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수의 심장소리가 들리자 … 울려던 아기가 조용해졌다
배기량 3996㏄ 트윈터보 엔진
제로백 3.3초의 괴물같은 성능
어느 길이든 사뿐히 달리고
저속주행서도 '매력' 뽐내
생후 만 3개월이 갓 지난 아기를 데리고 왕복 2시간 거리를 다녀오려니 걱정이 앞섰다. 이른 시기부터 외출을 시작하긴 했지만 편도로 30분 이상 걸리는 장소는 언감생심이었다. 꽉 막힌 도로에서 집으로도, 목적지로도, 어느 한곳으로 오가지도 못한 채 울음보가 터진 아기를 달래는 상황은 상상만으로도 진땀이 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람보르기니의 슈퍼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우루스 퍼포만테'를 이끌고 서울에서 양평을 다녀온 것은 먼 훗날 다시 펼쳐볼 만한 추억 사진 한 장을 아기에게 남겨주고 싶은 마음이 컸기 때문이다. 일상생활에서 운전할 차는 잔고장 없이 잘 가고 잘 멈추기만 하면 된다고 생각하는 아빠는 사심 없는 손짓으로 시승 차량의 시동 버튼을 눌렀다.
'으르르릉!'
아기가 동작을 멈췄다. 바구니 카시트에 누워 팔다리를 버둥거리며 울음보를 터뜨리기 일보 직전이었던 아기는 난생처음 들어보는 소리에 온 신경을 집중하는 듯했다. 배기량 3996㏄의 V8 트윈터보 엔진에 최고출력 666마력, 최고속력 306㎞/h, 제로백(시속 0㎞에서 100㎞까지 가속하는 데 걸리는 시간) 3.3초 등 괴물 같은 성능을 갖춘 차에서 아기는 눈만 깜빡였다.
이번 시승차는 4인승 모델로, 2열에는 독립 시트가 놓였다. 전동 버튼을 통해 좌석 위치를 조절할 수 있다. 안전벨트로 바구니 카시트를 꽉 매고, 2열 좌석을 앞으로 끌어당겨 1열에 밀착시켰다. 운전석이나 조수석을 뒤로 빼 카시트에 밀착시키지 않아도 괜찮았다. 이 차는 덩치가 크다. 전장(길이) 5137㎜, 전폭(너비) 2032㎜ 등이다. 평소 준중형 SUV를 몰다가 큰 차를 운전하려니 좁은 길에서의 주행이 걱정됐지만 HUD(헤드업디스플레이)에 차량이 좌우 차선과 적절한 가격을 유지하고 있는지 실시간으로 보여줘 편했다.
고속 주행에 특화된 이 차의 전고(높이)는 1618㎜로, 비슷한 크기의 다른 SUV 모델들과 비교했을 때 상대적으로 낮다. 트렁크 공간도 썩 넓지는 않지만, 616ℓ 용량에 어지간한 짐짝을 싣는 데 문제가 없다. 웬만한 유모차를 싣는 데도 무리가 없어 보였다.
이 차를 타다 보면 '황소'를 모는 듯한 착각도 든다. 덩치는 크고, 무게(공차 중량)는 2150㎏에 이르지만 어느 길이든 사뿐히 달린다. 언덕길에서조차 가속 페달을 살짝 밟아도 가뿐히 오른다. 다만 왕복 80㎞ 거리를 운전하는 동안 극한의 속력을 경험할 일은 없었다. 갑자기 속력을 끌어올릴 일도 없었기에 주행 중에는 포효하는 배기음도 들을 일이 없었다. 주행모드도 도심 주행용 기본 모드인 '스트라다' 하나만 이용했다. 연비는 ℓ당 8.5㎞ 수준으로 측정됐다.
한때 신호등 빨간불 앞에서 머뭇거리는 슈퍼카를 볼 때마다 안타까웠다. 세상 어느 차보다 빠르게 달릴 수 있는 차들이 제 속력을 내지 못하고 가다 서기를 반복하는 모습은 울창 안에 갇힌 야수를 떠올리게 했다. 이는 슈퍼카를 운전하는 재미가 빠른 속력으로 주행하는 데만 있다고 믿은 착각이었다. 저속 주행에서도, 정지 상태에서도 나름대로 즐거움이 있다.
람보르기니 우루스 퍼포만테의 판매 가격은 3억2000만원대 후반부터 시작한다.
[문광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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