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0광년 떨어진 우주서 ‘메테늄’ 발견…외계생명체 연구에 탄력
복잡한 생명체 만드는 ‘촉진제’ 역할
외계 생명체 연구에 중요한 전기 마련
지구로부터 1500광년 떨어진 먼 우주에서 생명체의 기본 물질인 탄소화합물 ‘메테늄’이 태양계 밖에선 처음 발견됐다. 지구 밖 외계 생명체의 존재 여부를 밝히려는 연구에 탄력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
호주 과학전문지 사이언스얼럿은 27일(현지시간) 프랑스 툴루즈대 소속 과학자들을 중심으로 한 국제연구진이 지구에서 1500광년 떨어진 ‘오리온 성운’ 내의 ‘d203-506’이라는 별 주변에서 메테늄을 망원경으로 확인했다고 밝혔다.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네이처’ 최신호에 실렸다.
메테늄은 자신이 탄소 화합물이면서 동시에 탄소를 바탕으로 한 물체를 더 복잡한 구조로 만드는 촉진제 역할도 한다.
탄소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복잡한 물체 가운데 가장 대표적인 것이 생명체다. 먼 우주에서 메테늄이 발견됐다는 건 외계 생명체의 존재 가능성을 키우는 징후다. 연구진은 논문을 통해 “메테늄이 태양계 밖에서 발견된 건 이번이 처음”이라고 밝혔다.
이번 발견은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2021년 미국 항공우주국(NASA)이 발사한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에 달린 카메라는 적외선을 감지하도록 설계됐다. 군에서 많이 쓰는 야간 투시경과 비슷한 원리로 작동한다.
적외선 감지 능력 덕분에 오리온 성운 속 뿌연 우주 먼지 뒤의 메테늄을 감지할 수 있었다는 뜻이다. 이는 1990년 우주로 발사돼 가시광선을 주로 감지하며 관측 활동을 하고 있는 ‘허블 우주망원경’이 갖지 못한 장점이다. 가시광선은 우주 먼지를 관통하지 못한다.
하지만 이번 발견을 외계 생명체 존재와 직접 연결짓는 것에 대해서 연구진은 신중한 입장이다. 메테늄이 발견된 별인 d203-506 주변에서는 강한 자외선을 내뿜는 또 다른 별이 있어서다.
자외선은 생명체의 몸을 공격하는 대표적인 광선이다. DNA를 망가뜨린다. 외계 생명체의 뿌리가 될 만한 메테늄이 있더라도 생명체가 발달하는 데까지는 난관이 있다는 뜻이다.
다만 연구진은 자외선을 뿜는 별의 수명은 수백만 년에 불과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별치고는 짧은 수명이다. 자외선이 생명체 발달을 방해하는 기간이 길지 않을 거라는 기대다. 태양의 경우 현재 기준으로 생성된 지 46억년이 지났고, 100억년까지 수명을 유지할 것으로 과학계는 본다.
이정호 기자 r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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