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라루스 배치 전술핵무기 대부분 도착…“사용절차 마련중”
“우리 무기…러 승인 없어도 사용 가능”
러시아가 벨라루스에 배치하겠다고 발표한 전술핵무기가 이미 상당수 이전된 것으로 전해졌다. 벨라루스는 핵무기 사용 절차를 마련하는 작업에 착수했으며, 러시아의 승인 없어도 필요한 때 핵무기를 활용할 수 있다는 방침을 보이고 있다.
27일(현지시간) ‘벨타’ 등 벨라루스 현지매체들에 따르면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대통령은 이날 열린 승진 군 장성들에 대한 견장 수여식에서 “이미 상당한 핵무기가 벨라루스로 이전되면서 현재 경비가 붙은 상황”이라고 밝혔다. 그는 “러시아인들과 벨라루스인들이 함께 (핵무기를) 지키고 있다”고도 설명했다.
루카셴코 대통령은 러시아에서 군사반란을 일으킨 뒤 자국에 들어온 용병집단 ‘바그너 그룹’이 이들 핵무기를 지키는 역할을 맡는 것이 아니냐는 일각의 관측을 부인했다. 그는 “바그너는 어떤 핵무기도 경비하지 않을 것”이라며 “그것(핵무기 경비)은 우리의 일이며, (우리는) 무기 보안에 대한 책임이 있다”고 강조했다.
루카셴코 대통령은 국방장관과 총참모장, 국가보안위원회(KGB) 위원장 등에게 핵무기 사용 알고리즘(절차)을 마련하라는 과제를 부여했다고 밝혔다. 그는 “핵심은 우리가 공격을 받았을 때 (핵무기를) 사용할 수 있는 우리의 능력”이라며 “러시아의 승인 하에서만 사용할 수 있다는 말은 한가한 추측이며, 그런 일은 있을 수 없다. 이것은 우리 무기이며 (필요시) 그것을 사용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시작된 이후로 러시아를 간접 지원해 온 벨라루스는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회원국인 폴란드 등 외부 위협에 맞서기 위해 핵무기를 활용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러시아와 벨라루스는 지난 3월 러시아 전술핵무기의 벨라루스 배치에 합의했으며,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올 연말까지 핵무기 이전을 완료할 것이라고 밝혔다. 러시아의 핵무기가 외국에 배치되는 건 옛 소련 붕괴 이후 러시아가 진행한 해외 배치 핵무기의 자국 내 이전이 완료된 1996년으로부터 27년 만이다.
서구에선 우크라이나전에서 러시아의 재래식 무기가 대다수 소진된 만큼, 저위력의 전술핵무기를 사용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우려하고 있다. 러시아 여론조사 기관인 ‘레바다 센터’의 지난 4월 조사에서 응잡자의 3분의 1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서 핵무기를 사용할 준비가 된 것으로 보인다’고 응답했다.
박용하 기자 yong14h@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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