겸재·추사도 홀딱 반한 곳…풍류가득 계곡여행 5선

박주연 기자 2023. 6. 28. 1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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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조들이 흰 비단으로 묘사한 전북 부안 직소폭포는 변산반도 최고의 비경이다. 촬영 박산하. (사진=한국관광공사 제공)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박주연 기자 = 조선 선비들이 극찬한 서울 종로 수성동계곡, 신선놀음하기 좋은 강원 동해 무릉계곡, 굽이마다 아홉 절경이 펼쳐지는 충북 괴산 화양구곡, 청량함 가득한 풍류 여행지 경남 함양 화림동계곡, 굽이굽이 이어진 신비의 숲 전북 부안 봉래구곡….

한국관광공사가 28일 '풍류가 깃든 계곡'이라는 주제로 7월 추천 여행지를 선정, 발표했다. 우리 선조들이 청량한 자연 속에서 풍류를 즐기며 더위를 이겨냈던 곳들이다. 멋진 풍광이 드리워진 계곡을 찾아 멋과 여유를 즐겨보자.
서울 종로 수성동계곡. 촬영 김정흠. (사진=한국관광공사 제공)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조선 선비들도 극찬…서울 수성동계곡

인왕산과 경복궁 사이에 자리한 '수성동계곡'은 조선의 왕족과 사대부, 중인이 자주 찾던 곳이다.

풍경이 아름다워 당대를 대표하는 예술가 겸재 정선과 추사 김정희가 이곳을 그림과 시로 소개했을 정도다. 1971년 수성동계곡 주변에 옥인시범아파트가 들어서며 잊힐 뻔했지만, 2012년 옛 모습을 되찾았다.

현재는 건천으로 평소 물이 흐르지 않지만 많은 비가 내린 뒤에는 수성동계곡의 명성을 확인할 수 있다. 곳곳에 너른 바위가 있어 쉬었다 가기 좋다. 조선의 선비들처럼 풍류를 즐길 만한 산책로도 조성됐다. 수성동계곡과 인왕산, 세종마을(서촌)과 경복궁, 청와대 인근 풍경을 한눈에 감상하고 싶다면 인왕산 자락길에 있는 전망대에 올라보자.

수성동계곡 옆 세종마을은 조선의 왕족과 사대부, 중인이 거주하던 지역이다. 20세기 초 마을 재개발 때 건설한 도시 한옥이 꽤 남아, 예스러운 분위기가 느껴진다. 2022년 5월 일반에 개방한 청와대는 종로의 새로운 관광 명소다. 청와대 본관과 대통령 관저, 상춘재, 녹지원 등을 둘러볼 수 있다.
숲에 둘러싸인 강원 동해 무릉반석과 삼화사. 촬영 채지형. (사진=한국관광공사 제공)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시 한 수 읊어볼까…동해 무릉계곡

동해 무릉계곡은 청량한 물소리와 풍류를 만끽할 수 있는 곳이다. 거대한 기암괴석과 장쾌한 폭포가 환상적 풍광을 선사한다.

호암소에서 용추폭포까지 약 4km 이어지는 계곡은 초입에 있는 무릉반석부터 눈길을 끈다. 옛날 묵객들이 자연에 감탄하며 남긴 암각서도 곳곳에 보인다. 나라에서 수륙재를 설행한 삼화사도 무릉계곡에 자리하고 있다.

계곡을 따라 걷는 길은 경사가 완만하고, 풍경이 수려해 마치 진경산수화를 보는 듯하다. 두타산과 청옥산에서 내려온 물이 만나는 쌍폭은 스트레스를 시원하게 날려준다.

시간이 허락하면 장엄한 풍광이 한눈에 들어오는 두타산협곡마천루와 하늘을 향해 뾰족하게 솟은 베틀바위에 들르자. 웅장한 두타산의 위용과 베틀바위의 독특한 모습에 발길이 떨어지지 않는다.

무릉계곡 근처에 스카이글라이더, 오프로드루지 등 이색 체험 시설과 에메랄드빛 호수를 즐기는 무릉별유천지가 있다. 한적해서 매력적인 한섬해변은 사진 찍기 좋은 장소다. 도째비골스카이밸리와 해랑전망대에서는 바다를 다양한 각도에서 감상하고, 스릴 넘치는 체험도 할 수 있다.
충북 괴산 화양구곡 풍경. (사진=한국관광공사 제공)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굽이마다 아홉 절경…괴산 화양구곡

괴산에는 우뚝 솟은 산과 깊은 계곡이 여럿 있다. 그중 압권은 화양구곡이다. 청천면 화양천 주변 약 3km에 흩어져 있는 계곡으로, 아름다운 풍광이 자그마치 아홉 곳이다.

