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싸움에 등 터진 코스피…외국인 투심 악화 1.8조 '팔자'
미국이 대 중국 반도체 수출 규제를 강화한다는 소식에 투자심리도 얼어붙었다. 미국 증시의 반등에도 국내 증시는 2조원에 가까운 외국인 매물이 쏟아지면서 낙폭을 키웠다. 실적 시즌 불확실성과 유동성 악화 등의 변수도 '과속 방지턱' 역할을 하면서 7월에도 조정장세가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28일 코스피 지수는 전일 대비 17.2포인트(0.67%) 내린 2564.19에 거래를 마쳤다. 전날 미국 증시는 양호한 경제지표 발표에 3대 지수 모두 1% 안팎 상승하며 국내 증시에도 온기가 퍼질거란 기대가 높았지만 미국 증시 마감 이후 미국의 대 중국 반도체 수출 규제에 관한 보도가 나오자 투지심리는 위축됐다.
월스트리트저널 보도에 따르면 미국 상무부는 빠르면 다음달 초부터 엔비디아와 다른 반도체 제조업체들이 미국 정부의 허가를 받지 않으면 중국을 비롯한 다른 우려 국가에 AI(인공지능) 칩을 배송하지 못하도록 조치할 예정이다. 해당 소식이 알려지자 엔비디아는 장 마감 이후 시간외 사장에서 3% 급락하며 정규장 상승폭(3.05%)을 모두 반납했다.
국내 증시에선 외국인 매도 물량이 대거 출회됐다. 외국인은 코스피 시장에서 3995억원, 코스닥 시장에서 1502억원, 선물 시장에서 1조2770억원 등 선·현물 시장에서 총 1조8267억원 어치의 매도 우위를 보였다.
시가총액 상위 종목에서는 그 동안 주가가 많이 올랐던 2차전지 위주로 낙폭이 컸다. LG에너지솔루션은 2.5% 하락했고 LG화학과 삼성SDI는 각각 5.8%, 3.1% 떨어졌다. POSCO홀딩스와 포스코퓨처엠 역시 3~4% 하락했다.
코스닥 대장주인 에코프로비엠은 4.5%, 에코프로는 5.1% 하락 마감했다. 엘앤에프 역시 5.3% 떨어졌다. 코스닥 대형주들의 약세에 코스닥 지수는 전일 대비 7.17포인트(0.82%) 내린 866.97에 거래를 마쳤다.
외국인의 매도세에 원/달러 환율은 전일 대비 7원 오른 1307.3원을 기록했다. 환율 상승은 원화의 약세를 의미한다.
김석환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이날 밤 예정된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의 연설과 마이크론의 실적 발표를 앞두고 관망심리가 확대됐다"며 "중국 증시는 미국의 반도체 수출 규제 강화 우려와 경제지표 둔화 우려에 하락했다"고 설명했다.
미국의 이번 조치로 국내 반도체와 반도체 소부장(소재·부품·장비) 업체들의 실적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류영호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과거 미국이 장비·반도체를 규제했던 사례를 보면 모든 제품에 대한 수출 통제가 이뤄지진 않았다"며"하지만 신규 라이센스 확보까지 시간이 필요한 만큼 단기 실적에 부정적 영향은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2분기 실적시즌과 유동성 약화, 원화 약세로 인한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 부담 등의 요인도 국내 증시에 악재다. 당장 다음주 실적 발표가 예정된 삼성전자의 경우 2분기에 영업손실을 기록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어닝 쇼크 우려가 커진 가운데 미국의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으로 인한 유동성 축소와 원화 약세 기조는 외국인 투자심리를 위축시키는 요인이다.
노동길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7월 중 과속 방지턱을 떠올리게 만드는 요소들이 있다"며 "통화긴축 경계감이 되살아나고 있으며 상반기 주가 상승세에 영향을 줬던 유동성 효과가 약화한다는 점도 과속 방지턱을 지지하는 요소"라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반기 상승 추세는 지속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노 연구원은 "현재 코스피 12개월 선행 EPS(주당순이익)는 바닥 대비 12% 반등해 중요 분기점을 넘어섰다"며 "올해 3분기 속도 조절 국면을 지난 이후 연 고점에 도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김사무엘 기자 samuel@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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