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은행권 관계자는 “연말에 주택담보대출로 대환대출이 확대되는데, 신용대출에 주담대까지 DSR 규제를 한시적 완화해 대환대출을 실행할 경우 많은 자금이 유출될 수 있고 건전성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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