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잡는 ‘다윗과 골리앗’, 상생 나서는 대기업-스타트업

조광현 기자(cho.kwanghyun@mk.co.kr) 2023. 6. 28. 1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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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과 스타트업간 상생 협력 체계 구축이 한창이다. 기후 위기, 팬데믹, 경제 불황 등 저성장 기조가 이어지면서 신사업을 꾸리는 전략적 파트너로서 함께 경쟁력을 강화하고 동반 성장을 꾀하려는 목적이다.

특히 지난해부터 지주 회사의 기업형 벤처캐피털(CVC) 설립 보유가 가능해지면서 대기업과 스타트업의 연결고리가 더욱 강해지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현재 등록된 CVC 12개 중 대기업 집단에 소속된 CVC는 7개에 달하며, CVC 신규투자 중 73.8%가 창업기업(업력 7년 이하)에 몰려있다.

기존에는 액셀러레이팅 프로그램이나 사내 벤처 육성 프로그램 등을 통해 신사업 발굴, 기술 개발 등을 했다면, 이제는 참신한 아이디어나 기술력을 보유한 유망 스타트업에 직접 투자를 하거나 파트너십을 통해 시너지를 내기도 한다.

특히 독창적인 기술력이나 서비스를 보유한 스타트업에 자사 인프라와 결합한 협업을 타진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손을 내밀고 있다. 대기업의 업무 구조상 개발이 어렵고 오랜 시간이 걸리는 혁신 기술을 스타트업으로부터 끌어오겠다는 전략이다.

독창적인 기술력을 보유한 스타트업과의 파트너십으로 새로운 수익 창출
뉴플로이-하나은행
최근 인사급여 업무 자동화 서비스를 운영하는 뉴플로이는 하나은행과 함께 중소사업자를 위한 ‘간편급여이체 서비스’를 출시했다. 하나은행과 연계해 뉴플로이 이용자들은 수취계좌 정보와 금액을 사전 등록하면 별도의 인터넷 뱅킹 로그인 없이 이체 업무를 처리할 수 있다. 디지털 금융 혁신 선도가 목표인 하나은행과 신규고객 확보를 원하는 뉴플로이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진 결과다.
옴니어스-SK브로드밴드
초개인화 커머스 AI 기업 옴니어스는 자사 기술력을 토대로 SK브로드밴드의 신사업 개척 파트너로 낙점 받았다. 옴니어스는 주력 상품인 초개인화 AI 솔루션 ‘옴니커머스’를 비롯해 총 27건의 특허 및 출원을 보유한 곳이다. 양사는 미디어 분야에 AI 기술을 적용, 고객 만족도 제고와 미디어 산업의 혁신을 위해 긴밀하게 협력할 전망이다.

글로벌 인공지능 기업인 업스테이지는 롯데온과 함께 검색 추천 AI 기술을 개발했다. 2년간의 협업 과정에서 롯데온은 인사이트와 데이터를 제공했고, 업스테이지는 이를 바탕으로 이커머스에 최적화된 AI 모델을 구현했다. 양사는 구매전환율 50%를 목표로 협력을 지속할 예정이다.

◆ 직접 육성한 스타트업과 미래 사업 진출
사내 스타트업 제도나 오픈이노베이션과 같은 지원 프로그램을 통한 협업도 꾸준히 진행되고 있다. 배송로봇 업체 모빈은 특수 고무 소재 바퀴로 이동 제약없이 배송이 가능한 로봇을 개발했다. 현대차그룹 사내벤처로 시작해 물적제도적 지원을 받으며 성장한 모빈은 향후 그룹 계열사들과 함께 배송 로봇 시범 사업을 진행할 계획이다.

글로벌 팬덤 비즈니스 전문 스타트업 비마이프렌즈는 크리에이터가 직접 수익 창출을 하고 팬 소통을 할 수 있게 돕는 플랫폼 빌더 ‘비스테이지(b.stage)’를 개발 및 운영하고 있다. CJ올리브네트웍스는 2022년 5월 미래 혁신성장을 위한 경쟁력 강화 및 사업 시너지 제고를 위해 비마이프렌즈에 CJ 그룹과 공동투자했으며, 같은 해 9월 전략적 사업 협약을 맺었다. CJ 올리브네트웍스는 방송미디어분야 IT기술과 노하우가 결합된 라이브 스트리밍 플랫폼을 비스테이지에 연동해 크리에이터가 콘서트, 미팅 등을 통해 팬들과 실시간으로 소통 있도록 할 방침이다. 또한 온라인 결제 서비스(PG)를 도입해 사용자의 결제 편의를 제공하고, 사용자경험(CX) 컨설팅을 제공해 서비스 고도화, 수익 창출 다각화 등 플랫폼 전반의 경쟁력을 강화한다.

실내외 자율주행 로봇 서비스 플랫폼 기업 뉴빌리티는 2021년 삼성전자의 스타트업 육성 프로그램 ‘C랩 아웃사이드’를 거친 후 현재 삼성을 비롯한 대기업과 협업을 모색하고 있다. 뉴빌리티는 지난해 4월 삼성웰스토리 등으로부터 230억원 규모의 시리즈A 투자를 받았으며, 지난 3월엔 삼성전자가 출자한 삼성벤처투자에서 30억원을 유치해 누적 투자금이 300억원에 달한다. 올해 초엔 세계 최대 정보기술·가전 박람회인 CES 2023에서 뉴비로 혁신상을 받기도 했다.

CJ제일제당은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신사업화하는 전용공간 ‘이노플레이’를 개관하고, 바이오 사업 부문 사내벤처 프로그램 ‘R 프로젝트’를 통해 선발된 스타트업이 근무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지난 3월에는 호주 바이오텍 ‘프로벡터스 알지(Provectus Algae)’ 투자를 공식화했다. 프로벡터스 알지는 광합성 미세조류 기반의 바이오 소재 연구‧제조 전문 스타트업이다.

대기업과 스타트업이 ‘윈윈’ 할 수 있는 협력 체계는 앞으로 더욱 활발해질 전망이다. 올 상반기동안 아이디어 도용 문제가 여럿 불거지면서 대립했지만, 당정에서 기술 탈취 징벌적 손해배상을 현행 3배에서 5배로 강화하는 방안을 내놓으면서 스타트업 보호를 표명했기 때문이다. 제도적 밑받침이 활성화 되면 서로 밀고 끌어주며 상생을 도모하는 건강한 생태계가 조성될 것으로 기대된다.

업계 관계자는 “올해 초 여러 분야에서 대기업과 스타트업간 표절 의혹이 불거지며 긴장감이 돌았지만, 업계의 전반적인 인식이나 수준이 점점 성숙해지고 있고, 제도적으로도 스타트업을 보호해 주는 장치들이 생기고 있다”며 “더욱 안전한 환경에서 상생을 도모하고 협력할 수 있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어 양 업계간 상생 모델은 더욱 활발해 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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