화양동입구사거리에서 출발하는 것이 좋다. 주차장이 넓고, 화양구곡을 안내하는 팸플릿도 받을 수 있다. 천천히 걸어도 1시간30분이면 화양구곡 전 구간을 볼 수 있다. 1곡 경천벽을 시작으로 2곡 운영담, 3곡 읍궁암, 4곡 금사담, 5곡 첨성대, 6곡 능운대, 7곡 와룡암, 8곡 학소대, 9곡 파곶 등 감탄이 나오는 풍경이 이어진다.

여름에는 허가된 장소에서 물놀이도 가능해, 가족 단위 피서객에게 특히 인기다. 올해 물놀이 기간은 6월1일부터 8월31일까지다.

화양구곡은 조선 후기 성리학자 우암 송시열이 말년을 보낸 곳이기도 하다. 만동묘와 암서재, 화양서원 묘정비 등 송시열의 숨결을 느낄 수 있는 유적들이 이곳에 있다.

괴산 홍범식 고가는 일본에 국권을 빼앗기자 울분을 참지 못하고 자결한 홍범식이 살던 집이다. 개심사에는 조선 후기에 제작한 목조여래좌상과 목조관음보살좌상이 있다. 괴산향교는 500년 가까이 같은 자리를 지키며 지방 교육기관 역할을 담당했다.
경남 함양 화림동계곡의 백미로 꼽히는 거연정. 촬영 김수진 (사진=한국관광공사 제공)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청량함 가득 풍류 여행지…함양 화림동계곡

함양은 '영남 선비 문화의 중심지'다. 선비들이 자연을 벗 삼아 학문과 인생을 논하던 정자와 누각이 곳곳에 있다. 그중 수려한 풍경과 여러 누정을 품은 화림동계곡은 우리나라 정자 문화의 진수를 보여주는 곳이다.

이곳에는 선비문화탐방로 2개 구간이 조성돼 있다. 이중 화림동계곡의 백미인 거연정(경남유형문화재)과 농월정을 잇는 1구간(약 6km)이 인기다. 계곡을 따라 숲길과 마을길을 거닐며 거연정, 군자정(경남문화재자료), 영귀정, 동호정(경남문화재자료), 경모정, 람천정, 농월정 등 7개 정자를 만날 수 있다.

양쪽 끝에 있는 거연정이나 농월정, 어느 곳에서 출발해도 상관없다. 물이 흐르는 방향대로 걷고 싶다면 거연정에서 시작한다. 전 구간을 걷기 부담스러우면 정자와 계곡에서 여유롭게 쉬며 일부만 둘러봐도 좋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인공림인 함양 상림도 선비 문화의 기품이 서린 곳이다. 일대를 공원으로 꾸며 즐길 거리가 다양하다. 고풍스러운 한옥이 모인 개평한옥마을에는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촬영지로 유명한 일두고택을 비롯해 문화재로 지정된 고택이 여럿이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한국의 서원'으로 등재된 남계서원까지 알차게 돌아보자.
물에 반영된 산을 곁에 두고 걷는 전북 부안 봉래구곡. 촬영 박산하. (사진=한국관광공사 제공)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굽이굽이 신비의 숲…부안 봉래구곡


전북서해안 국가지질공원이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으로 지정되며 부안 변산반도에서 마주하는 자연은 더욱 특별하게 다가온다.

변산반도국립공원 내변산에 있는 봉래구곡은 약 20km에 이르는 하천 지형 아홉 곳을 이른다. 1곡부터 5곡까지 왕복 2시간 남짓한 등산로가 이어진다. 아쉽게도 6~9곡은 1996년 부안댐이 완공되면서 물에 잠겨 볼 수 없다.

봉래구곡 여행은 자생식물관찰원과 실상사 터(전북기념물)를 지나 5곡 봉래곡에서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주변 암반에 새겨진 글자들이 감입곡류인 봉래곡의 아름다운 풍경에 힘을 더한다. 4곡 선녀탕과 3곡 분옥담은 지름에 비해 깊은 항아리 모양 포트 홀이다. 높이 약 30m에 이르는 2곡 직소폭포 앞에 서면 변산반도를 대표하는 절경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선조들의 기록과 같이 변함없는 자연미다. 여정의 끝, 소담한 1곡 대소도 놓치기 아쉬운 비경이다.

변산해수욕장은 모래가 곱고 물이 맑아 여름이면 사람들이 많이 찾는다. 전망대, 캠핑장 등 다양한 시설을 갖췄다. 백악기 퇴적암의 성층이 바닷물에 침식돼 신비로운 풍경을 선사하는 채석강도 빼놓을 수 없다. 해방 이후 천일염을 생산하기 시작한 곰소염전은 염전에 비친 풍경과 오래된 소금 창고가 아름다운 곳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pjy@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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