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명당 최대 690만 원"...사라진 아기들 전수조사
[앵커]
이른바 '유령 아기' 2천여 명에 대해 정부가 전수조사에 들어간 가운데, 경찰도 사라진 아기들의 행방을 추적하고 있습니다.
이 가운데 상당수는 온라인을 통해 불법 입양됐을 가능성도 제기되는데요,
취재기자와 함께 얘기 나눠봅니다.
사회부 황보혜경 기자 나와 있습니다.
온라인에서 개인 입양을 알아보는 경우가 많다고요?
실상이 어떤지 전해 주시죠.
[기자]
포털사이트에서 간단히 검색만 해봐도 아기 개인 입양을 문의하는 글을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미혼모라 아기를 키울 능력이 안 된다거나, 남자친구와 헤어져 아기를 입양을 보내려 한다는 내용이 많습니다.
입양 문의 글에는 메일이나 오픈 채팅방 주소를 남기면서 연락을 달라는 댓글도 줄줄이 달려 있는데요,
심지어 비슷한 문의 글마다 댓글을 다는 아이디도 눈에 띄었습니다.
이른바 '입양 브로커'로 추정되는 인물들입니다.
[앵커]
황보혜경 기자도 대화방에 들어가 봤다고요?
[기자]
네 오픈 채팅방에 들어가서 브로커로 추정되는 인물과 직접 대화를 나눠봤습니다.
개인 입양을 받느냐고 물었더니, 얼마 지나지 않아 "나이와 사는 지역, 어떤 상황인지 알려달라"는 답변이 돌아왔습니다.
최근 초음파 사진까지 요구하며 임신한 것이 맞는지 구체적으로 확인하기도 했습니다.
이어, "개인 입양을 원하는 사람이 있긴 하다"며, 태아의 성별을 물어봤는데요,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개인적으로 아기를 입양 보낼 수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앵커]
이렇게 입양을 보내는 게 법적으로 문제는 없는 건가요?
[기자]
현행법은 개인 간 입양을 금지하고 있습니다.
입양 아동이 친부모를 알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지난 2012년 입양특례법이 개정됐는데요,
이전에는 출생신고 없이 입양 보내는 게 가능했지만, 이제는 반드시 아기의 출생신고를 마쳐야 하고, 허가를 받은 입양 시설을 거쳐야 합니다.
이를 어기면 3년 이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 벌금형에 처할 수 있습니다.
양부모 역시 아동을 입양하려면 출생신고 서류 등을 갖춰 가정법원의 허가를 받아야 하고요,
입양기관에서 관련 교육도 이수해야 합니다.
[앵커]
그렇다면 이런 불법 개인 입양이 성행하는 이유는 뭘까요?
[기자]
출생신고가 돼 있는 아기만 입양을 보낼 수 있다고 조금 전에 설명해 드렸는데요,
그러나 출생신고를 하면 가족관계등록부에 기록이 남기 때문에, 아이를 낳은 사실을 숨기려는 미혼모 등이 개인 입양을 선택하는 겁니다.
출생 신고가 되지 않은 아기를 원하는 것은 양부모도 마찬가지입니다.
입양아에 대한 편견 등 남들의 시선을 의식하기도 하고, 기관 입양은 시간이 오래 걸리고 절차가 까다롭다고 보는 탓입니다.
이 과정에서 브로커를 통해 돈이 오가고, 아동 성별에 따라 액수가 정해지는 등 아이가 마치 시장의 상품처럼 거래되고 있는 건데요,
베이비박스를 운영하는 관계자의 말을 직접 들어보시죠.
[양승원 / 주사랑공동체 사무국장 : 오픈 채팅방이나 오프라인상의 불법 입양을 통해 돈을 받고 넘기는 부분들은 예전부터 있었습니다. 특히 이런 경우 여아를 선호하는 경우가 있어서 돈을 높여서 부르는 사례도 있는 것으로….]
[앵커]
이렇게 불법 거래되는 아이들의 규모는 얼마나 될 것으로 보이나요?
[기자]
감사원 조사 결과를 보면, 병원에서 태어났지만, 출생신고는 되지 않은 이른바 '유령 아동'은 지난 2015년부터 2천2백여 명으로 집계됐습니다.
이 가운데 천4백여 명이 베이비박스에 유기된 것으로 추산되는데,
이를 제외하면 행적을 알 수 없는 아기가 천 명이 넘는 셈입니다.
전문가들은 아이들이 범죄에 노출됐을 가능성이 크다며, 상당수는 온라인을 통해 불법 입양됐을 수 있다고 지적합니다.
직접 들어보시죠.
[이은의 / 변호사 : 부모가 범죄 주체라서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르지 않습니다. 수사기관도 신고·고소·고발이 없어 수사에 나서지 않고요. 1년에 수십 건 이상의 매매 혹은 유기가 있을 것으로 객관적으로 추산됩니다.]
