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진짜 ‘체육인’의 명예를 훼손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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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 청소년 농구단 글로벌 프렌즈를 처음 만났을 때 느낀 감정은 생경함이었다.
각양각색 아이들이 모여 함께 농구를 하는 모습이 익숙하지 않기도 했지만, 농구 그 자체를 즐기고 있다는 느낌을 주는 현장은 오랜만이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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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 청소년 농구단 글로벌 프렌즈를 처음 만났을 때 느낀 감정은 생경함이었다. 각양각색 아이들이 모여 함께 농구를 하는 모습이 익숙하지 않기도 했지만, 농구 그 자체를 즐기고 있다는 느낌을 주는 현장은 오랜만이었기 때문이다. 프로·국가대표라는 이름을 달고 치열하게 경쟁하거나, 직업선수가 되기 위한 바늘구멍을 뚫기 위해 사투를 벌이는 다른 청소년들의 경기와는 확연히 다른 풍경이었다.
물론 둘 중 어느 한쪽이 옳다거나 더 낫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운동을 직업으로 삼는 이들과 취미로 즐기는 이들 사이에는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둘 다 스포츠가 가진 다양한 모습 중의 하나이고, 우리는 양쪽 모두로부터 다양한 가치를 느끼고 배울 수 있다. 다만 스포츠 기자로서 다니는 현장이 다소 엘리트 스포츠에 치우쳐져 있었다는 생각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스포츠 취재를 하다 보면 자주 듣는 말이 있다. ‘현장’, ‘체육인’ 같은 말이다. 특히 얼마 전 3주기를 맞은 트라이애슬론 국가대표 고 최숙현 선수가 스포츠 폭력에 못 이겨 세상을 떠난 2020년 6월26일부터는 이 말들이 더욱 기승을 부렸다. 스포츠계 변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자, 기성 체육계가 “현장을 모르고, 체육인을 무시하는 이야기”라고 맞섰기 때문이다.
그들이 말하는 현장과 체육계는 무엇일까. 최근 대한체육회가 2027 충청권 여름세계대학경기대회(U대회) 조직위 구성을 두고 보인 모습을 보면, 그 실마리가 보인다. 대한체육회는 사무총장 인선에 반대해 서명운동을 벌이고, 결의문을 냈다. 시군구체육회장·경기단체 관계자와 간담회를 가지며 세를 과시했다. 대한체육회가 반대하는 사무총장을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까지 한 인사는 “체육인의 명예를 지키기 위해서”라고 했다.
그즈음 이주민 스포츠 교실에서 만난 한 지도자는 이렇게 말했다. “이주민 스포츠에 대한 관심이 느는 건 정말 좋지만, 이걸 체육회나 협회에서 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이런 현장에 전혀 관심이 없는 사람들이고, 그렇게 늘어난 예산이 우리 같은 밑바닥까지 올 거라고 기대도 안 한다.” 약 20년을 생활체육 현장에서 뛰어온 그에게 체육회와 협회는 불신의 대상일 뿐이었다. 기성 체육계가 말하는 현장과 체육인에 포함되지 못한 ‘바깥’에서 스포츠를 전파하는 이들의 목소리였다.
이처럼 체육계가 스포츠 영역을 한정하고 벽을 공고히 하는 사이, 엘리트 체육마저 사양길에 들어섰다. 비인기 종목은 이미 선수 수급에 한계를 느낀 지 오래고, 인기 종목들도 선수 부족으로 허덕인다. 한국에서 나고 자랐지만 국적이 없다는 이유만으로 소년체전 출전권을 제한당한 난민 2세 씨름 선수 김웬디(11)군 같은 이들이 좌절을 느끼는 동안, 한쪽에선 선수가 없어 문을 닫는 운동부가 줄을 잇는다.
프랑스 파리에서 만난 마이나 귀도(19)는 “한국에서 스포츠를 하려면 인생을 걸고 도전해야 한다고 들었다”며 “한국에 있는 모든 친구들이 스포츠를 즐길 수 있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는 스포츠는 기본권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이제는 ‘모두를 위한 스포츠’라는 철학을 중심으로, 스포츠 현장과 체육인의 개념부터 확장할 때다. 한 소년이 국적을 이유로 대회 참가 권리마저 박탈당할 때야말로, 체육인의 명예가 훼손됐다고 느끼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이준희 기자 givenhapp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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