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 맞설 지니뮤직의 히든카드는 'AI 편곡'
유튜브·멜론 추격…"이용자 체류시간 늘릴 것"
"대학 때 클래식을 전공했는데, 이렇게 악보를 만들려면 이틀은 걸렸어요. 사람의 감정을 움직이는 음악을 AI(인공지능)로 만든다는 것이 가능할 것이냐, 생각했는데 이론적으로 본다면 충분히 가능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김형석 프로듀서는 28일 서울 역삼동 지니뮤직 사옥에서 '지니리라(genie.Re:La)를 활용해 편곡한 '아이 빌리브(I Believe)'를 듣고 이렇게 말했다. 김 프로듀서는 "작곡을 빨리 한다는 게 좋은 작곡가라 생각하지는 않지만, AI 기술을 통해 아이디어와 영감을 얻을 때 많은 것을 확장할 수 있겠다는 기대가 생긴다"고 덧붙였다.
30초만에 만든 'I Believe' 현악 4중주
지니리라는 지니뮤직이 AI 스타트업 '주스'와 함께 선보인 AI기술로 구현한 악보기반 편곡 서비스다. 지니뮤직은 AI 음악 생성 스타트업 주스를 51억원에 인수하고 관련 비즈니스 모델을 확장 중이다. 지니리라는 지니뮤직과 AI의 합작품 중 하나로, AI 기술을 활용해 MP3 파일을 업로드하면 즉석에서 악보를 그려주고 편곡해준다.
지니뮤직은 이날 지니리라 베타버전을 활용해 즉석에서 'I Believe'를 피아노 버전으로도, 모차르트풍의 현악 4중주 버전으로 편곡하는 모습을 시연했다. 악보가 만들어지는 데 드는 시간은 고작 30초에 불과했다.
만들어진 악보는 버튼 하나로 여러 작곡가 스타일로 편곡할 수 있다. 지니뮤직이 지금까지 개발한 음악 스타일은 20여가지에 달하며 앞으로도 계속 추가해나갈 예정이다. 또한 화성을 분석하고 음표 하나하나를 편집해 섬세한 편곡도 가능하다.
김준호 주스 대표는 "일반인도 AI 기술을 활용해 쉽게 만들 수 있고, 전문가 또한 더 손쉽게 음악 콘텐츠를 생성할 수 있도록 'MIDI시퀀싱 편곡 툴'을 제공한다"면서 "이렇게 만든 음원을 고객들이 거래할 수 있는 C2C(개인간거래) 기반의 플랫폼도 연내 제공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AI 저작권 이슈 해결…수익 원저작자와 나눈다
콘텐츠업계에서는 AI를 활용한 작업물의 저작권 이슈가 뜨거운 감자다. 박현진 지니뮤직 대표는 "기술적인 측면보다 저작권, 이해관계를 어떻게 볼까가 더 고민이었다"면서 "그래서 생각해낸 것이 악보 생성을 허용받은 곡만 가능하도록 하자는 방침"이라고 말했다.
지니뮤직은 현재 1900만개의 음원을 서비스하고 있다. 지니리라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음원은 이중 약 70% 수준이다. 지니리라의 베타서비스에서는 정식 유통되는 음원만 업로드할 수 있으며, 작업물은 서버 내에만 저장할 수 있다. 또한 원작자가 편곡을 원하지 않는 음원의 경우 업로드 자체가 제한된다.
베타서비스에는 포함되지 않았지만, 올해 한엔 이용자가 지니리라를 활용해 편곡한 음악을 출시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이 경우 원작자에게도 일정 부분 수익을 배분하도록 하는 정산시스템을 구축한다. 박현진 대표는 "일반적으로 원곡자, 편곡자가 있을 경우 어느 정도 비율로 나눠 가진다는 시장의 룰이 있다"면서 "지니뮤직은 음원 정산·유통 시스템을 갖고 있으므로 이에 따라 저작권료를 지급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소비자가 AI를 활용한 창작물에 거부감을 표할 수 있다는 지적에 대해 "수많은 유튜브 크리에이터가 만들어지며 선호하는 사람도, 싫어하는 사람도 있었다. 굉장히 다양할 것 같다"면서 "소비자의 거부감이라는 것은 시장 이해관계자들과 관련되어 있고, 그때 시장 환경을 반영하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유튜브 맞서 지니뮤직 가치 높일 솔루션
현재 지니리라 베타서비스는 무료로 제공된다. 지니뮤직은 여러 이해관계가 얽혀 있는데다 제도적 문제가 있어, 음원 유통사 등과 논의해 유료화 문제를 서서히 논의할 예정이다. 예를 들어 무제한으로 편집할 경우 부분적으로 월정액을 도입하는 등의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박 대표는 지니리라로 명확한 수익모델을 제시하기보다 이용자를 늘릴 수 있는 서비스라는 데 초점을 맞췄다. 박 대표는 "플랫폼의 가치는 얼마나 오랫동안 체류하는가로 측정한다"면서 "플랫폼에서 머무르는 시간이 늘어나면 수익 확보가 가능할 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지니뮤직은 유튜브 뮤직이 음원 스트리밍 시장에서 토종 기업을 위협하는 상황에서 지니리라를 통해 차별화하겠다고도 밝혔다. 와이즈앱·리테일·굿즈의 조사에 따르면 유튜브 뮤직 앱 수는 521만명으로 멜론(459만명), 지니뮤직(203만명)을 월등히 앞선다.
박 대표는 "유튜브가 음악 생태계를 잘 이해하고 작곡가나 기획사를 이해해 한국 시장에 맞는 서비스를 제공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면서 "이런 솔루션을 통해 지니뮤직에 머무르고 서비스를 계속 이용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편지수 (pjs@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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