정부는 이렇게 출생 신고가 이뤄지지 않은 이른바 '유령 아동'에 대해 오늘부터 전수조사에 나서기로 했습니다.
[앵커]
그렇다면 지금까지 아동 거래로 경찰에 적발된 건수는 어떻게 되나요?
[기자]
입양 과정에서 금전이 오간다는 건 사람을 매매한다는 뜻으로, 큰 범죄입니다.
아동복지법상 아동 매매는 10년 이하 징역에 처할 수 있는데요,
하지만 아동 매매 혐의로 경찰에 적발된 사람은 지난 2018년부터 지난해까지 5년 동안 고작 9명에 불과합니다.
이마저도 지난해 6명이 한꺼번에 붙잡히며 늘어난 것이고요,
재작년엔 단 1명도 입건되지 않았습니다.
온라인에서 음성적으로 불법 입양이 성행하는 현실에 비춰보면, 적발이 거의 이뤄지지 않는다고 해도 무리가 아닙니다.
[앵커]
아동매매 혐의 재판에서 드러난 구체적인 범행 정황이나 처벌 수위는 어떻습니까?
[기자]
대법원 판결문 열람시스템을 통해 최근 6년 동안 이뤄진 아동매매 사건 5건의 판결을 분석해봤습니다.
주로 친모가 출산 과정에서 쓴 병원비나 생활비 명목으로 돈을 요구한 뒤 아기를 넘긴 것으로 드러났는데요,
이 과정에서 제 3자, 즉 브로커의 존재가 실제로 확인되기도 했습니다.
입수한 판결문에서 친모나 브로커가 거래 대가로 챙긴 돈은 적게는 25만 원부터 많게는 6백90만 원에 달했습니다.
하지만 재판에 넘겨진 피고인 10명 가운데 8명은 대부분 집행유예에 그쳤습니다.
한 판결문을 보면, 재판부는 "친모가 브로커를 통해 아기를 돈을 받고 팔아 죄질이 매우 중하다"면서도, "잘못을 인정하고 있고 나름의 사정이 있다"며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습니다.
다만, 아동매매 사건에서 무조건 양형을 높이는 것만이 정답은 아니라고 전문가들은 말합니다.
직접 들어보시죠.
[이은의 / 변호사 : 오히려 범죄가 적발돼서 처벌을 지나치게 높게 받는다면, 아이를 데리고 있는 쪽에서는 아이를 죽이거나 유기할 확률이 훨씬 더 높아지겠죠.]
그런데 문제는 출생 기록 없이 암암리에 거래되는 아이들이 범죄에 노출될 가능성이 크다는 겁니다.
학대받다 숨지거나 불법 노동, 성매매, 성 착취 대상이 될 위험도 커서 불법 입양 거래는 반드시 근절되어야 합니다.
[앵커]
그럼 어떤 대책이 필요할까요?
[기자]
우선 수사 기관이 보다 적극적으로 수사에 나서야 합니다.
포털에 계속해서 개인 입양 문의 글이 올라오고, 댓글이 달린다는 것은 그만큼 신생아가 활발히 거래된다는 의미로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아동매매는 일반인의 관심에서 벗어나 있고 문제를 제기하는 이들도 적기 때문에 사실상 단속도, 실태조사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습니다.
주기적으로 단속하면서, 사이버상에서 불법 입양 거래가 공공연하게 벌어지는 만큼, 포털 사이트의 관리 책임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앵커]
지금 감사원 조사 결과를 토대로 경찰이 사라진 아기들을 찾고 있는데,
수사 진행 상황도 정리해주시죠.
[기자]
감사원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경찰에 수사 의뢰된 사건은 모두 17건입니다.
이 가운데 수원에서 영아 시신 2구가 냉장고에서 발견된 사건과 관련해서는 친모 35살 고 모 씨가 영아 살해 혐의로 구속됐습니다.
경찰은 이번 주 안에 고 씨를 검찰에 넘기면서 사형이나 무기징역,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게 돼 있는 살인죄로 혐의를 변경하고, 사체유기죄를 추가할지도 검토하고 있습니다.
경찰은 또, 경기 화성시에 사는 여성이 재작년 말 낳은 아기의 행방도 추적하고 있습니다,
이 여성은 인터넷을 통해 알게 된 사람들에게 영아를 넘겼다고 진술하는데, 아직 아이의 생사와 소재, 아기를 데려갔다는 사람들의 신원은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이와 함께, 경기 시흥에서도 지난 2020년에 태어난 영아를 베이비박스에 유기한 사건이 확인되면서,
감사원이 밝힌 '유령 아동' 2천여 명 가운데 숨지거나 유기된 것으로 확인된 아동은 모두 7명으로 늘었습니다.
[앵커]
지금까지 사회부 황보혜경 기자와 짚어봤습니다.
YTN 황보혜경 (bohk1013@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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