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만큼 빠진다? 1년 체중 24%↓… 비만약 대박친 시총 1등 기업

이창섭 기자 2023. 6. 28. 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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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약 48주차 몸무게 약 26㎏ 감소
체중 30% 빠진 참가자도… "비만 수술에서나 볼법한 효과"
일라이릴리 전 세계 제약업계 시총 1위 도약

글로벌 제약사 일라이릴리가 비만 치료제 개발에서 연타석 홈런을 쳤다. 이 회사가 개발하는 약은 '1년에 체중 약 26㎏ 감소'라는 기록을 달성했다. 역대 비만 신약 개발에서 최고 감량 기록이다. 또 다른 경구용 비만 치료제 임상 시험에서는 36주차 약 15㎏ 체중 감소 효과가 나타났다. 비만 신약 개발 기대감에 일라이릴리는 존슨앤드존슨을 제치고 전 세계 제약·바이오 기업 시가총액 1위에 올라섰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일라이릴리는 최근 의학 학술지 'NEJM'(New England Journal of Medicine)에 자사가 개발하는 비만 치료제 두 개의 임상 2상 결과를 공개했다.

가장 주목받은 건 '레타트루타이드'(Retatrutide)라고 불리는 신약이다. 최근 살 빠지는 효과로 화제가 된 약들과 똑같은 글루카곤유사펩타이드-1(GLP-1) 계열 약물이다.

임상 2상 시험에서 비만·과체중 성인 338명은 각각 1㎎·4㎎·8㎎·12㎎ 용량의 레타트루타이드를 복용했다. 이 중에서 고용량인 12㎎ 복용군의 체중 감소 효과가 뛰어났다. 치료제 투약 후 48주차에 참가자 몸무게가 평균 26.3㎏ 줄었다. 투약 전과 비교해 평균적으로 몸무게가 약 24.2% 감소했다.

12㎎ 용량을 투여한 환자의 절반이 25% 체중 감소 효과를 봤다. 4명 중 1명은 원래 몸무게에서 30%가 빠지기도 했다. 논문은 이를 두고 "이렇게 비정상적으로 높은 수준의 효과는 기존의 비만 수술에서나 관찰됐다"고 설명했다. 투약 48주차까지 몸무게 감소 효과는 지속됐다. 약을 끊지 않고 계속 복용했다면 살이 더 빠질 수 있었다는 뜻이다.

이번 레타트루타이드 임상 시험 결과는 앞서 개발된 비만 치료제들이 보여준 체중 감량 효과를 모두 뛰어넘었다. 기존의 최고 감량 기록은 '마운자로'(성분명: 티르제파타이드)라는 비만 치료제가 세운 것이었다. 임상 3상에서 투약 72주차에 참가자 몸무게가 22.5% 줄었다. 마운자로 역시 일라이릴리가 개발한 비만 치료제다. 같은 회사에서 최고 체중 감량 기록을 경신한 것이다.

경쟁사 노보노디스크에서 개발한 비만 치료제 '위고비'(성분명: 세마글루타이드)는 투약 68주차에서 15% 체중 감량 효과를 보였다.

일라이릴리는 레타트루타이드 자료 공개에 앞서 '오포글리프론'(Orforglipron)이라는 또 다른 비만 신약의 임상 2상 결과를 발표했다. 주사제가 아니라 하루 1번 먹는 알약 형태의 치료제라는 게 특징이다.

평균 체중 약 109㎏인 성인 환자 272명이 임상에 참여했다. 1일 1회 12㎎·24㎎·36㎎·45㎎ 용량을 투여했다. 36주차에서 참가자 몸무게가 최소 9.4%에서 최대 14.7%까지 줄었다. 무게로 환산하면 9.6~15.4㎏이다.

오포글리프론의 효능도 경쟁사인 노보노디스크 약을 뛰어넘는다. 노보노디스크는 앞서 경구용 세마글루타이드 50㎎ 용량으로 임상 시험을 진행했다. 68주차에서 15.1% 체중 감소 효과를 보였다. 전체적인 체중 감소량은 비슷했지만 오포글리프론이 더 빠른 시간에 약효를 발휘했다.

레타트루타이드와 오포글리프론의 안전성은 기존 GLP-1 계열 약들과 유사했다. 가장 흔한 부작용은 경증의 위장관 장애 등이다.

비만 신약 개발에서 우위를 점한 일라이릴리는 글로벌 시총 순위에서도 정상에 올랐다. 지난달 말 일라이릴리 시총은 4040억달러(약 528조원)를 기록했다. 20여년간 정상을 지켰던 존슨앤드존슨을 따라잡고 전 세계 제약·바이오 기업 시총 1위가 됐다. 존슨앤드존슨에 이어 시총 2위를 지켰던 노보노디스크도 제쳤다. 일라이릴리는 지난 1년간 시장의 기대를 한 몸에 받으며 주가를 46.24%나 끌어올렸다.

이날 기준으로 일라이릴리 시총은 4410억달러다. 존슨앤드존슨이 4240억달러로 뒤를 이었다. 일라이릴리와 비만 치료제 개발로 경쟁하는 노보노디스크가 3560억달러 시총으로 둘을 바짝 쫓고 있다.

투자은행 모건스탠리에 따르면, 2030년 비만 치료 시장은 540억달러(약 71조원)에 달할 전망이다. 제약업계의 '엘도라도'(황금의 땅)라 불리는 비만약 시장을 잡기 위해 수많은 도전이 있었으나 가장 최근까지도 굴지의 대기업이 실패의 쓴맛을 봤다. 화이자는 지난 26일(현지 시각) 1일 1회 복용의 GLP-1 계열 비만 치료제 '로티글리프론'의 개발을 포기한다고 밝혔다. 임상 과정에서 참가자의 간 수치가 올라간 사실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이창섭 기자 thrivingfire21@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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