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토벤 소나타 전곡 연주 부흐빈더 “음악은 한계가 없다”

임석규 2023. 6. 28. 16:15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전혀 싫증 나지 않았어요. 단 한 번도, 절대 그런 일이 없습니다."

28일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32곡 전곡 연주에 돌입한 피아니스트 루돌프 부흐빈더(77)의 얘기다.

"베토벤은 내게 혁명이고 인간적인 면모를 가진 작곡가입니다. 이번 소나타 전곡 연주가 60번째인데 연주할 때마다 새로운 것을 배우게 되지요."

"베토벤을 평면적으로 연주하는 게 제일 안 좋아요. 베토벤 소나타엔 그의 인생에서 사랑에 빠졌거나, 화가 났거나, 즐거웠던 순간이 반영돼 있거든요."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77살 피아니스트 부흐빈더 8번째 내한 공연
28일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32곡 전곡 연주에 돌입한 피아니스트 루돌프 부흐빈더가 서울 강남구 오드포트에서 피아노를 연주하고 있다. 7월 9일까지 7차례 나눠 연주한다. 연합뉴스

“전혀 싫증 나지 않았어요. 단 한 번도, 절대 그런 일이 없습니다.”

28일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32곡 전곡 연주에 돌입한 피아니스트 루돌프 부흐빈더(77)의 얘기다. 이날 오전 서울 강남구 문화공간 ‘오드포트’에서 기자들과 만난 그가 ‘베토벤에게 싫증 난 적 없느냐’는 질문에 내놓은 답변이다. 그는 “100년 전 음악에서 항상 새로운 걸 발견하게 돼 질릴 틈이 없다”며 “음악은 우주처럼 한계가 없기 때문”이라고 했다. 베토벤 예찬론이 이어졌다. “베토벤은 내게 혁명이고 인간적인 면모를 가진 작곡가입니다. 이번 소나타 전곡 연주가 60번째인데 연주할 때마다 새로운 것을 배우게 되지요.”

그는 간담회에서 폭풍처럼 휘몰아치는 소나타 17번 ‘템페스트’ 3악장을 연주했다. 연주를 마친 그는 “베토벤의 모든 소나타를 사랑하지만, 유감스럽게도 모든 곡이 어렵다”며 웃었다. “젊은 시절에는 ‘이런 해석만이 절대적’이라는 좁은 관점으로 베토벤 소나타를 대했어요. 지금은 더 많은 가능성을 열어두고 더 많은 음악적 요소를 연구하죠. 집 안에서도 피아노를 공부할 수 있지만 진짜 공부는 무대에서 해요. 무대에선 훨씬 더 많은 것들이 극적으로 느껴지죠.”

피아니스트 루돌프 부흐빈더가 28일부터 다음 달 9일까지 7차례로 나눠 연주하는 베토벤 소나타 전곡(32곡) 연주는 그의 60번째 전곡 연주다. 연합뉴스

저녁엔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1번·10번·13번·4번·14번 등 베토벤 소나타 5곡을 몰아 연주했다. 이런 식으로 7월9일까지 7차례에 걸쳐 하루 3~5곡씩 전곡을 연주한다. 짧은 기간에 집중적으로 연주하는 일정이라 혈기왕성한 젊은 연주자들도 쉽지 않은 일이다. 그는 “곡마다 다른 개성과 색채를 보여주기 위해 프로그램을 짰다”고 연주 배열에 담긴 의미를 설명했다. ‘5살 빈 국립음대 최연소 입학’이란 신기록을 지닌 조숙했던 천재가 오랜 세월 장인의 솜씨를 연마해 구축한 음악 세계를 한눈에 살펴볼 기회다.

그에겐 ‘현존 최고의 베토벤 스페셜리스트’란 수식이 따라붙는다. 베토벤 소나타 악보 39개 판본을 수집할 만큼 ‘베토벤 사랑’이 유별난 연주자다. 그는 “60번째라는 숫자가 완성을 의미하지는 않는다”며 “앞으로 내가 얼마나 멀리 그리고 어디로 갈지는 모르지만, 가야 할 길이 남았다”고 했다. “나의 개성을 녹여내고 싶은 마음은 없습니다. 베토벤에 대한 애정을 담을 뿐이죠. 제가 하고 싶은 건 베토벤의 방에 앉아 24시간 동안 안 보이는 채로 베토벤이 무엇을 하는지 관찰하고 싶어요. 유일하게 바라는 점입니다.”

그는 “베토벤은 ‘에스프레시보(감정이 풍부하게)’ 바로 뒤에 ‘아 템포(원래 빠르기로)’를 써둔 유일한 작곡가”라며 “그만큼 베토벤은 혁명적이었다”고 했다. “베토벤을 평면적으로 연주하는 게 제일 안 좋아요. 베토벤 소나타엔 그의 인생에서 사랑에 빠졌거나, 화가 났거나, 즐거웠던 순간이 반영돼 있거든요.”

이번이 8번째 내한이다. 2012년 첫 내한 이후 꾸준히 한국을 찾고 있다. 그는 “한국에는 굉장히 좋은 청중들이 있다”며 “한국에 어떻게 이처럼 클래식이 잘 전파됐는지 놀랍다”고 했다.

임석규 기자 sky@hani.co.kr

Copyright © 한겨레신문사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