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정길 녹색불교연구소장 “‘죽임살이’ 대신 ‘살림살이’를 합시다”[2023 경향포럼]
“우리는 ‘죽임살이’를 ‘살림살이’로 전환해야 합니다.”
유정길 불교환경연대 녹색불교연구소장은 28일 오후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2023 경향포럼’에서 ‘물질을 줄이고 존재를 늘리는 삶’을 주제로 특별 강연을 하며 이같이 말했다. 유 소장은 지난 30년 간 불교환경운동을 해왔다.
유 소장은 인류가 직면한 기후·환경 문제가 ‘증상’에 불과하다고 먼저 진단했다. 인간의 잘못된 삶의 방식에 따른 부작용이 약한 고리인 기후 문제로 드러났을 뿐이라는 것이다. 그는 “우리의 잘못된 삶의 패턴이 드러난 것”이라며 “환경 문제를 단순히 환경을 잘 보존·보호하고 원상복귀하는 것만으로 바라봐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유 소장이 지적한 잘못된 삶의 방식은 ‘죽임의 문화’(죽임살이)로 요약된다. 죽임의 문화는 인간과 인간, 인간과 자연 간 관계가 경쟁과 죽임에 기반하고 있다는 의미다. “우리 사회에서는 이기는 사람보다 지는 사람이 훨씬 많습니다. 지는 경험이 누적되고 임계치가 넘어가면 우울증에 걸리고 극단적인 선택으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자연과의 관계도 마찬가지입니다. 자연과 내가 연결돼 있다는 것을 깨닫지 못하고 분리적 사고를 하죠.”
유 소장이 ‘죽임살이’ 대신 제안하는 것은 ‘살림살이’다. 유 소장은 “살림이란 ‘당신이 살아야, 자연이 살아야 내가 산다’는 관점을 가지는 것이며 자발적으로 죽고 자발적으로 손해를 보는 것”이라고 정의했다. 살림살이 실천을 위해 필요한 것으로는 자연과 인간 모두가 연결돼있음을 깨닫는‘자연에 대한 생태적 각성’과 ‘사회에 대한 공동체적 각성’ 등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유 소장은 2018년 강에 대해 법적으로 인간과 동일한 위상을 갖는 법을 통과시킨 뉴질랜드의 사례를 소개하며 인간중심사고에서 탈피하자고 강조했다.
유 소장은 기후 위기를 그동안의 잘못됐던 삶을 올바로 세울 기회로 봤다. 3년 간의 팬데믹 역시 인류에게 경험적 노하우를 쌓게 하는 기회가 됐다고 평가했다. 그는 “전 지구적으로 3년이라는 기간 내에 급격한 사회 변화를 이뤄본 것”이라며 “어떠한 긴급한 위기가 생겨도 긴급하게 대응할 수 있는 좋은 경험적 축적이 됐다”고 말했다.
유 소장은 마지막으로 ‘낙관의 자세’를 강조했다. “1990년대 한국 사람 대부분은 담배를 피웠습니다. 지금은 흡연자가 소수죠. 그 끊기 어렵다는 담배를 불과 30년 만에 끊은 겁니다. 1990년대에는 모두가 오존층을 파괴하는 프레온 가스를 걱정했습니다. 지금은 아무도 이야기하지 않죠. 짧은 시간에 해결한 경험을 한 것입니다. 그러니 우리는 좌절하거나 변화할 수 없다고 단정하지 않아야 합니다. 중요한 것은 잘못된 삶을 올바르게 회복하는 것입니다.”
최민지 기자 mi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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