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I첨단소재, 弗아케마가 1조에 인수

세계 1위 PI첨단소재
프랑스 기업 새 주인
美·유럽 시장 넓힐 듯
대기업 거래 정통한
최대주주 글랜우드
5년만에 두배 가까운 수익

스마트폰 전기차 등에 사용되는 폴리이미드(PI) 필름 세계 1위 기업인 PI첨단소재가 프랑스 화학 기업 아케마에 1조원에 매각된다. PI첨단소재 현 최대주주인 토종 글랜우드PE는 인수한 지 3년이 채 안돼 두 배에 가까운 수익을 내고 매각에 성공했다. 아케마에 인수된 PI첨단소재는 주력 시장인 아시아를 넘어 미국, 유럽 시장 공략 발판을 마련했다.

28일 PI첨단소재는 아케마코리아홀딩에 경영권을 1조원에 매각한다고 공시했다. PI첨단소재 최대주주인 글랜우드PE는 이날 발행주식 54.7%를 매각하는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했다. 잔금 납입은 내년 3월 31일 완료한다.

PI첨단소재는 2008년 SKC와 코오롱인더스트리가 합작해서 세운 SKC코오롱PI가 전신이다. 설립 후 일본 가네카·도레이, 미국 듀폰 등 세계적 화학 회사를 제치며 9년 연속 전 세계 PI 필름 시장 1위를 차지해왔다. 현재 세계 점유율은 30% 안팎으로 알려졌다.

2020년 글랜우드PE는 이 회사를 6070억원에 인수하며 PI첨단소재로 사명을 바꿨다. 이후 전기차 배터리 절연용 PI 필름과 바니시 등 첨단산업 제품 개발·생산을 강화하며 기업가치를 꾸준히 제고했다는 평가다. 지난해 매출 2764억여원에 영업이익 521억원으로 영업이익률이 20%에 육박한다. 수익성 극대화를 위해 현재 30% 안팎인 첨단산업 제품 매출 비중을 2025년 40% 수준으로 높일 계획이다.

글랜우드PE는 지난해 베어링프라이빗에쿼티아시아(PEA)와 PI첨단소재 매각 관련 SPA를 체결했지만 이후 해지됐다. 당시 1조3000억원에 달하는 매매 계약이 해지되면서 인수합병(M&A) 시장이 받은 타격이 적지 않은 것으로 평가됐다. 글랜우드PE는 베어링PEA를 대상으로 500억원대의 중재 소송을 진행 중이다.

지난해 거래가 불발된 이후 글랜우드PE에는 전략적투자자(SI) 3~4곳과 재무적투자자(FI) 2~3곳이 인수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애초 지난해 입찰에도 베어링PEA 이외에 아케마, 롯데케미칼, KCC글라스 등 국내외 대기업이 다수 참가하며 인수 의지를 드러냈다.

글랜우드PE는 향후 PI첨단소재의 확장성을 고려해 아케마를 최종 인수자로 낙점한 것으로 전해진다. 한국, 중국, 일본 시장에 강한 PI첨단소재는 미국과 유럽 마켓에서는 점유율을 보다 높여야 하는 상황이다. 이와 반대로, 알케마는 아시아 시장에서 열세인 반면, 미국와 유럽에서는 시장 점유율이 높아 양사의 시너지 효과가 높을 것으로 기대된다.

PI첨단소재는 향후 다수의 미국, 유럽 전기차 업체를 고객으로 확보할 계획이다. 전기차는 배터리 폭발 문제가 있어 열을 발산하는 것이 중요한데, PI 필름이 전기차 부품의 열 차단 목적으로 사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PI첨단소재 관계자는 “지금까지는 스마트폰 등 모바일 기기용 PI 필름을 주로 생산해왔다”며 “매각 이후에는 자동차, 비행기에 들어가는 PI 필름 판매량을 늘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어 “유럽계 기업을 대주주로 맞이하면서 미국, 유럽 시장을 공략하는 것이 더 쉬워졌다”며 “서구의 항공우주 관련된 기업들을 고객으로 새로 확보해서 비행기, 우주 발사체 등을 만들 때 필요한 PI 필름을 공급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글랜우드PE는 이번 매각으로 30~40% 상당의 연환산내부수익률(IRR)을 올린 것으로 전해졌다. 글랜우드PE는 대기업 자회사를 인수하는 ‘카브아웃’ 거래에서 정통한 운용사로 평가받는다. 최근 SK피유코어와 LG화학 진단사업부를 인수했으며, 한화첨단소재와 CJ올리브영에는 2대 주주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