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 개발이 지역을 파괴한다…우간다 NGO, 프랑스 기업 토탈에너지 상대 소송

박은하 기자 2023. 6. 28.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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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유개발, 인권침해 직접적 원인”
틸렝가 유전개발·송유관 건설 비판
우간다·프랑스 5개 시민단체 참여
지난해 11월 이집트 샤름엘셰이크에서 가스 방독면을 쓴 환경운동가가 아프리카 에너지 착취와 온실가스 배출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AP연합뉴스

우간다의 환경·인권단체와 주민들이 대규모 석유개발 프로젝트로 지역이 황폐해지고 인권침해가 발생했다며 프랑스 에너지기업 토탈에너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AFP통신과 아프리카뉴스는 27일(현지시간) 우간다 인권활동가 맥스웰 아트후라와 ‘지구의 벗’을 비롯한 우간다·프랑스의 5개 비정부기구(NGO), 주민 26명이 토탈에너지를 상대로 파리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고 보도했다.

원고인단은 이날 파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토탈에너지가 추진하는 틸렝가 석유 시추 프로젝트와 동아프리카 송유관 건설 프로젝트(EACOP)가 직접적으로 인권침해를 일으키고 있다”며 “특히 토지와 식량에 심각한 피해를 입혔다. 이에 대한 보상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토탈에너지는 우간다와 콩고민주공화국의 경계에 위치한 앨버트 호수 근처 틸렝가 지역에서 원유 시추와 송유관 건설 사업을 진행 중이다. 2018년 개발이 시작된 틸렝가 유전에는 65억 배럴의 원유가 묻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토탈에너지가 이곳에서 시추한 원유를 탄자니아 항만으로 옮겨 수출하기 위해 짓고 있는 송유관은 1443㎞ 길이로, 우간다와 탄자니아의 자연보호구역 여러 곳을 가로지른다.

틸렝가 원유 시추 프로젝트 및 동아프리카 송유관 건설 프로젝트 지도./ 토탈에너지

환경단체 활동가들은 토탈에너지의 프로젝트 영향으로 우간다와 탄자니아에서 11만8000명 이상이 토지 몰수 등의 피해를 당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성명에서 프로젝트가 결정된 이후 “3~4년 이상 토지 사용이 제한됐다”며 “일부 가정은 생계 수단이 박탈돼 심각한 식량 부족을 겪었다”고 밝혔다. 토지 수용에 대한 보상도 고르지 않아 일부 가정은 생계를 유지하기에 턱없이 부족한 보상을 받았다고 했다. 원유 시설 건설의 여파로 틸렝가 유전 인근의 한 마을에서는 반복적인 홍수가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원고인단은 “우간다와 탄자니아의 석유 프로젝트를 비판하고 지역사회의 권리를 옹호했다는 이유로 몇몇 원고가 위협, 괴롭힘, 체포를 당했다”고 밝혔다. 앞서 우간다 활동가 2명은 2019년 토탈에너지를 상대로 소송을 내기 위해 프랑스를 방문했는데 한 명은 귀국길에 우간다 공항에서 체포됐고 다른 한 명은 귀국 열흘 만에 자택에서 공격을 받았다. 아트후라 역시 위협과 자택 침입에 시달렸으며 지난해 명확한 근거 없이 두 번이나 체포됐다고 밝혔다.

‘지구의 벗’과 4개의 단체는 앞서 2019년에도 파리 법원에 토탈에너지의 프로젝트 중단을 요구하는 소송을 냈으나 지난 2월 패소했다. 토탈에너지는 법원 결정에 환영했으며 우간다와 탄자니아 정부도 프로젝트는 환경, 안전 및 인권 기준을 준수한다며 소송을 ‘선동’으로 간주했다. 이번 소송은 2019년 소송과 별개로 제기됐으며, 원고인단은 2019년 소송의 항소도 준비하고 있다.

아프리카뉴스는 이번 소송이 파리에서 열린 ‘새로운 글로벌 금융 협정을 위한 정상회담’ 후 거의 일주일만에 이뤄졌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정상회담에서는 기후 위기에 책임이 있는 서방 국가들이 아프리카 지역의 기후 피해 보상 및 적응과 관련해 재정을 지원하기로 한 약속을 지키지 않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프랭크 무라무지 ‘지구의 벗’ 전무이사는 “주민들이 지역사회에서 괴롭힘을 당하고, 실향민이 되고, 제대로 보상 받지 못하고, 자신들의 땅에서 극심한 빈곤 속에 사는 상황에서 외국 석유 회사들이 계속해서 엄청난 이익을 내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고 말했다.

박은하 기자 eunha999@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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