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 속 상생경영 … K수출 돌파구 연다

서진우 기자(jwsuh@mk.co.kr) 2023. 6. 28.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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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반기 ICT수요 회복 전망
반도체 수출도 반등 기대
대·중기 상생이 도약 열쇠
스마트공장 구축 지원하고
사회적 성과에 인센티브
일자리·환경문제 함께 풀어
스타트업에 기회 넓히기도
게티이미지뱅크

한국 기업의 수출 부진은 언제쯤 말끔히 해소될까. 지난 15일 한국무역협회는 수출 확대를 위한 제1차 산업계 릴레이 간담회를 열어 주목받았다. 이번 회의는 수출기업이 현장에서 겪는 애로를 파악하기 위해 마련됐으며 원스톱 수출·수주 지원단과 한국IT서비스산업협회, 한국팹리스산업협회 등과 메가존 클라우드, 코아시아, 메인정보시스템, 효성티앤에스, 와이즈넛 등 정보기술(IT)·반도체 기업 관계자들이 간담회에 참석했다. 올해 수출 실적은 6월 중순까지 전년 동기 대비 -13%를 기록하며 좋지 않은 상황이다. 특히 정보통신기술(ICT) 수출이 부진했다. 모바일·컴퓨터·태블릿 등 ICT 품목의 소비 둔화로 반도체 수요가 대폭 감소한 것이다. 다만 이 같은 위기는 하반기로 갈수록 ICT 품목에 대한 세계 수요가 회복되면서 서서히 완화될 전망이다. 물론 여기에는 대·중소기업 상생이 절실하다.

업종별 토론에서 김정인 코아시아 부사장은 "국내 시스템 반도체 기업이 새로운 칩을 개발하는 것은 막대한 금융 문제로 쉽지 않다"면서 "팹리스에서 새로운 칩 하나를 개발하기 위해서는 통상 약 5000억원에 달하는 막대한 자금이 소요되지만 신규 팹리스들이 이러한 금융을 조달하기란 매우 어려운 상황"이라고 밝혔다. 대기업과 협업하는 동시에 정부의 금융 지원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박정균 와이즈넛 이사는 "검색엔진 분야는 데이터베이스가 쌓이면서 적용 가능한 분야가 다양해져 발전 가능성이 큰 산업"이라며 "데이터 산업에서는 우수한 개발자나 엔지니어 등 인력풀이 중요하지만 인재가 부족하기 때문에 해외 IT 인력을 활용할 수 있는 정부 지원 프로그램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박익현 메인정보시스템 대표는 "지방 IT기업 인력난을 해소하려면 지방 마이스터고나 특성화고를 지역 벤처기업과 매칭하는 프로그램을 시행해야 한다"고 밝혔다. 대기업과 정부 역할이 중요한 대목이다.

양윤나 한국IT서비스산업협회 팀장은 "시스템 통합(SI) 분야 대기업들의 국내 공공시장 참여가 제한돼 레퍼런스를 축적할 기회가 없어지면서 해외 주요 시장에 대한 수출이 어려운 상황"이라며 "대기업들이 국내 공공시장에서 레퍼런스를 쌓아갈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SI 분야 수출을 확대하는 길"이라고 언급했다. 대기업 사업 물꼬를 터줘야 중소기업으로도 그 효과가 이어질 수 있다.

실제로 전형우 메가존 클라우드 실장도 "우리 회사가 중소기업에서 중견기업으로 급성장했지만 이후 대기업에 대한 국내 공공시장 참여 제한으로 기존에 시행하던 SI 사업을 중단할 수밖에 없게 됐다"면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대기업은 위기 속에서도 중소기업과 상생하면서 돌파구를 마련한다. 삼성전자는 2015년부터 '같이 나누고 함께 성장하는 것이 세계 최고를 향한 길'이라는 동행 철학에 따라 '스마트공장 구축 지원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삼성의 제조혁신 기술과 성공 노하우를 제공해 국내 중소·중견기업 경쟁력을 제고하고 일자리 창출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2018년부터 삼성전자는 중소벤처기업부·중소기업중앙회와 '스마트공장 보급·확산 협력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고 거래 여부와 상관없이 지원이 필요한 모든 중소·중견기업을 대상으로 사업을 확대해 운영하고 있다.

이를 위해 삼성전자는 'ESG&스마트공장지원센터'를 세웠다. 제조현장 혁신부터 공장 운영 시스템 구축, 제조 자동화 분야 등에서 선발된 사내 전문가 200명이 기업별 상황에 맞게 노하우를 전수한다.

SK그룹은 최태원 회장이 독창적인 아이디어로 제안하고 추진해온 사회성과인센티브 프로그램이 올해 1월 다보스포럼에서 호평을 받았다. 위기에 처했던 사회적 기업들이 해당 프로그램으로 재정적 안정과 함께 성장동력을 마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최 회장은 10년 전인 2013년 다보스포럼에서 사회적 기업이 창출하는 '사회성과'에 비례해 '현금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사회성과인센티브 프로그램을 처음으로 제안했다. SK그룹이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사회성과인센티브를 운영한 결과 사회적 기업 326곳이 참여해 일자리 창출, 사회 서비스 제공, 환경문제 해결, 생태계 문제 해결 등 4개 분야에서 총 3275억원에 이르는 사회성과를 창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대자동차그룹은 스타트업 생태계와 상생을 도모하며 위기를 기회로 만들고 있다. 현대차그룹이 최근 6년간 모빌리티·인공지능(AI) 등 국내외 스타트업을 대상으로 집행한 오픈이노베이션(개방형 혁신) 투자금액은 1조원을 넘었다.

현대차그룹은 최근 서울 마포구 호텔 나루 서울 엠갤러리에서 '현대차그룹 오픈이노베이션 테크데이' 행사를 열고 스타트업 생태계 관련 상생 전략과 성과, 스타트업 협업 체계 등을 발표했다. 현대차·기아는 2017년부터 올해 3월 말까지 스타트업 200여 곳에 1조3285억원을 투자했다고 밝혔다. 이는 로봇 계열사 보스턴다이내믹스, 자율주행 합작사 모셔널, 도심항공교통(UAM) 독립법인 슈퍼널 등 해외 대규모 투자는 제외한 수치다.

LG는 스타트업 발굴과 육성 활동을 강화하고자 오픈 이노베이션 브랜드 '슈퍼스타트'를 중심으로 스타트업 상생 생태계 조성에 적극적이다. 슈퍼스타트는 유망 스타트업을 발굴해 LG 계열사와 외부 파트너(벤처캐피털·액셀러레이터·공공기관·대학 등)를 연결해주는 LG그룹 차원의 오픈 이노베이션 플랫폼이다.

LG 계열사와 외부 파트너 추천을 받은 유망 스타트업은 슈퍼스타트 플랫폼을 통해 기술 개발과 사업 협력, 투자 유치 등 다양한 지원을 받을 수 있다.

[서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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