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고진 죽이려는 푸틴 말렸다"…입 연 '중재자' 루카셴코
러시아 무장 반란 사태의 중재자로 나선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이 극적으로 협상을 끌어낸 비화를 공개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반란을 일으킨 바그너그룹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을 제거하려 했으나 루카셴코 대통령이 이를 말린 것으로 알려졌다. 프리고진은 루카셴코 대통령과 욕설 섞인 허심탄회한 통화를 나누고 철군을 결정했다고 한다.
27일(현지시간) 루카셴코 대통령은 벨라루스 국영 벨타통신에 "아무것도 숨기지 않고 공개적으로 말할 때가 됐다"며 푸틴 대통령과 프리고진의 협상을 어떻게 중재했는지 설명했다. 프리고진은 지난 23일 반란 작전을 개시했고, 군사 거점을 차례로 장악하며 푸틴 대통령이 있는 모스크바로 돌진했다. 그러다 이튿날 모스크바를 약 200㎞ 앞두고 돌연 진격 중단을 선언했다.
보도에 따르면 루카셴코 대통령은 24일 오전 10시10분 푸틴 대통령과 통화했다. 푸틴 대통령이 긴급 TV 대국민 연설에 나선 직후였다. 푸틴 대통령은 반란이 전개되고 있는 상황을 루카셴코 대통령과 공유하며 프리고진을 살해하기로 결정했다고 알렸다. 이에 루카셴코 대통령은 "나쁜 평화가 그 어떤 전쟁보다 낫다"고 강조하며 프리고진 제거를 서두르지 말라고 푸틴 대통령을 진정시켰다고 한다.
루카셴코 대통령은 "내가 가장 위험하다고 생각한 건 프리고진을 죽임으로써 발생하는 파급 효과"라며 "프리고진은 군 내에서 권이 있는 인물이고 바그너 용병들은 의리가 있다. (프리고진을) 제거하는 건 어렵지 않지만 그 과정에서 군인과 민간인 등 수천 명이 숨질 수밖에 없다는 점을 설명했다"고 말했다.
루카셴코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에게 프리고진과 대화를 나눌 것을 제안했지만 "소용없다. 프리고진은 전화도 받지 않고 누구와도 얘기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는 답이 돌아왔다. 루카셴코 대통령은 자신이 프리고진과의 통화를 시도해보겠다며 푸틴 대통령과의 대화를 마무리했다.
프리고진과의 통화는 같은 날 오전 11시쯤 연결됐다. 프리고진은 몹시 격앙된 상태로 유누스벡 예프쿠로프 러시아 국방차관이 건넨 수화기를 넘겨받았다. 루카셴코 대통령은 "첫 통화는 30분간 이뤄졌다. 대화는 거의 욕설로 채워졌다. 나중에 분석해보니 일반적인 단어보다 욕설이 열 배는 더 많았다. 물론 (프리고진은) 욕설을 해 미안하다고 사과했다"고 했다.
루카셴코 대통령은 프리고진에게 무엇을 원하느냐고 물었다고 한다. 프리고진은 '쇼이구'와 '게라시모프'라고 답했다. 프리고진은 당시 남부도시 로스토프나도누를 장악하고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과 발레리 게라시모프 군 총참모장이 직접 오지 않으면 모스크바로 진격하겠다고 예고한 상태였다.
이에 루카셴코 대통령은 프리고진에게 푸틴 대통령이 쇼이구 장관과 게라시모프 총참모장을 내줄리 없다고 단언했다. 프리고진에게 "나만큼 푸틴 대통령을 잘 알지 않냐"고도 했다. 그러자 잠시 침묵을 지키던 프리고진은 "우리는 정의를 원한다. 정부는 우리를 파괴하고 싶어 한다. 우리는 모스크바로 진군하겠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루카셴코 대통령은 "바그너 용병들은 모스크바로 가는 길에 벌레처럼 짓밟히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루카셴코 대통령은 자국군을 모스크바로 파견할 준비를 마쳤다는 사실도 프리고진에게 알렸다. 그는 "이 사태의 영향이 러시아 밖으로 전이될 수 있기 때문에 벨라루스군이 모스크바를 방어할 것이라고 했다. 반란이 러시아 전역으로 퍼지면 그다음은 우리 차례가 될 것임을 알고 있다"고 말했다.
프리고진을 설득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렸지만, 루카셴코 대통령은 결국 양측의 합의를 끌어냈다. 바그너그룹은 모스크바로의 진격을 멈췄고, 러시아 정부는 반란 가담자들을 처벌하지 않기로 했다. 프리고진은 러시아를 떠나 벨라루스로 향했다.
하루 만에 '없던 일'이 된 바그너그룹의 반란으로 가장 이득을 본 것은 루카셴코 대통령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번 사태로 국제사회의 '왕따'나 다름없던 루카셴코 대통령이 '신뢰할 수 있는 중재자'이자 '푸틴의 충성스러운 동맹' 이미지를 굳혔다고 평했다.
박가영 기자 park0801@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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